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이 영근 신부님의 복음 묵상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2-02 조회수570 추천수2 반대(0) 신고

230202. 주님 봉헌 축일.

 

"제 눈이 당신의 구원을 본 것입니다."(루카 2,30)
 
 
성탄을 지낸 지 벌써 40일이 지났습니다. 이날, 성모님께서는 모세의 율법에 따라 정결례를 치르시며, 예수님을 성전에 봉헌하셨습니다. 사실,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예수님께서는 죄 아래에 있는 사람들에게 적용되었던 모세의 이 율법규정을 지키지 않으셔도 되셨지만, 율법 아래에 있는 이들을 속량하시려고 굳이 율법의 관례를 준수하셨습니다.
 
이스라엘의 관습에 따르면, 부모는 아이를 성전에 있는 나이 많은 라삐에게 데려가 복을 빌어주게 합니다. 세례자 요한이 할례를 받고 나자 즈카르야가 노래를 불렀듯이, 예수님이 할례를 받은 후에 시매온이 찬미합니다(라틴어 성경 첫 단어를 따서 ‘눈크 디미티스’(Nunc Dimittis)라 부른다). “이제는 떠나가게 하소서.”로 시작되는 이 노래는 <이사야서>(40,5;42,6;46,13;49,6;52,9-10)를 반영하고 있는데, 전통적으로 성인들이 세상을 떠날 때 불리기도 하고, 주로 동방교회에서는 저녁기도 때, 서방교회에서는 끝기도 때 바쳐집니다.
 
시메온은 “아기를 두 팔에 받아 안고” 노래합니다.
 
“주님, 이제야 말씀하신 대로 당신 종을 평화로이 떠나게 해주셨습니다. 제 눈이 당신의 구원을 본 것입니다. 이는 당신께서 모든 민족들 앞에서 마련하신 것으로 다른 미족들에게는 계시의 빛이며, 당신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입니다.”(루카 2,29-32)
 
“이제야”라는 말은 현재가 구원이 성취된 시대임을 말해줍니다. 그리고 “제 눈이 당신의 구원을 본 것입니다”라는 구절은 <이사야서>(40,5)의 “모든 육체가 하느님의 구원을 보리라”는 말을 반영해줍니다. 이 말을 들은 아기 예수님의 부모는 “놀라워하는데”, 시메온은 마리아에게 말합니다.
 
“보십시오. 이 아기는 이스라엘에서 많은 사람을 쓰러지게도 하고 일어나게도 하며, 또 반대를 받는 표징이 되도록 정해졌습니다. 그리하여 당신의 영혼이 칼에 꿰찔리는 가운데, 많은 사람의 마음 속 생각이 드러날 것입니다.”(루카 2,34-35)
 
이는 더러는 예수님을 믿었지만, 대부분은 배척한 사실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반대 받는 표징”이 될 것임을 밝혀줍니다. 또 예수님이 십자가에 돌아가실 때 겪게 될 마리아의 고통을 암시해줍니다.
 
사실, 성모님은 가정을 꾸려 나가면서도 칼에 찔리는 고통을 당하셨을 것입니다. 요셉과 마리아와 예수님의 가정은 경제적으로 부유했거나, 혹은 근심 걱정이나 고통이 없는 가정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세상의 눈으로 보면, 오히려 문제가정이었을 것입니다. 아기를 낳자마자 쫓겨 다녀야했고, 자신의 아기 때문에 많은 무죄한 아기들이 죽어야했으며, 혼인 전에 아기를 낳은 까닭에 이웃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살았을 것입니다. 남편 요셉은 일찍 세상을 떠났고, 마리아는 이해할 수없는 아들과 함께 살아야 했고, 아들마저 세상을 먼저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분명, 행복한 가정이었음에는 틀림없었을 것입니다. 그것은 고통이나 어려움이 없어서가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따랐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성모님께서 예수님의 운명에 동참하셨다는 것, 그리스도의 속죄의 고통과 구원의 길에 참여했음을 말해줍니다. 그토록, 예수님과 함께 구원의 동반자요, 협조자요, 반려자로 사셨던 것입니다.
 
사실, 하느님께서는 시련을 통해서도, 우리가 복 받을 사람으로 만들어 줍니다. 아니, 오히려 시련을 통해서 복을 내려주기도 하십니다. 그러니 봉헌된 삶, 축복의 삶은 어려움과 시련이 없는 생활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속에서 함께 하시는 그분의 뜻을 깨달아 알아듣는 일일 것입니다. 아멘.

 
   오늘의 말·샘기도(기도나눔터)

“제 눈이 당신의 구원을 본 것입니다.”(루카 2,30)
 
주님!
구원을 보는 눈을 열어 주소서.
포대기에 싸인 아기에게서, 알몸으로 매달린 십자가에서,
구원을 보게 하소서.
양팔로 제 삶의 무력함을 쳐들고, 구원과 자비의 찬미노래를 부르게 하소서.
무력함에서 흘러내리는 당신의 구원을 따라 관상의 삶을 살게 하소서.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