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5 주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3-02-04 조회수594 추천수4 반대(0)

이민자들의 삶은 힘들기 마련입니다. 그래도 삶은 견딜 수 있습니다. 살다보면 타향도 정이 들어 고향처럼 느껴지게 됩니다. 모든 어려움과 고통을 잘 이겨낼 수 있지만 이민자들이 가장 어려워하고, 힘들어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자식의 문제입니다. 신앙인들에게는 자식의 신앙 문제입니다. 어릴 때는 부모님을 따라서 성당에 가고, 주일학교에도 다니고, 복사도 합니다. 그러나 대학에 가면서부터 많은 자녀들은 성당을 멀리하고, 세상의 것들에 마음을 빼앗깁니다. 부모님들은 성당에서 봉사를 많이 했고, 아이들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했는데 어째서 자녀들은 신앙의 등불이 점점 꺼져갈까요? 대화와 소통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세상에서 성공하는 길은 잘 찾아주고 도와주었지만 영원한 생명을 얻는 길을 제대로 알려주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지시와 명령은 있었지만 마음을 열고 진심으로 대화하는 시간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매일 컴퓨터 게임만 하는 아들에게 엄마가 밖에서 놀고, 친구들도 만나라고 했답니다. 아들이 엄마에게 컴퓨터 게임에도 나름 스토리가 있고, 그 안에서도 만남이 있다고 합니다. 엄마의 시대에는 밖에서 친구를 만나고 놀았지만 우리들의 시대에는 컴퓨터 온라인에서 친구를 만나고 논답니다. 학업에 지장이 있지 않느냐는 엄마의 말에 아들이 이렇게 대답합니다. 요즘 대부분의 직업은 컴퓨터와 관련된 직업입니다. 쇼핑도, 은행업무도, 예약도 대부분 컴퓨터로 하는 세상입니다. 컴퓨터 게임 때문에 아이들이 폭력적으로 된다고 하는데 그것은 과장된 말이라고 합니다. 컴퓨터 게임이 있기 전에도 폭력과 전쟁은 있었고, 폭력과 전쟁을 하는 이들은 컴퓨터 게임을 하는 아이들이 아니라고 합니다. 아들의 말에 엄마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고 합니다. 엄마도 예전에 컴퓨터 게임을 좋아했었다고 합니다. 직장에서 하는 컴퓨터 게임에서 우승을 했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건강을 걱정하는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기에 가끔 나가서 운동을 하겠다는 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대화는 마무리 되었다고 합니다.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아버지에게 나는 견진성사 안 받습니다.”라고 했답니다. 아버지가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아들이 이렇게 대답하였다고 합니다. “견진성사는 내가 확신이 있어야 받는 것인데, 아직 확신이 없습니다. 그러니 나중에 신앙에 확신이 서면 그때 ‘Confirmation’을 받겠습니다.” 그러면서 아들이 이렇게 이야기 했다고 합니다. “어릴 때 교리 시간에 배운 것과 실제 역사에서 드러난 교회의 모습이 다릅니다. 교회가 인류와 역사 앞에 공헌한 것도 많지만 교회가 잘못한 것도 많이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의 이유 있는 답변을 들으면서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었지만 안심이 되었다고 합니다. 아들은 합당한 이유가 있으면 다시 신앙의 길로 들어설 것이라는 희망이 생겼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아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네가 나의 집에서 사는 동안은 내가 정한 규칙을 지켜야 한다. 내가 정한 규칙은 주일에는 성당에 가는 것이다. 집안에 기일이 있으면 돌아가신 분을 위해서 함께 기도하는 것이다.” 아들이 그렇게 하겠다고 하면서 대화를 마쳤다고 합니다.

 

예전에 어머니는 비가 오는 날이면 가끔 수제비를 해 주셨습니다. 수제비는 밀가루에 물을 넣어 반죽을 만들면서 시작됩니다. 어머니는 찰지게 반죽을 하였습니다. 물이 밀가루에 완전히 스며들어 반죽이 찰져야만 수제비는 끓여도 잘 풀어지지 않고, 맛이 쫀득쫀득 했습니다. 수제비는 어머니의 손맛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구수한 육수와 호박과 감자가 들어간 수제비는 비오는 날 저녁 별미였습니다. 시장에 가서 새로운 부식을 사오지 못한 날에는 비빔밥을 해 주기도 하셨습니다. 양푼에 야채와 밥을 넣고 구수한 들기름을 넣고 비벼 주었습니다. 맛을 더하기 위해서 고추장을 넣기도 했습니다. 수제비가 밀가루와 물이 하나 된 작품이라면 비빔밥은 야채와 밥이 기름에 어우러져서 각자의 맛을 내는 것입니다. 기름도 자신의 맛을 잃어버리지 않고 비빔밥의 고소한 맛을 더해 줍니다. 저는 신앙에는 두 가지의 영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물이 스며들어 밀가루를 맛있는 반죽으로 만들어주는 수제비의 영성입니다. 다른 하나는 들기름처럼 밥과 야채의 풍미를 살려주면서 조화를 이루는 비빔밥의 영성입니다.

 

가정에 문제와 어려움이 있다면 자녀들의 고유한 인격과 품성을 생각하지 않고 부모의 방식대로 하나가 되도록 강제하는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뿌리가 땅 속에서 양분을 끌어 올려 꽃이 피게 하듯이 부모의 사랑이 자녀들에게 스며들어야 합니다. 이것이 하느님의 아들이 사람이 되신 육화의 신비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빵을 나누어 주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먹어라.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 줄 내 몸이다.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마셔라 이는 새롭고 영원한 계약을 맺는 내 피의 잔이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며 이를 행하여라.” 저는 이것이 스며듦의 영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수님께서는 12명의 사도를 파견하시면서 각자의 이름을 부르셨습니다. 예수님의 사랑이라는 기름이 제자들을 하나로 묶어 주었습니다. 제자들은 모두 각자의 재능과 능력을 가지고 복음을 전할 수 있었습니다. 가정이 건강하고 화목하기 위해서는 반죽이 되기보다는 비빔밥이 되어야 합니다. 엄마와 아빠의 사랑이 기름이 되어 아이들의 삶을 더욱 빛나고 풍요롭게 해 주어야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소금과 빛의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소금은 스스로 녹아서 맛을 내는 스며듦의 영성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빛은 각자의 품격을 잃지 않지만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비빔밥의 영성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이와 같이 너희의 빛이 사람들 앞을 비추어,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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