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4주간 금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3-02-02 조회수946 추천수7 반대(0)

예전에 지도자의 자질에 대한 글을 읽었습니다. 똑똑하고 부지런한 지도자가 있으면 조직은 발전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지도자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많이 힘들 것입니다. 교회에서 성인 밑에 순교자가 난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똑똑하지만 게으른 지도자가 있으면 조직은 큰 문제가 없이 흘러갈 것입니다. 그러한 지도자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현상유지를 하면서 지낼 수 있습니다. 태평성대에는 이런 지도자도 좋습니다. 집집마다 밥 짓는 냄새가 그윽하고, 마을에는 아이들이 놀고 있습니다. 멍청하지만 부지런한 지도자가 있으면 조직은 엉망이 될 것입니다. 그러한 지도자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늘 긴장하면서 지내야 합니다. 내일 일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여름에 장작을 쌓아 놓으라고 하고, 겨울에 얼음을 쌓아 놓으라고 하기 때문입니다. 멍청하고 게으른 지도자가 있으면 조직은 부정과 부패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말 그대로 먼저 차지하는 사람이 임자입니다. 재난이 일어나기 전에 동물들은 본능적으로 자리를 떠난다고 합니다. 그러한 지도자 밑에서는 유능한 사람들이 떠나기 마련입니다.

 

본당 사목자들도 몇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주도적인 사목자입니다. 모르는 것도 없고, 막히는 것도 없습니다. 건축, 미술, 문학, 음악에도 조예가 깊습니다. 그런 본당 신부와 함께 지내는 교우들은 크게 어려울 것이 없습니다. 본당 신부가 완벽하게 통제하기 때문입니다. 저도 그런 본당 신부님 밑에서 보좌신부로 지낸 적이 있습니다. 5개 국어를 능통하게 하시는 분이셨습니다. 두꺼운 책을 읽어보라고 주시는 분이셨습니다. 말 그대로 라고 따르면 되었습니다. 협조적인 사목자입니다. 모든 결정을 사목위원들과 상의를 해서 내립니다. 사목위원들은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찾아서 신부님께 상의를 하고, 본당 신부님은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 줍니다. 저도 그런 본당 신부님 밑에서 보좌신부로 지낸 적이 있습니다. 부족하지만 저를 믿어 주신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식사 후에는 함께 묵주기도를 하면서 지냈습니다. 수도자나 사목회에 모든 것을 맡기는 사목자입니다. 이상적인 것 같지만 때로는 갈등과 분열이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십자가를 지는 사람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저도 그런 본당 신부님 밑에서 보좌신부로 지낸 적이 있습니다. 질서가 없는 자유는 무거운 책임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방관자와 같은 사목자입니다. 본당의 친교와 전례에 큰 관심이 없습니다. 교우들은 차라리 수도 사제가 되면 좋겠다고 말하곤 합니다. 제사보다 제사 밥에 더 관심이 많다는 말을 듣기도 합니다.

 

몸과 마음 그리고 영혼이 건강하였던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주님께서 나를 도와주는 분이시니 나는 두려워하지 않으리라. 사람이 나에게 무엇을 할 수 있으랴? 하느님의 말씀을 일러 준 여러분의 지도자들을 기억하십시오. 그들이 어떻게 살다가 죽었는지 살펴보고 그들의 믿음을 본받으십시오. 예수 그리스도는 어제도 오늘도 또 영원히 같은 분이십니다.” 오늘 화답송도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주님은 나의 빛, 나의 구원. 나 누구를 두려워하랴? 주님은 내 생명의 요새. 나 누구를 무서워하랴? 나를 거슬러 군대가 진을 쳐도, 내 마음 두렵지 않으리라. 나를 거슬러 전쟁이 일어나도, 그래도 나는 안심하리라. 환난의 날, 그분은 나를 당신 초막에 숨기시고, 당신 천막 은밀한 곳에 감추시며, 바위 위로 나를 올려 세우시리라.” 오늘은 서울대교구의 사제 서품식이 있는 날입니다. 24명의 새 사제들에게 주님의 사랑이 가득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엊그제 같은데 저도 벌써 사제가 된지 32년이 지났습니다. 지나온 발걸음을 보면 늘 부족하고, 부끄럽습니다. 주님께서는 그런 저를 아직까지 사제의 길로 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십니다. 오직 감사를 드릴 뿐입니다.

 

사제는 완벽한 사람이 아닙니다. 사제는 이슬만 먹고 사는 것이 아닙니다. 사제는 험한 파도에 흔들리는 작은 돛단배와 같습니다. 하지만 주님께 대한 굳센 믿음이 있다면, 다윗처럼 자신의 잘못을 겸손하게 뉘우친다면, 베드로 사도처럼 참회의 눈물을 흘릴 수 있다면 하느님께서는 그런 사제를 지켜 주실 것입니다. 힘을 주실 것입니다. 지혜를 주실 것입니다. 용기를 주실 것입니다. 새 사제들이 주님을 따르는 충실한 제자가 될 수 있도록 기도를 청합니다.

주님!

새 사제들이 겸손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소서.

맡겨진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는 성실함을 주소서.

무엇보다도 예수 그리스도를 닮는 사제가 되게 해 주소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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