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6주간 목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3-02-15 조회수991 추천수8 반대(0)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알겠는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중국고사에서는 전화위복, 새옹지마라고 합니다. 엘파소에서 뉴욕 오는 길에 시카고에서 경유했습니다. 시카고에서 뉴욕으로 오는 비행기가 취소되어서 다시 비행 일정을 예약하니 1시간 늦게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아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엘파소에서 시카고로 가는 비행기가 기상악화로 40분 늦게 도착했습니다. 시카고에서 뉴욕으로 오는 비행기가 예정대로 출발했으면 비행기를 놓칠 뻔했습니다. 오히려 비행기가 취소되고 다른 비행기를 예약한 것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비옥한 땅에서 자란 나무는 키가 크지만 뿌리가 깊지 못합니다. 뿌리를 깊이 내리지 않아도 충분히 양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겉으로 보면 우람한 나무인데 바람이 심하게 불면 이내 넘어지는 것을 봅니다. 뿌리 깊은 나무가 바람에도 넘어지지 않는 것처럼 시련과 고통을 디딤돌로 여기는 사람은 절망 중에서도 희망의 꽃을 피우는 것을 봅니다.

 

어느덧 미국에 온지 4년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많은 신부님들의 도움을 받았는데 이제는 미국에 새로 오는 신부님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본당의 재정이 여유가 있고, 신자수도 많은 성당으로 오는 신부님은 이내 적응하기 마련입니다. 저도 반갑게 인사를 하면 충분합니다. 규모가 작고, 재정 상태가 어려운 본당으로 오는 신부님이 있습니다. 그런 신부님을 만나면 찾아가서 며칠 지내면서 경험담을 이야기 해 주곤 합니다. 텃밭을 가꾼 이야기도 하고, 화초를 키워보라고도 하고,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오랫동안 사제가 없던 공동체로 오는 신부님도 있습니다. 며칠 동안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신부님께는 큰 위로와 힘이 되었다고 합니다. 명동의 교구청에서도 8년을 살았습니다. 시골의 작은 성당에서도 3년을 살았습니다. 토론토에서 학생으로 3년을 살았고, 뉴욕에서 신문을 만들며 4년을 살고 있습니다. 어디에 있느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사느냐가 제게는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면, 기뻐하는 마음으로 살면, 기도하면서 살면 그 자리가 꽃자리였습니다.

 

노아는 신대륙으로 처음 발을 디딘 사람처럼 새 하늘과 새 땅에서 가족들과 새로운 삶을 시작합니다. 아무런 조직도 없는 곳에 새로이 공동체를 시작하는 사제처럼 새로운 삶을 시작합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노아와 그 가족들에게 징표를 주셨습니다. ‘무지개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미래의 모든 세대를 위하여, 나와 너희, 그리고 너희와 함께 있는 모든 생물 사이에 세우는 계약의 표징은 이것이다. 내가 무지개를 구름 사이에 둘 것이니, 이것이 나와 땅 사이에 세우는 계약의 표징이 될 것이다.” 이제 막 하늘을 날아가는 어린 새처럼 낯선 곳에서 둥지를 만드는 젊은 사제에게도 예수님께서는 징표를 주십니다. “사람의 아들이 반드시 많은 고난을 겪으시고 원로들과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에게 배척을 받아 죽임을 당하셨다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셔야 한다.” 낯선 곳에서 만나게 되는 시련과 고난은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징표가 될 것입니다. 눈물로 씨 뿌리는 사람이 기쁨으로 곡식을 얻듯이 주님께서 함께 하시니 풍성한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오늘 베드로 사도는 예수님께 대한 신앙고백을 하였습니다. “당신은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의 신앙고백을 듣고 크게 칭찬하였습니다. 그리고 교회를 맡긴다고 말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베드로 사도는 자신의 신앙고백을 삶을 통해서 실천하는 것을 두려워했습니다. 고난의 잔, 십자가, 나눔, 희생을 통한 신앙고백을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베드로 사도에게 이야기 하십니다. 너의 신앙고백을 너의 삶을 통해서 드러내어야 한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너의 신앙고백은 참된 신앙고백이 아니다. 십자가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주님께서는 늘 함께 하심을 믿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