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사순 제1주간 토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3-03-03 조회수780 추천수8 반대(0)

신학교에는 전설과 같은 교수 신부님들이 있었습니다. 신약학을 가르치셨던 신부님의 성함은 박상래신부님입니다. 학생들은 신부님의 별명을 박살래로 부르곤 했습니다. 신부님은 신약성서를 아주 엄하게 가르쳤습니다. 신부님은 성서학에 대한 책을 여러 권 번역하였습니다. 그리스도론도 가르쳤는데 예수에 대한 책도 번역하였습니다. 신부님의 가르침은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와 같았습니다. 신부님께서 번역하신 책은 젊은 신학생들에게는 죽비와 같았습니다. 신부님은 이집트에서 고통 받는 이스라엘 백성을 광야로 이끄는 모세와 같았습니다. 광야에서 황금 소를 만들어서 숭배하던 이스라엘 백성을 엄중하게 꾸짖었던 모세와 같았습니다. 40년이 지났지만 복음에 대한 신부님의 강의가 선명하게 생각납니다. 복음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선포하셨던 하느님나라였습니다. 복음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신 말씀과 행하신 표징이었습니다. 복음은 죽었지만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였습니다. 신부님의 강의는 신학생들에게는 기쁜 소식이었습니다.

 

라틴어를 가르쳤던 허창덕 신부님이 있습니다. 신부님께서는 말로만 엄하신 분이 아니었습니다. 행동(?)으로 엄하시기도 하였습니다. 우리는 ‘L’‘R’의 발음을 잘 구별 못한다고 하였습니다. 신부님은 수업시간에 발음을 시키셨습니다. 발음 구별을 잘 못하면 분필이 날라 오기도 했습니다. 발음 구별을 잘 하면 잠시 웃기도 하였습니다. 사제가 될 사람들이 발음 구별도 못하면 안 된다고 하였습니다. 신부님께서는 북간도에서 사목을 하였습니다. 해방이 되어 북한으로 갔다가 공산주의를 피해서 남한으로 왔습니다. 신부님께서 1년에 한번 순한 양이 되는 때가 있습니다. 신부님의 생일에 신학생들은 선구자를 불러드렸습니다. 그때는 돌아온 탕자를 따뜻하게 맞이하였던 아버지와 같았습니다. 신부님은 일생의 숙원 과제였던 라틴어 사전을 만드셨습니다. 질풍노도와 같은 젊은 신학생들도 신부님 앞에서는 모두 어린양이 되었습니다. 수업시간에 해 보라고 하셨던 랄렐릴롤루가 문뜩 생각납니다.

 

군대에서 흔히 듣던 말이 있습니다. “훈련 중에 흘린 땀 한 방울은 전투에서 흘리는 피 한 방울과 같다.” 훈련을 충실하게 받은 군인들은 실전에서 부상당하거나 사망할 확률이 그만큼 적어진다는 의미입니다. 제가 있던 부대는 상급부대였습니다. 저도 주로 행정업무를 보았습니다. 사격훈련도 거의 하지 않았고, 행군도 거의 없었습니다. 9시에 사무실 출근하고 5시에 퇴근해서 내무반으로 돌아오는 일과였습니다. 어느 날입니다. 대통령이 부대를 방문한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1달 전부터 전방에서 군인들이 와서 외곽 경계근무를 하였습니다. 가끔씩 사병식당에서 전방에서 온 군인들을 보았습니다. 발걸음도, 행동도, 눈빛도 행정업무를 하는 저희 동료들과는 달랐습니다. 배식과정에서 약간의 시비가 있었지만 한마디로 상대가 되지 않았습니다. 훈련에서 땀을 많이 흘렸던 군인들이었습니다. 전방에서 온 군인들에 비하면 우리는 소위 당나라군인들이었습니다.

 

신앙은 좋은 것이 좋은 것이 아닙니다. 신앙은 물에 물 타고, 술에 술 타듯 대충 넘어가는 것도 아닙니다. 신앙은 결단이고, 행동이며 실천입니다. 초대교회 신자들은 이 신앙 때문에 박해를 받았고, 목숨까지 바쳤습니다. 이 세상에서의 박해와 순교는 천상에서 영원한 생명으로 보상 받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신앙의 선조들도 이 신앙 때문에 정든 고향을 떠나야 했고, 가진 것을 모두 빼앗기기도 했고, 노비로 팔려가기도 했습니다. 이 신앙 때문에 만 명이 넘는 신앙의 선조들이 순교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 때문에 복음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그리고 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누구든지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자기의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 우리들 또한 신앙의 선조들이 걸어온 뜨거운 신앙의 열정을 충실하게 본받아야 하겠습니다. 우리들의 후손들이 우리들의 신앙을 보고 예수 그리스도의 향기를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들의 삶이 제2의 그리스도가 되면 좋겠습니다.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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