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4주간 토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3-02-03 조회수1,048 추천수6 반대(0)

엠이 부부들과 멕시코 과달루페 성지엘 다녀왔습니다. 우리를 안내하는 형제님이 깜짝 놀라서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제가 성지순례 안내를 오래 했지만 이렇게 형제님들이 많은 순례단은 처음 봅니다.” 그동안 순례를 오면 대부분이 자매님들이었다고 합니다. 40명이 순례를 왔는데 남자는 신부님 포함 2명인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번 순례는 자매님보다 형제님이 더 많은 유일한 순례라고 합니다. 10부부에 사제인 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쿠르즈나 골프 모임에는 형제님들이 많은 편인데 성지순례에는 형제님들이 적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성지순례에 형제님들이 적은 이유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 봅니다. 첫째는 경제적인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맞벌이 부부가 많기에 형제님들이 기꺼이 자매님을 위해서 성지순례의 은총을 양보하는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우선순위의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자매님들은 성지순례의 기쁨을 잘 알기에 기꺼이 시간을 내고, 기도합니다. 형제님들에게 우선순위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것일 수 있습니다. 운동과 취미활동일 수도 있습니다. 이번 순례를 함께 하면서 형제님들이 성지순례의 은총을 받아들이는 결단을 많이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형제님들의 우선순위에 성지순례가 맨 위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성지순례의 은총을 양보하지 않고, 우선순위에 성지순례를 먼저 놓았던 형제님들과 함께 했던 성지순례였습니다. 부부가 함께 손을 잡고 성지순례를 하는 모습도 무척이나 아름다웠습니다. 성지순례 첫날 미사를 드리기 위해서 성당엘 갔는데 그 성당에서 혼배미사가 있었습니다. 이 또한 하느님의 축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미사 참례에 앞서 부부들은 혼배미사를 드린 신랑과 신부에게 축복을 주었습니다.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있는 부부가 축복을 주었기에 신랑과 신부는 아름다운 가정을 이루리라 생각합니다. 낯선 곳에서 혼배미사를 볼 수 있었던 부부들도 혼인의 첫날을 생각하며 부부의 사랑을 새삼 확인했을 것 같습니다. 저는 22년 전에 서품 10주년 기념으로 동창신부님들과 과달루페 성지순례를 했었습니다. 그때 찍은 사진을 보니 정말 젊고 생기가 넘쳤습니다. 힘과 열정은 있었지만 성지순례의 의미를 제대로 느끼지 못했습니다. 동창들과 함께 있다는 즐거움이 더 컸기 때문입니다. 성지순례가 우선순위가 아니라 성지순례로 포장된 동창모임이었던 것 같습니다. 22년 시간이 흘러 엠이 부부들과 함께 성지순례를 하니 피정을 겸한 순례가 되었습니다.

 

1521년 스페인은 신대륙으로 왔습니다. 원주민들에게 신앙을 전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원주민들은 고유의 문화와 종교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총과 대포로 그들의 땅을 차지하는 것은 가능했지만 총과 대포로 그들의 마음을 얻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그때 과달루페의 성모님은 원주민 후안 디에고에게 발현하였습니다. 성모님은 후안 디에고에게 성모님이 발현한 곳에 성당을 세우라는 말을 주교님에게 전하라고 하였습니다. 후안 디에고는 성모님의 메시지를 주교님에게 전하였지만 주교님은 배우지 못한 원주민의 이야기를 믿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만약 성모님의 메시지가 맞는다면 증표를 가져오라고 하였습니다. 후안 디에고는 성모님께 주교님의 이야기를 전하였고, 성모님은 장미꽃을 주교님에게 전해 주라고 하였습니다. 12월의 장미는 있을 수 없지만 후안 디에고는 가지고 있던 틸마에 장미를 담아 주교님께 갖다 드렸습니다. 주교님께 장미를 드리는 순간 틸마에 성모님의 성화가 새겨지는 표징이 일어났습니다. 주교님께서 요구하는 증표를 성모님께서는 성화라는 표징으로 보여주었습니다. 그것이 유명한 과달루페 성모님의 성화입니다.

 

과달루페 성모님의 성화에는 현대과학의 힘으로는 규명하기 힘든 표징들이 있다고 합니다. 먼저 틸마는 선인장으로 만들었는데 길어도 20년이면 삭아서 없어진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제 곧 500년이 되는데 아직도 틸마는 완벽하게 보존되고 있습니다. 저도 순례 중에 과달루페 성모님의 성화를 보았습니다. 틸마에 새겨진 색은 자연에서 구할 수 있는 도료가 아니라고 합니다. 나사의 과학자들이 광학 현미경으로 2000배 이상 확대해서 성모님의 눈을 보았더니 그 눈에 사람들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고 합니다. 과달루페 성모님의 성화가 현대의 과학으로 설명하기 힘든 표징이 있는 것도 신앙의 징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성모님의 뜻을 충실히 따랐던 후안 디에고의 뜨거운 신앙입니다. 의심을 버리고 후안 디에고의 말을 믿고 따른 주교님의 신앙입니다. 그 신앙이 열매를 맺어서 800만 명이 넘는 원주민들이 자신들이 가졌던 토착 신앙을 버리고 가톨릭으로 개종했습니다. 총과 대포로는 열수 없었던 마음을 과달루페에서 발현하신 성모님이 열어 주었습니다. 요한 바오로 2세 성인은 과달루페 성모 성지를 4번 방문하였습니다. 그리고 아메리카 대륙의 보호자로 과달루페 성모님을 선포하였습니다. 멕시코 인들에게 일생에 한번 쯤 과달루페 성모님을 만나지 않았다면 그는 진정한 멕시코 인이 아니라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22년 전 성지순례에도 이런 이야기를 귀담아 들었다면 저의 신앙은 더욱 뜨거워졌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늦지 않았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제게 다시금 과달루페 성모님을 만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데리고 따로 한적한 곳으로 가셔서 쉬셨다고 합니다. 제자들이 복음 선포하는 동안 제대로 먹지도 못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재충전의 시간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제자들은 더욱 열심히 복음을 선포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저를 따로 부르셔서 엠이부부들과 함께 과달루페 성모님을 만나도록 이끌어 주셨습니다. 감사할 일입니다. 저도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으니 제게 주어진 일을 더욱 열심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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