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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사순 제2주간 월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3-03-05 조회수797 추천수5 반대(0)

흑기사라는 말이 있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을 대신 해 주는 사람을 뜻합니다. 술자리에서 간혹 흑기사를 볼 때가 있습니다. 술이 좀 과했거나,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사람이 부득이 하게 술을 마셔야 할 때에 대신 술을 마셔주는 우정(?)을 보여주는 친구가 있습니다. 회사에서는 술 상무라는 말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거래처와 회식이 있을 때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술도 곧잘 마시면서 거래를 성사시키는 직원이 있습니다. 본인이 원하지는 않지만 친구를 위해서, 회사를 위해서 수고하는 사람들입니다. LA에 신문 홍보를 오면 언제나 기쁜 마음으로 저를 맞이해 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제게 보내 주시는 흑기사입니다. 공항으로 마중 나와 주시고, 제가 있는 동안 차량 봉사를 해 주십니다. 무엇보다 편안한 숙소를 마련해 주시고, 아침에 미사를 봉헌 할 수 있도록 준비해 주십니다. 가족처럼 지내는 부부들도 기꺼이 시간을 내 주곤 합니다. 제게도 흑기사가 되어 주시지만 LA에 오시는 다른 신부님들에게도 따뜻한 마음을 보여 주십니다. 이런 분들이 계시기에 LA로 가는 발걸음은 늘 가볍고 편합니다.

 

주변을 보면 지친 이들에게 위로를 주고, 기꺼이 시간을 내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신문사 옆에 있는 퀸즈 성당의 본당 신부님은 언제나 열린 마음으로 나그네 사제들을 따뜻하게 맞이해 줍니다. 남미에서 선교하는 신부님들, 유럽에서 공부하는 신부님들은 옹달샘에서 목을 축이는 다람쥐처럼,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사람처럼 사제관에서 머물다가 소임지로 돌아가곤 합니다. 때로 귀찮을 수도 있지만 신부님은 기꺼이 사제들을 위한 사랑방을 마련해 주십니다. 제가 있는 신문사에도 작년에 손님 신부님들이 왔었습니다. 시카고에서 공부하는 신부님, 메릴랜드에서 공부하는 신부님, 한국에서 은퇴하신 신부님이 머물다 가셨습니다. 기꺼이 흑기사를 하지는 못하지만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이 예수님께 머물다 가라고 했던 것처럼 저도 신부님들이 머물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줍니다. 젊으신 신부님들은 알아서 뉴욕을 다니기에 차량 봉사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밤하늘은 별들이 있기에 아름다운 것처럼 흑기사들이 있기에 세상은 아름답습니다.

 

지상 최대의 흑기사는 예수님이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 예수님께서는 소경의 눈을 뜨게 해 주셨습니다. 앉은뱅이는 일어나게 해 주셨습니다. 중풍병자를 고쳐 주셨습니다. 나병환자는 깨끗하게 해 주셨습니다. 5000명을 배불리 먹여 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이 아니라 몸소 행동으로 흑기사가 되어 주셨습니다. 돌에 맞아서 죽어야 했던 여인의 죄를 묻지 않고 용서해 주셨습니다.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이야기를 하시면서 누가 강도당한 사람의 이웃이 되어주었느냐?’고 율법학자에게 물었습니다. 율법학자는 강도당한 사람에게 자비를 베푼 사마리아 사람이라고 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너도 가서 그렇게 하여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신앙생활은 복잡한 것이 아닙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남에게 해 주는 것입니다. 기쁜 마음으로 흑기사가 되어주는 것입니다.

 

주어라. 그러면 너희도 받을 것이다. 누르고 흔들어서 넘치도록 후하게 되어 너희 품에 담아 주실 것이다. 너희가 되질하는 바로 그 되로 너희도 되받을 것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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