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5주간 수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3-02-07 조회수861 추천수9 반대(0)

설화(舌禍)’라는 말이 있습니다. 말 때문에 공든 탑을 무너트리는 경우를 말합니다. 말을 잘못했으면 즉시 인정하고 사과하면 그래도 마무리가 되는데 그것을 변명하고 인정하지 않으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어리석은 사람이 됩니다. 중국 동진(東晉,317~420)9대 왕 사마요는 술김에 애첩 장귀인에게 "당신도 이제 늙었군. 진작 내칠 걸"이라고 말했습니다. 놀라고 발끈한 장귀인은 잠든 왕에게 이불을 덮어씌워 질식사시킨 뒤 도망쳤습니다. 일국의 제왕이 농담 한 마디 때문에 어이없는 죽임을 당한 셈입니다. 태조 이성계와 함께 조선을 건국한 정도전의 비참한 말로 역시 설화(舌禍)란 주장도 있습니다. 세자 책봉 싸움에서 패한 게 원인으로 돼 있지만 실은 그 전에 술만 마시면 "한고조 유방이 장자방을 쓴 게 아니라 장자방이 한고조를 쓴 것이다"라고 떠든 게 화를 불렀다는 것입니다. 말은 이렇게 무섭습니다. 무심코 했든, 작정하고 했든 그 말이 상대에게 비수가 되어 꽂히면 이후 일어날 일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인가. 동서고금의 말조심에 대한 경고는 이루 다 열거하기 어렵습니다. 잠언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미련한 자의 입은 멸망의 문이 되고 입술은 영혼의 그물이 되느니라.”

 

저 역시도 말 때문에 난처했던 적이 몇 번 있습니다. 직장인들에게 상여금은 큰 위로가 됩니다. 같이 일하는 분에게 상여금을 드리면서 약간 비아냥거리는 투로 좋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말이 그분에게는 큰 상처가 되었습니다. 나중에 정중하게 사과를 했지만 지금 생각해도 저의 부덕함이 컸습니다. 때로는 사실을 말하는 것보다는 공감하는 것이 더 중요할 때가 있습니다. 보좌 신부 때입니다. 본당 청년들과 일영으로 단합대회를 갔습니다. 젊은 날이고, 한 잔 술에 다른 곳에서 온 사람들과 약간의 시비가 있었습니다. 시비를 가려보니 우리 청년의 실수가 명백했습니다. 상대방에게 사과를 하고 마무리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청년들은 제게 심판을 원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같은 편이기를 바랐던 것 같습니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툼 끝에 상처를 입었던 청년을 보듬어 주는 것이 더 필요했습니다. 공직에 있는 사람들은 더더욱 말을 신중하게 해야 합니다. 그 직책이 나라를 대표하는 최고 책임자라면 말의 무게는 천근보다 더 무거워야 합니다. 벌어진 일을 잘 수습하는 것은 차선입니다. 설화가 생기지 않도록 참모들은 잘 보좌해야 합니다. 최고 책임자라 할지라도 국제무대에서는 정해진 규칙을 지키는 것이 최선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중요한 것들은 내 안에서 나온다고 하셨습니다. 우리가 자신을 잘 다스릴 줄 알면 우리는 외부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우리의 영혼이 악의 유혹에 넘어가는 것은 우리 자신을 잘 다스리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욕심, 시기, 질투, 탐욕, 인색, 게으름은 모두 내 안에서 나옵니다. 이 세상을 오염시키는 것은 하느님께서 만들어 주신 것 때문이 아닙니다. 그것은 바로 하느님께서 가장 사랑하셨던 인간들의 마음에서 나오는 것들 때문입니다. ‘시기, 질투, 교만, 인색, 탐욕, 욕망, 미움, 원망과 같은 것들은 이 아름다운 세상을 무질서하게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분명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모든 악한 것들이 안에서 나와 사람을 더럽힌다.” 창조의 질서를 회복하는 것은 밖에서 찾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들 내면의 갈등과 우리들 내면에서 나오는 악한 것들의 뿌리를 자를 때 비로소 회복되는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