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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순 제2주간 목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3-09 조회수396 추천수2 반대(0) 신고

[사순 제2주간 목요일] 루카 16,19-31 “우리와 너희 사이에는 큰 구렁이 가로놓여 있어, 여기에서 너희 쪽으로 건너가려 해도 갈 수 없고 거기에서 우리 쪽으로 건너오려 해도 올 수 없다.”

 

 

 

 

오늘 복음 속 비유를 보면, 부자가 지옥에서 고통받게 된 것은 그의 ‘뻔뻔함’ 때문인 듯 합니다. 본인은 살아 생전에 자기 집 대문 앞에서 병든 몸으로 누워 굶주리는 라자로에게 무관심 했으면서, 그의 어려운 처지나 힘든 상황을 헤아려주지도, 그의 고통에 공감해주지도 않았으면서, 참으로 뻔뻔하게, 마치 라자로가 그렇게 해주는게 당연하다는 듯이, 라자로를 보내 타는 갈증으로 고통받는 자기 혀를 식혀달라고, 라자로를 보내 자기 가족들만은 이 고통스러운 지옥에 오지 않도록 경고해달라고 청하는 것을 보면 말이지요. 그의 마음 속에는 라자로를 굶주림 속에 방치하여 죽게 만들었다는 미안함이나 죄책감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뻔뻔하게 자기를 위해 봉사해 줄 것을 청하는데 대한 민망함이나 부끄러움도 없습니다. 그저 자기 입장만, 자기 가족의 안위만 생각하는 이기적이고 자기 중심적인 태도만 있을 뿐입니다. 바로 그 태도가 자기 주변에 아무도 건너갈 수 없는 큰 구렁을 만들었음을, 자기 이기심과 무관심이 스스로를 외로움과 고독, 사랑의 단절이라는 깊은 구렁 속으로 밀어넣었음을, 그는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부자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하느님 보시기에는 단지 큰 악행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해서 자기 할 바를 다 한게 아니라는 것을, 기회가 있을 때 선행과 자비를 실천하지 않는 것이 곧 죄이며, 그 죄를 살아있을 때에 사랑으로 보속하지 않으면 하느님의 준엄한 심판을 피할 수 없음을 알려주는 겁니다. 그것은 야고보 사도가 가르친대로 입니다. “좋은 일을 할 줄 알면서도 하지 않으면 곧 죄가 됩니다.”(야고 4,17) 그가 심판받은 것은 재물을 많이 소유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하느님 뜻에 맞게 올바르게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자기 혀만 적시고 자기 배만 채우려 했을 뿐, 남의 혀를 적시고 남의 배를 채우는 일에는 무관심하고 인색하게 굴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습니다. 재물에 소유당하지 않으려면, 그래서 그 재물의 종이 되지 않으려면, 자기가 소유한 재물을 최대한 활용하여 예수님의 형제들인 ‘가장 작은 이들’, 가난한 이, 병든 이, 소외받아 외로운 이, 무시당하고 핍박당하는 이들에게 사랑과 자비를 실천해야 합니다. 그래야 재물로부터, 그리고 그 재물에 대한 탐욕이 만드는 죄로부터 자유로워져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와 너희 사이에는 큰 구렁이 가로놓여 있어, 여기에서 너희 쪽으로 건너가려 해도 갈 수 없고 거기에서 우리 쪽으로 건너오려 해도 올 수 없다.”

 

아브라함의 입을 통해 선포되는 이 메시지는 오늘 비유 속 부자처럼 이미 지옥에 있는 이들에게는 준엄한 ‘심판’이 되고, 아직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엄중한 ‘경고’가 됩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을 지니고 살면서도 죄만 짓지 않으면, 그래서 지옥에만 가지 않으면 하느님의 자비에 기대어 어떻게든 될거라는 안일한 기대를 품고 나태한 모습으로 살아가지만, 천국의 삶과 지옥의 삶은 엄연이 다르며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하느님의 심판이 천국행 혹은 지옥행으로 일단 한 번 내려지면 그 선고는 결코 번복되거나 취소되지 않으니, 아직 이 세상에 살아있을 때에 내가 욕심과 이기심으로 파내려간 구렁을 사랑과 자비로 메꾸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루고 미루다가 때를 놓치고 뒤늦게 후회해봐야 때는 늦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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