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재의 예식 다음 토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3-02-24 조회수792 추천수7 반대(0)

동창 신부님들 중에 도시빈민사목을 하는 신부님들이 있습니다. 5년도 힘든데 어느덧 10년을 넘기고 20년째 하는 신부님들입니다. 봉천동, 삼양동, 금호동, 장위동에 건물을 얻어서 지내고 있습니다. 건물은 사제관이며, 미사를 봉헌하는 성당이며, 친교를 나누는 사랑방이며, 업무를 보는 사무실입니다. 주방을 맡아 주는 직원도 없고, 사무실을 맡아 보는 직원도 없습니다. 모든 업무는 신부님이 도맡아 합니다. 신부님들은 용산참사의 현장에서 거리미사를 집전하였고, 세월호 참사의 현장에서도 거리미사를 함께 하였습니다. 이태원 참사의 현장에서도 미사를 함께 하였습니다. 가을의 낙엽이 낮은 곳으로 떨어지듯이 신부님들은 그렇게 힘들고, 외로운 곳으로 가까이 갔습니다. 교도소에서 출소한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동창 신부님도 있었습니다. 출소자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대출해주는 은행도 만들었습니다. 남들은 모두 꽃길을 원하는데 굳이 가시밭길을 찾아다니는 동창 신부님들입니다. 동창 신부님들이 있어서 자랑스러우면서도 낮은 곳을 찾아가지 못하는 저 자신이 부끄러울 때가 있습니다.

 

중남미 과테말라에서 10년째 선교사로 사목하는 후배 신부님이 있습니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현지인들과 가족처럼 지내고 있습니다. 저는 성소국장으로 있을 때 신부님이 사목하는 성당을 방문했습니다. 신부님은 신학생들이 현장체험을 할 수 있도록 기꺼이 자리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신학생들은 과테말라 현지에서 지내면서 신부님의 사목활동을 보았습니다. 앞으로 사제가 되면 선교사가 되겠다는 신학생도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편하게 지낼 수도 있지만 굳이 먼 타국에서 선교사로 지내는 후배 신부님을 보면 자랑스럽습니다. 기름진 밭에서 100배의 열매를 거두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가시밭길에서도, 돌밭에서도 땀 흘려 10배의 열매를 맺는 것은 하늘에 보화를 쌓는 것입니다. 아이티에서 10년 넘게 선교사로 지내는 신부님의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신부님께서 보내 주는 글을 읽으면 하루하루가 북새통입니다. 납치의 위험도 겪어야 했고, 총을 든 강도도 만났었고, 온 몸이 썩어가는 환자를 돌보아야 했습니다. 그렇게 10년을 지내고 있는 신부님이 진정한 사목자라는 생각입니다.

 

소록도에서 50년을 수도자로 지내던 수녀님들의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평생 한센인들과 함께 지냈습니다. 수녀님들은 이제 나이가 많아서 더 이상 봉사하기 힘들어졌습니다. 어느 날 편지 한 장 남기고 수녀님들의 고향으로 돌아갔습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선우경식 선생님은 요셉의원을 설립하셔서 평생 가난한 이들에게 인술을 베풀었습니다. 저의 부친께서도 선생님들 도와서 요셉의원에서 3년간 봉사하였습니다. 전국을 다니면서 한센인들의 틀니를 만들어 주신 강대건 선생님도 있습니다. 그동안 진료한 한센인들이 만 오천 명이 넘었다고 합니다. 소년, 소녀 가장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독고 노인들에게 명절 때면 떡을 드리던 형제님도 있었습니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도 모르게 하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실천하신 형제님입니다. 저는 그 선행을 면장님을 통해서 알았습니다. 밤하늘은 별들이 있기에 아름다운 것처럼 교회가 아름다운 것은 낮은 곳으로 임하는 사목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선행의 빛을 비추는 신앙인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독서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굶주린 이에게 네 양식을 내어 주고 고생하는 이의 넋을 흡족하게 해 준다면 네 빛이 어둠 속에서 솟아오르고 암흑이 너에게는 대낮처럼 되리라.” 교회가 2000년 역사를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훌륭한 제도와 화려한 성당이 있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낮은 곳에서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의로운 이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도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건강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불러 회개시키러 왔다.” 교회가 2000년 역사를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가난하고 병든 이들의 벗이 되어주었던 사목자와 신자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2023년 사순시기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나의 말과 행동이 어두운 밤을 비추는 밝은 빛이 되면 좋겠습니다. 나의 말과 행동을 보면서 사람들이 나도 종교를 가지면 천주교를 선택하겠다는 말을 들으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