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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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순 제2 주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3-03-04 조회수770 추천수8 반대(0)

교포사목으로 오시는 신부님들은 한국어는 물론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면 좋습니다. 언어를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섬김을 받으러 오는 것이 아니라, 섬기려는 마음으로 오는 것입니다. 교포사목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은 언어의 문제가 본질은 아닙니다. 복음적인 삶을 살려는 마음의 자세입니다. 사제를 모시기 위해서 한국까지 갔었던 신부님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몇 개 교구를 다니면서 사제들의 모습을 보았다고 합니다. 능력은 있지만 겸손한 사제를 찾기가 어려웠다고 합니다. 결국 한국에서 사제를 모시는 것은 포기하였고, 미국에서 사제를 양성하는 방법을 찾았다고 합니다. 잠시 머물다 왔기 때문에, 겉모습만 보았기 때문에 섬기는 사제, 겸손한 사제를 못 만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저 자신을 돌아보면 저 역시도 섬김을 받는 삶에 더욱 익숙했습니다. 복음적인 삶, 겸손한 삶 보다는 세상의 것들에 관심이 더 많았습니다. 소금처럼 자신의 모습을 온전히 녹이면서 맛을 내는 사제들이 많았다면 사제를 모시러 갔던 신부님은 기뻐하며 돌아왔을 것 같습니다.

 

부르클린 교구의 교구장님의 본당 사목방문을 보았습니다. 본당에는 영어미사, 스페인어 미사, 한국어 미사가 있었습니다. 주교님은 3개 공동체의 미사를 모두 집전하였습니다. 미사는 오전 9, 1030, 12시에 있었습니다. 영어와 스페인어는 주교님께서 잘 하시기 때문에 주례를 하였지만 한국어 미사는 제가 주례를 하였습니다. 사목방문 하시는 주교님의 열정에 놀랐습니다. 한국에서는 보통 교중미사만 주례를 하시는데 주교님은 모든 주일미사를 함께 하였습니다. 주교님의 소탈함과 겸손함에 놀랐습니다. 미사가방도 직접 들고 왔습니다. 제의도 본인이 직접 입었습니다. 한국어는 못 하시니 제게 주례를 부탁하였습니다. 영어로 미사경본을 준비하겠다고 했지만 한국 공동체의 미사니 한국어로 하라고 배려해 주었습니다. 알아듣지 못하는 한국어 미사에 함께 하셨지만 미소를 잃지 않았습니다. 하느님의 아들이 사람이 되신 것처럼 주교님은 한국어 미사에 함께 하면서 소통하려고 하였습니다. 미사 후에 교우들과 사진도 같이 찍고, 몸이 아픈 사람에게 안수를 해 주었습니다. 격식과 절차를 넘어서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하느님께서는 아브라함에게 고향과 친족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라고 하십니다. 하느님께서 보여 주시는 땅으로 가라고 하십니다. 익숙하고, 편안하고, 안전한 곳을 떠나라고 하십니다. 사제들에게 익숙하고, 편안하고, 안전한 곳은 주로 본당입니다. 봉사자들이 있고, 사제관도 있고,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으면 큰 어려움 없이 사제로 지낼 수 있습니다. 둥지를 벗어나야 새는 하늘을 날 수 있습니다. 본당 사목에서 보람을 느낄 수도 있지만 새로운 사목의 현장으로 떠나는 신부님들을 보았습니다. 그곳은 젖과 꿀이 흐르는 축복의 땅이 아니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사목하는 신부님, 아마존에서 사목하는 신부님, 아이티에서 사목하는 신부님을 보았습니다. 음식과 문화와 풍토가 다른 곳입니다. 열병 때문에 고생하기도 하고, 납치의 위험을 겪기도 하고, 외로움에 눈물 흘리기도 합니다. 비록 익숙하고, 편안하고, 안전하지는 않지만 신부님들은 그곳에서 가난한 이들의 모습으로 오시는 예수님을 만났다고 합니다. 아픈 이들의 모습으로 오시는 예수님을 만났다고 합니다. 익숙하고, 편안하고, 안전한 곳일지라도 섬기는 삶을 산다면, 겸손한 삶을 산다면 그곳이 하느님께서 보내시는 땅이라고 생각합니다. 불평과 불만의 삶을 산다면 그 어떤 곳도 하느님께서 보내시는 땅은 아닐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보여 주시는 새 하늘과 새 땅은 장소의 문제가 아닙니다. 섬김과 겸손의 문제입니다. 섬김과 봉사의 삶을 사는 사람에게는 늘 새 하늘과 새 땅이 주어집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와 야고보 그리고 요한과 함께 타볼 산으로 가셨습니다. 그곳에서 예수님께서는 거룩하게 변하였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제자들은 그곳에서 천막을 3개 만들어서 모세와 엘리야 그리고 예수님께 드리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그렇게 새 하늘과 새 땅에서 편하게 살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먼저 사람의 아들이 고난을 받고, 죽은 이들 가운데서 되살아나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고 하였습니다. 비에 젖지 않고 피는 꽃도 없다고 하였습니다. 거룩한 변모는 십자가의 희생과 죽음이 있어야 빛이 나는 것입니다. 강을 버리는 물만이 바다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꽃을 버리는 나무만이 열매를 맺는 것입니다. 섬김과 겸손의 삶을 산다면 지금 이곳이 하느님께서 보내시는 땅입니다.

 

하느님의 힘에 의지하여 복음을 위한 고난에 동참하십시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행실이 아니라 당신의 목적과 은총에 따라 우리를 구원하시고 거룩히 살게 하시려고 우리를 부르셨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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