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사순 제2주간 금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3-03-09 조회수778 추천수6 반대(0)

기시감(旣視感, 프랑스어: Déjà Vu 데자뷔)라는 말이 있습니다. 처음 만났는데 예전부터 알았던 사람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처음 가는 곳인데 예전에 와봤던 곳처럼 느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혀 다른 공간과 장소인데 비슷한 전설과 신화가 전해지기도 합니다. 인드라망처럼 어쩌면 우리는 모두 하나의 기운으로 연결된 것이라는 생각이 있습니다. 저도 처음 보는 사람인데 마치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친숙함을 느끼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처음 가는 장소인데도 예전에 와 봤던 것처럼 편안함을 느끼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우리의 몸은 신경과 혈관이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의 몸은 여러 지체로 이루어져있지만 우리는 하나의 몸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몸의 여러 지체를 통제하고 있고,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그러한 생각의 지평을 더 넓게 보았습니다. 신앙인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지체들이라고 보았습니다. 교회는 여러 곳에 있지만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하나의 교회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오늘 우리는 요셉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요셉은 예수님보다 2000년 전에 살았습니다. 그런데 요셉의 이야기를 들으면 예수님과 비슷한 점이 있습니다. 막내로 태어났던 요셉은 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았습니다. 예수님께서도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아들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실 때, 거룩하게 변모하실 때 하느님께서 직접 말씀하셨습니다. 요셉은 형제들의 시기와 질투를 받았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율법학자와 바리사이들로부터 시기와 질투를 받았습니다. 요셉은 은전 스무 닢에 팔렸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은전 서른 닢에 팔렸습니다. 요셉은 감옥에 갇히고 고난을 받았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재판을 받고 사형선고를 받았습니다. 요셉은 하느님의 도움으로 이집트의 재상이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하느님의 은총으로 부활의 영광을 얻었습니다. 요셉은 형제들의 잘못을 용서하였고, 가족들에게 편안한 집과 먹을 것을 주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제자들을 용서하셨고, 영원한 생명을 약속하셨습니다. 요셉은 악을 악으로 갚지 않았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잘못한 모든 이들을 용서하셨습니다. 요셉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예수님의 모습이 떠오를 수 있다면 그것도 하나의 기시감은 아닐까요?

 

오늘 예수님께서는 소작인의 비유를 말씀하셨습니다. 소작인은 주인의 포도원을 잘 가꾸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런데 소작인은 포도원이 자기들의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소출을 거두려고 주인이 종들을 보냈습니다. 소작인들은 주인이 보낸 종을 매질하고 죽이기까지 했습니다. 주인은 아들까지 보내서 소출을 받으려고 하였습니다. 소작인들은 주인이 보낸 아들을 상속인이라고 생각하고 죽였습니다. 주인은 포도원의 소작인들을 모두 없애 버리고 소출을 잘 내는 다른 소작인들로 바꾸었습니다. 교회의 역사를 보면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나쁜 소작인들과 기시감을 느끼는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요한 바오로 2세 성인은 교회의 부끄러운 역사를 인류와 역사 앞에 깊이 사과하였습니다. 십자군 전쟁, 교회의 분열, 합리적인 지성에 대한 단죄, 마녀사냥, 권력과의 야합이 있었습니다. 나쁜 소작인의 모습을 보이는 성직자들도 있습니다. 제사에는 관심이 없고 젯밥에만 관심이 있는 성직자들도 있습니다.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 성직자들도 있습니다. 저 역시도 나쁜 소작인에서 자유롭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지 2000년이 흘렀습니다. 우리는 누구를 닮아야 할까요? 예수님을 유혹했던 악의 세력인 사탄을 닮아야 할까요? 예수님을 시기하고 질투했던 바리사이파와 율법학자들을 닮아야 할까요? 결정적인 순간에 예수님을 배반했던 베드로 사도를 닮아야 할까요?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고 무죄하신 예수님에게 사형선고를 내렸던 빌라도를 닮아야 할까요? 자신들을 구원하러 오셨던 예수님께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라고 했던 군중을 닮아야 할까요? 예수님께 칭찬을 받았던 사람들도 있습니다. 굳은 믿음을 보여주었던 백인대장과 시로페니키아 여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믿음을 칭찬하셨습니다. 재산의 절반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주겠다고 했던 자캐오가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자캐오의 집은 구원 받았다.”라고 하셨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를 대신 지고 갔던 키레네 사람 시몬이 있습니다. 예수님의 얼굴에 흐르는 땀과 피를 닦아 주었던 베로니카가 있습니다. 우리는 세례를 받았습니다. 예수님을 우리들의 구원자로 모시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예수님보다 앞서서 예수님을 닮은 길을 걸어갔던 요셉을 닮아야 합니다. 우리들의 모습에서 사람들이 예수님을 닮았다는 기시감을 느끼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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