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재의 예식 다음 금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3-02-23 조회수887 추천수5 반대(0)

동창 신부님 중에 운동을 좋아하는 신부님이 있습니다. 처음 시작은 저와 비슷한데 시간이 지나면 신부님과 저는 실력에서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처음에 스키를 배울 때입니다. 저는 내려오는 법과 넘어지는 법을 배우고 바로 리프트를 탔습니다. 몇 번 넘어지는 일이 있었지만 곧잘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십년이 지났지만 저는 늘 그 정도의 실력에 머물렀습니다. 그런데 동창 신부님은 강사에게 레슨을 받았습니다. 매번 스키장에 갈 때마다 레슨을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실력이 비슷했는데 나중에 보니 신부님은 최고급 코스, 최고 난이도 코스에서 쉽게 내려왔습니다. 저는 스노보드는 엄두도 못 내는데 신부님은 그것도 유연하게 타고 있습니다. 역시 레슨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테니스도 비슷합니다. 신학생 때 동료들의 어깨너머로 배웠습니다. B그룹에서 테니스를 쳤습니다. 신부님은 테니스도 레슨을 정확히 받았습니다. 그리고 당당하게 교구 사제 테니스 대회에 출전하였습니다. 독학으로 배우는 것도 좋겠지만 운동은 레슨을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잘못된 습관을 고칠 수 있고, 더 높은 단계로 올라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속담에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본인도 잘 모르면서 남에게 충고하는 사람을 뜻하기도 합니다. 요즘은 구글 검색이 있어서 웬만한 선무당들은 명함을 내밀기 어렵습니다. 건강에 대해서도 잘못된 상식을 믿고 따라했다가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쉽게 얻는 것은 쉽게 나간다.’는 말도 있습니다. 노력하지 않고, 땀 흘리지 않고 그냥 얻어지는 것들은 마치 모래 위에 세운 집과 같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선무당처럼 잘못된 길을 알려주는 바리사이와 율법학자들의 위선과 교만을 꾸짖으셨습니다. 그들은 단식의 의미를 모르면서 단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하였습니다. 율법의 의미를 모르면서 율법을 따를 수 없는 사람들을 죄인으로 취급하였습니다. 봉헌의 의미를 모르면서 과부의 헌금을 조롱하였습니다. 안식일의 의미를 모르면서 안식일에 선한 일을 하는 예수님을 단죄하였습니다. 회칠한 무덤처럼 안에는 썩고 있으면서 겉만 화려하게 꾸미고 있었습니다. 스키를 제대로 배우지 못했으면서 스키를 처음 배우는 사람에게 가르치려했던 저의 모습도 떠오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저들의 가르침은 따르지만 저들의 행동은 배우지 마라.”

 

오늘 독서는 단식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단식은 율법과 규정에 따라서 지켜야 하는 행위입니다. 교회는 재의 수요일과 성금요일에 단식을 권고 하고 있습니다. 사순시기를 시작하면서 우리의 마음을 굳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주님의 수난에 동참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단식하다고 하면서 일꾼들을 다그치거나, 이웃과 다투고 못된 주먹질을 한다면 그것은 참된 단식이 아니라고 합니다. 주님께서 좋아하는 단식은 불의한 결박을 풀어주고 멍에 줄을 끌러 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억압받는 이들을 자유롭게 내보내고 모든 멍에를 부수어 버리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하면 너의 빛이 새벽빛처럼 터져 나오고 너의 상처가 곧바로 아물고. 주님의 영광이 네 뒤를 지켜 주실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見月望指라는 말이 있습니다. ‘달을 보라고 달 쪽을 향해 손짓을 했더니,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 끝만 본다.’라는 뜻입니다. 돌아가신 성철 스님께서 말씀하신 뒤로 여러 사람에게 알려졌습니다. 작은 일에 신경을 쓰다가 큰일을 잊는 다거나 본질을 잊고 곁가지에 한 눈을 파는 경우를 이르는 말입니다.

 

교회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성전 건축에 쓰인 금액, 헌금의 액수, 신자 수 등을 먼저 보게 되는 경우입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교회의 가난한 이들을 위한 봉사와 활동입니다. 본당의 예산은 찬조와 나눔을 위해서 쓰여야 합니다. 지역의 현안을 함께 고민하고, 지역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서 연대하는 것도 필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에 교회는 지금의 현실에 안주하려하고, 외적인 성장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이렇게 말씀을 하셨습니다. “혼인 잔치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 슬퍼할 수야 없지 않으냐? 그러나 그들이 신랑을 빼앗길 날이 올 것이다. 그러면 그들도 단식할 것이다.” 단식이라는 그릇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그 그릇에 무엇을 채우는가!’입니다. 나의 몸을 채우는 것이 사랑, 자비, 희생, 나눔이 될 때 우리는 진정한 신앙인이 될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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