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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순 제2주간 수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3-08 조회수355 추천수2 반대(0) 신고

[사순 제2주간 수요일] 마태 20,17-28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도 그렇지만, 예수님이 활동하시던 시대에 유다 사회에서도 ‘서열’은 꽤나 중요하고 예민한 문제였습니다. 당시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있어서 ‘하늘’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자식들은 아버지가 죽으라고 하면 죽는 시늉까지 해야 할 정도였지요. 그런 엄격한 서열은 형제관계에서도 비슷했습니다. 장남과 차남은 가족 안에서, 그리고 사회 안에서 그 지위나 권한이 ‘하늘과 땅 차이’였습니다. 이처럼 ‘서열’이 사회적으로 갖는 의미가 컸기에, 당시 유대인들은 ‘자리’ 문제에도 굉장히 예민하게 굴었습니다. 공식적인 모임에서 누가 더 ‘상석’에 앉는가 하는게 목숨을 걸 정도로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서로 높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싸웠지요. 예수님의 눈에는 그런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고 한심스러워 보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어느 공동체보다 ‘복음적’이어야 할 예수님의 제자들 사이에서도 그 ‘서열’ 문제가 중요한 화두로 부각되기 시작합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세번째로 당신의 십자가 수난과 부활을 예고하시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그런데 그 엄숙하고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제자들은 예수님의 괴로운 심정을 헤아리고 각오를 다지기는 커녕, 그분의 말씀을 흘려 듣고 마음 속에 딴 생각을 품습니다. 예수님께서 예고하시는 ‘하느님 나라’에서 어떻게 하면 자기가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할지를 궁리하며 서로를 견제하기 시작한 겁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먼저 주도권을 잡고자, 한 어머니가 슬쩍 예수님께 접근합니다. 자기 두 아들이 부르심을 받고나서부터 줄곧 예수님 일행과 함께 다녔던 듯 합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셔서 당신 사명을 다 이루시면 그 ‘공신’인 제자들에게 그 보상이 주어질거라 기대한 모양이지요. 그래서 예수님 앞에 엎드려 절까지 하면서 이렇게 청합니다.

 

“스승님의 나라에서 저의 이 두 아들이 스승님의 오른쪽과 왼쪽에 앉게 해 주십시오.”

 

그 어머니가 생각한 ‘하느님 나라’는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올라가셔서 실현하실 ‘현세의 왕국’이었음이 분명히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그랬기에 권력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우의정’과 ‘좌의정’ 자리를 청탁한 것이지요.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본 다른 제자들도 같은 마음이었음이 드러납니다. 제자가 열 두 명이나 되는데, 이 결정적인 시기에 어머니까지 앞세워서 자리 청탁을 하는 야고보와 요한이 비겁하다며 불쾌하게 여긴 겁니다. 누가 더 낫다고 할 수 없는 한심한 ‘도토리 키재기’입니다. 참으로 안타깝고 가슴아픈 촌극입니다.

 

그런 그들에게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하느님 앞에서 참으로 높은 사람이 되고 싶다면 먼저 남을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곧 왕이 되고 싶으면 ‘먼저’ 아내를 왕비로 대해야 하고, 왕비처럼 살고 싶으면 ‘먼저’ 남편을 왕처럼 섬겨야 한다는 뜻입니다. 섬긴다는 것은 그저 자신을 낮추는 겸손이나 자기비허와는 다릅니다. 낮은 자리에서 상대방을 올려다보며 존중하고 이해하며 사랑하는 것이 그 핵심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높이기 위해서, 곧 우리를 하느님 자녀 되게, 당신의 형제 자매 되게 하기 위해서 섬기셨듯이 말입니다. 남은 사순시기 나의 이웃 형제 자매들을 사랑과 겸손으로 존중하며 섬기는 봉사를 열심히 실천하면 좋겠습니다. 하느님께서 그런 우리를 당신 영광으로, 참된 행복으로 들어높여 주실 겁니다.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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