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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어머니의 한글 공부 / 따뜻한 하루[42]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3-03-03 조회수324 추천수1 반대(0) 신고

 

 

주위에도 가끔 있듯이 저에게도 낳아주신 분과 키워주신 두 분의 어머님이 계십니다.

형제 셋을 낳아주시고 10여 년 키워주신 어머니는 오랜 암 투병 끝에 돌아가셨습니다.

그 후 새어머니가 오셨는데, 저는 반항은 기본이고 가시 돋친 거친 말만 골라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아버지가 새어머니와 하시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아버님은 좀은 늦었지만, 새어머니 사이에 새 자녀를 갖고 싶어 하셨지만,

새어머니는 지금의 셋을 위해서라도,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두 분의 대화를 숨죽여 들으면서 걷잡을 수 없이 반성의 눈물이 흘렀습니다.

새 어머님에 대한 저의 반항에,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을지 너무 죄송했습니다.

평소 가시 돋친 거친 말만 골라 한 저의 지난 행동이 너무너무 부끄러웠습니다.

 

저 역시 이제 세월이 흘러 결혼을 하고, 어느덧 두 자녀의 아빠가 되었습니다.

아버님께서 몇 년 전 돌아가셨지만, 자주 어머님을 찾아 안부를 묻고 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어머님께 부재중 전화가 여러 통 와 있었습니다.

퇴근 때 다소 걱정되는 마음으로 얼른 어머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어머니, 혹시 무슨 일 있으세요?"

"아범, 괜히 큰일도 아닌데 미안하네,

혹시 쓰다 남은 연필과 공책 있나 했어!"

 

"아니, 지금 갑자기 연필하고 공책은 왜요?"

"그게 사실은 지금이라도 한글 공부를 시작해 볼까 해서

저는 큰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안도했지만, 궁금해 다시 물었습니다.

 

사실 생각해 보니 어머님께서 한글을 잘 쓰지 못하신다는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어머님은 어릴 때 가정 형편상 학교 공부 대신 부모님 따라 돈 버셨다는 것을 요.

80세가 다 되어 가시는 어머님은 평생 한글을 모르시는 게 큰 한이 된 것 같습니다.

 

그날 퇴근길에 문구점에서 연필, 공책, 지우개 등 필요한 것을 사서 갖다 드렸습니다.

그동안 어머님의 어린 시절 공부 못하신 한과 어려움을 지레짐작 알고 있으면서도

자식 된 도리를 충분히 했다고 여긴 저는, 여전히 부족한 불효자인 것 같습니다.

 

저의 새 어머님은 어린 제게 부유한 환경과 세상 지식을 알려주지는 못하셨지만,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기본 도리와 이웃 간의 나눔을 몸소 실천해 주셨습니다.

이제라도 어머님의 뒤늦은 한글 공부에 자식 된 효도를 꼭 드리고 싶습니다.

 

신앙인이 명심해야 할 십계명 중 이웃사랑의 첫 내용입니다(신명 5,16).

주 너의 하느님이 너에게 명령하는 대로,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여라.

그러면 너는 주 너의 하느님이 너에게 주는 땅에서 오래 살고 잘될 것이다.’

 

그렇습니다.

비록 낳지는 못하셔도 키워주신 분은 다 부모님이십니다.

희생으로 가정을 일구시면서, 사랑을 주신 어머니이십니다.

자식에게 쏟는 그 반이라도 부모님께 드리면 참 좋겠습니다.

헌신이야말로 사랑의 연습이며, 그 헌신으로 사랑은 자랍니다.

 

감사합니다. ^^+

 

 

태그 새어머니,한글 공부,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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