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7주간 화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3-02-20 조회수919 추천수9 반대(0)

바둑 용어 중에 포석이란 말이 있습니다. 초반에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는 것입니다. 바둑을 잘 두는 사람은 소위 강남의 노른자 땅을 미리 차지입합니다. 반면에 아직 실력이 미치지 못하는 사람은 별로 쓸모없는 나대지를 차지입니다. 이렇게 되면 바둑은 시작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 됩니다. 그래서 바둑을 잘 두기 위해서는 어디가 중요한 자리인지 파악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같은 한 점이지만 어떤 한 점은 20집의 가치가 있고, 어떤 한 점은 1집의 가치도 없습니다. 이런 수를 악수라고 말합니다. 신문을 읽을 때도 행간과 전체 문맥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제 우리는 사순시기를 맞이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다음 주 부터는 사순에 대한 기사가 많이 나올 것입니다. 사순시기에 성탄을 이야기하는 것은 전례와 문맥에 맞지 않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들도 행간과 문맥을 알아듣지 못할 때가 있었습니다. 베드로 사도는 예수님께 사탄아 물러가라.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한다.’며 꾸중을 들었습니다.

 

2000년 전에 로마는 지금의 미국만큼이나 강하고, 부유한 나라였습니다. ‘아프리카 북부, 중동, 유럽은 로마의 통치아래 있었습니다. 그때 로마의 변방이던 이스라엘에서 예수님은 하느님나라를 선포하였습니다. 그런데 불과 200년이 되지 않아서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하느님나라는 로마에 전파되기 시작하였고, 극심한 박해에도 그리스도교는 로마의 전역으로 전파되었습니다. 역사는 그 이유를 2가지로 바라봅니다. 하나는 로마의 황제 콘스탄티누스입니다. 콘스탄티누스는 꿈속에서 십자가를 보았고, 십자가를 깃발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전쟁에서 승리합니다.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십자가를 구원의 표징을 삼는 그리스도교를 인정하고, 박해를 금지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다른 하나는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모친 헬레나 성녀입니다. 헬레나 성녀는 일찍이 하느님나라를 받아들였습니다. 예루살렘을 방문해서 예수님의 십자가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예루살렘에 성전을 세웠습니다. 이런 헬레나 성녀의 깊은 신앙이 아들인 콘스탄티누스 황제에게 영향을 주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역사가들은 그리스도교가 로마에 급속하게 퍼질 수 있었던 이유를 다른 곳에서 찾았습니다. 그것은 당시에 로마를 뒤덮었던 역병입니다. 지금의 코로나 팬데믹처럼 당시 로마를 뒤덮었던 역병은 홍역과 흑사병이었다고 합니다. 의료시설이 지금처럼 발전하지 않았을 때이기에 역병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로마의 황제도 피난을 갈 정도로 역병은 공포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때 로마를 떠나지 않고 역병으로 죽어가는 사람을 돌본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리스도인들입니다. 그들은 박해를 받으면서, 순교하면서 신앙을 지켜왔습니다. 역병 속에서 죽을지라도 하느님을 믿고,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르면 부활하여 영원한 생명을 얻으리라는 희망이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지금 굶주리고, 병들고, 죽어가는 이들에게 선행을 베푼 것이 바로 예수님께 선행을 베푼 것이라고 가르치셨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의 이 가르침을 목숨을 걸고 따랐습니다. 역병으로 죽어가던 로마인들은 그리스도인들의 도움으로 죽음에서 살아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역병과 함께 하면서 그리스도인들은 면역력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당시 로마는 박해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생겼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황제가 그리스도교를 인정했다고 합니다.

 

물 위에서 화려하게 움직이는 백조를 보지만 물 밑에서는 헤엄치기 위해서 부단히 움직이는 백조의 다리가 있습니다. 예전에 성전을 신축할 때입니다. 본당 신부님의 강론과 추진력이 성전 신축의 기반이 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성전이 세워지기까지 폐지를 모아서, 빈병을 팔아서 신축금을 내셨던 교우들의 정성이 있었습니다. 신축 현장에서 나무에 박힌 못을 모두 빼서 모아 자재를 아꼈던 교우들의 정성이 있었습니다. 돌아가며 야밤을 서면서 자재를 지켰던 교우들의 정성이 있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곧 사순시기를 맞이합니다. 십자가 없는 부활은 허구일 뿐입니다. 부활이 없는 십자가는 고통일 뿐입니다. 십자가라는 뿌리 위에 부활이라는 꽃이 피는 것입니다. 십자가 없는 부활만을 꿈꾸던 제자들에게 오늘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면, 모든 이의 꼴찌가 되고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