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6주간 월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3-02-12 조회수828 추천수7 반대(0)

후배 신부님들과 텍사스 끝자락에 있는 엘파소엘 다녀왔습니다. 뉴욕에서 직접 가는 비행기가 없어서 시카고에서 경유하였습니다. 엘파소에는 제가 30일 피정을 지도했던 신부님이 교포사목으로 왔습니다. 환영과 격려의 차원으로 방문했습니다. 이제 미국에 온지 1달이 조금 넘은 신부님은 멀리서 온 신부님들을 기쁘게 맞이했습니다. 이번 방문에서 느낀 것이 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방을 정하면 제게 제일 좋은 방을 정해 주었습니다. 선배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그렇게 해 주는 것이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막 1달이 지났는데 후배 신부님은 마치 미국에서 오래 살았던 것처럼 익숙하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 모습이 짠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했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같이 간 신부님들은 모두 덕담을 해 주었습니다. 저는 건강이 최고라고 하였습니다. 그렇기 위해서는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쁘게 지내라고 해 주었습니다. 겨울에 온 신부님은 이제 엘파소의 모래폭풍과 뜨거운 사막의 열기를 온 몸으로 받아 낼 것입니다. 따뜻하고 온유한 마음을 지닌 신부님은 하느님의 보살핌으로 건강하고 기쁘게 잘 지낼 수 있으리라 믿고 또 그렇게 될 수 있도록 기도했습니다.

 

평소에는 일찍 잠자리로 들어가지만 이렇게 후배 신부님들을 만날 때면 좀 더 늦은 시간까지 이야기의 꽃을 피우게 됩니다. 북미주에서 사목하는 서울대교구 사제들의 모임이 1년에 한 번 있습니다. 그 모임을 주관하는 대표 신부님도 있습니다. 후배 신부님들은 명목상의 대표신부님도 필요하지만 실질적으로 북미주에서 사목하는 사제들을 도와주는 대표신부님이 있으면 좋겠다고 하였습니다. 이제 막 교포사목으로 미국에 온 신부님을 방문하고 함께 미사를 봉헌하면서 격려 해 주는 대표가 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신부님들이 휴가를 가면 대신 미사를 봉헌해 줄 수 있는 대표가 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시골의 작은 도시에 있는 신부님들과 규모가 작은 성당의 신부님들의 고충도 들어주고, 함께 해 주는 대표가 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한국에 있는 지구장 제도처럼 북미주에도 지구장 제도가 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저는 신문사에 있기에 어차피 신문홍보를 다니기 때문에 가능할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 일이 그리 쉬운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간과 열정이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사랑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독서에서 하느님께서는 카인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네 동생 아담은 어디에 있느냐?” 카인은 하느님께 이렇게 대답합니다. “제가 동생을 지키는 사람입니까?” 오늘을 살아가는 인류에게 하느님께서는 같은 질문을 하십니다. “너희와 함께 살던 원주민들은 어디에 있느냐? 너희와 함께 살았던 생명들은 어디에 있느냐?” 카인은 동생을 죽였으면서도 발뺌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적반하장으로 하느님께 제가 동생을 지키는 사람입니까?”라고 대답합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들도 어쩌면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인간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우리는 많은 생명을 제물로 삼았습니다.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무고한 원주민들의 삶을 파괴하였습니다. 그리고 우리도 카인처럼 적반하장으로 대답하는 것은 아닐까요? “우리가 그들을 지키고 보호해야 합니까?”

 

오늘 바리사이파와 율법학자들은 예수님께 표징을 요구합니다. 물에 빠진 사람 기껏 구해 주었더니 마치 보따리 내 놓으라고 하는 형편입니다. 어쩌면 우리들도 바리사이파와 율법학자들처럼 표징을 요구하는 것은 아닐까요?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이 아름다운 세상이 표징입니다. 하느님께서 보여 주신 사랑이 표징입니다. 그 사랑 때문에 외아들 예수님을 보내 주신 것이 표징입니다. 우리를 위해서 십자가를 지고 죽으셨지만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표징입니다. 이미 표징은 차고 넘치고 있습니다. 우리가 새로운 표징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보여주신 표징에 감사드리면서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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