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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순 제2주간 화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3-07 조회수275 추천수3 반대(0) 신고

[사순 제2주간 화요일] 마태 23,1-12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을 대하는 마음자세가 어떤지를 제대로 알아보려면 무엇을 살펴보면 될까요? 그가 아랫사람을 대하는 모습을 드러나지 않게 지켜보면 됩니다. 사람은 보통 자기보다 지위가 높은 사람, 그래서 자기가 하는 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을 대할 때에는 속마음을 숨기고 예의 바르게 행동하지만, 자기보다 지위가 낮은 사람, 그래서 제 지위와 권한을 이용하여 쥐락펴락 할 수 있는 사람을 대할 때에는 마음 속 본성이나 욕망을 그대로 표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교만에 취해 마음이 풀어지다보니 ‘그런 척’, ‘아닌 척’하던 위선이 허술해지고 그렇게 자기 밑천을 다 드러내게 되는 겁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이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을 비판하시는 이유도 그들이 지닌 위선적 태도 때문입니다. 그들은 ‘하느님을 믿고 섬긴다’고 말로만 고백하고, 정작 자기들이 고백한 신앙을 행동으로 실천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들이 하는 모든 일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기들이 얼마나 경건한 태도로 하느님을 섬기는지, 율법을 얼마나 잘 지키는지를 ‘보여주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러기 위해 기도는 꼭 성전이나 저잣거리처럼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장소에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시간에 길고 장황하게 바쳤습니다. 자신이 하느님 말씀을 항상 기억하고 되새김을 드러내기 위해 옷에 큰 주머니를 만들고 그 안에 성경구절을 적은 양피지를 눈에 잘 띄도록 넣고 다녔습니다. 자신이 하느님 앞에 나아갈 때 몸가짐을 얼마나 조심하는지를 과시하기 위해 옷자락 술을 길게 늘어뜨린째 바닥에 질질 끌고 다녔습니다. ‘숨은 일도 보시는 하느님’의 존재와 시선을 생각했다면 그러지 않았을텐데, ‘아랫사람’을 속이는 방법으로 하느님마저 속이려 들었기에 그런 위선적 태도를 보인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본심은 그들이 힘없는 백성들을 대하는 태도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고 말았습니다. 그들은 백성들에게 율법의 세부조항 하나까지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정작 자신들은 6백 가지가 넘는 율법조항의 내용들을 제대로 알지 못했으며 서로 다른 규정이 충돌할 경우 어떤 것이 더 중요한지를 두고 논쟁하기 바빴습니다. 설사 어떤 율법이 중요한지를 안다고 해도 그것을 지키면 금전적 사회적으로 손해를 볼까 두려워 제대로 지키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향료의 십일조처럼 굳이 지키지 않아도 되는 아주 사소한 규정들을 철저하게 지키면서 사람들 앞에서 생색내기 일쑤였습니다. 또한 자기들이 기도를 자주, 길게 바친다고 으스댔지만, 그 기도에는 철저한 반성과 통회, 회개는 없고 구구절절 자기자랑을 늘어놓으며 하느님으로부터 돈을 많이 벌기 위한 축복을 구걸하는게 다였습니다.

 

예수님은 우리도 그런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겸손’의 미덕을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하십니다. 자신을 드러내고 높아지려는 교만을 버리고 하느님 앞에서, 그리고 사람들 앞에서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 ‘위’에 서 있으려고 아등바등하지 말고, 하느님 ‘앞’에 떳떳하게 설 수 있도록 늘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 눈에 내 모습이 어떻게 보일지를 신경쓰지 말고, 하느님께서 지금 내 모습을, 내 말과 행동을 보시고 어떻게 생각하실까, 나를 사랑하시는 그분 마음을 흡족하게 해 드리려면 내가 무엇을 해야할까를 먼저 신경쓰라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인간관계가 아니라 하느님과의 관계에서 자기 정체성과 행복을 찾아야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함 승수 세례자요한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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