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6주간 수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3-02-14 조회수853 추천수5 반대(0)

지금은 은퇴하신 전임 마산 교구장 배기현 주교님의 책 늙은 아버지와 고독한 아들을 읽었습니다. 마산교구 총대리 시절에 교구 주보에 매주 올린 글을 모은 책입니다. 글 하나하나에 주교님의 진솔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부모님을 사랑하고, 하느님께 의탁하는 마음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글은 맵시와 내용도 중요하지만 글을 쓰는 사람의 마음이 중요합니다. 진실한 마음은 전해지기 마련입니다. 글 내용 중에 담배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어려서부터 담배를 배웠다고 합니다. 35년간 담배를 피우던 중 고인이 되신 김수환 추기경님과 1주일을 지낼 기회가 있었다고 합니다. 추기경님은 학도병 시절에 담배를 배웠고, 3번의 결심 끝에 65세가 되어서 담배를 끊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배 신부! 담배는 그냥 끊는 거야.”라고 하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말씀에 진심을 느낄 수 있었고 그 뒤로 담배를 끊었다고 합니다. 그런 어느 날 부친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니 담배 끊었다면서? 내 니가 신부가 된 것만 해도 가슴 아픈데 신부가 담배꺼지 끊고 어찌 살끼라고, 도로 푸라!” 아들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담배를 끊으라고 하였던 추기경님의 마음도, 애잔한 마음에 담배를 다시 피우라고 했던 아버지의 마음도 참 따뜻하게 보였습니다. 주교님은 담배는 끊었지만 하느님 품으로 가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은 끊을 수 없다고 합니다.

 

컴퓨터나 프린터가 작동이 안 될 때가 있습니다. 이것저것 해보다가 안 되면 마지막으로 해 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것은 전원을 끄고 다시 켜는 것입니다. 그러면 컴퓨터도 프린터도 다시 정상이 될 때가 있었습니다. 물론 그래도 안 되면 전문가를 불러서 손을 봐야 합니다. 전원을 끄고 다시 켜는 것은 컴퓨터와 프린터가 미워서가 아닙니다. 다시 친하게 지내려고 하는 저의 방법일 뿐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랑으로 이 세상을 창조하셨습니다. 하느님을 닮은 사람을 창조하셔서 이 세상을 다스리게 하셨습니다. 컴퓨터에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작동이 잘 되지 않듯이 하느님을 닮은 사람에게도 사탄이라는 바이러스가 들어왔습니다. 그 바이러스는 하느님을 닮은 사람의 마음을 병들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하느님의 뜻을 저버리고, 전쟁과 폭력으로 하느님이 창조한 세상을 파괴하고, 타락하였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물의 심판으로 병든 세상을, 타락한 세상을 다시 회복시키려 하셨습니다. 노아에게 방주를 만들도록 하셨고 물의 심판이 끝난 후에 하느님께서는 노아에게 새로운 세상을 맡겨 주셨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하게 인정하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사람의 마음은 어려서부터 악한 뜻을 품기 마련 내가 다시는 사람 때문에 땅을 저주하지 않으리라. 이번에 한 것처럼 다시는 어떤 생물도 파멸시키지 않으리라.”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심판하는 방법을 포기하셨습니다. 인간의 자유의지를 박탈하지도 않으셨습니다. 대신에 하느님께서는 새로운 방법을 찾으셨습니다. 그것은 외아들을 이 세상에 보내시는 것입니다. 외아들은 하느님나라에 대한 복음을 선포하셨습니다. 하느님의 의로움과 하느님의 거룩함과 하느님의 뜻이 드러나는 세상을 말씀하셨습니다. 전쟁, 폭력, 정복으로 이루어지는 평화가 아닌 나눔, 희생, 사랑으로 이루어지는 참된 평화를 말씀하셨습니다. 성공, 명예, 권력으로 이루어지는 행복이 아닌 자비, 인내, 희생으로 이루어지는 행복을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은 이 세상에서 이미 하느님의 나라를 체험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밀과 가라지의 비유를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인간의 죄와 인간의 잘못 때문에 세상을 심판하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가라지를 뽑으려다가 밀을 뽑을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밀과 가라지는 품종이 다른 것이 아닙니다. 빛이 입자와 파동의 속성을 가진 것처럼 사람의 마음은 밀과 가라지의 속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가라지의 모습일지라도 뉘우치고 회개하면 밀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은 밀의 모습일지라도 악의 유혹에 빠지면 가라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예수님께서는 신랑을 기다리는 10처녀의 비유를 통해서 늘 깨어 있으라고 하셨습니다. 그냥 깨어 있는 것이 아니라 등잔에 기름을 채워서 깨어 있으라고 하셨습니다.

 

이사야 예언자는 옹기장이와 진흙의 비유를 이야기합니다. 옹기장이 손에 있는 진흙은 무엇이 될지 모릅니다. 다만 옹기장이의 뜻에 따라서 화병도 되고, 그릇도 됩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화병이든, 그릇이든 쓰임새에 맞게 사용되면 됩니다. 주어진 나의 삶에 감사한다면 자비하신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 주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소경의 눈을 뜨게 해 주셨고, 소경은 이제 새로운 세상을 보았습니다. 욕망과 교만으로 닫혀있는 우리의 눈을 순명과 겸손으로 새롭게 뜰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하느님은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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