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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순 제3주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3-12 조회수497 추천수1 반대(0) 신고

[사순 제3주일 가해] 요한 4,5-42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내가 주는 물은 그 사람 안에서 물이 솟는 샘이 되어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할 것이다.”

 

 

무더운 여름날이면 사람들은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음료를 찾습니다. 그런데 그냥 물은 맛이 없어 심심하다며 탄산음료나 맥주를 찾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톡 쏘는 탄산의 청량감에 음료의 시원한 맛이 더해져 마시기 좋다는 겁니다. 하지만 탄산음료나 맥주는 잠깐의 시원함을 줄 수는 있어도 목마름을 제대로 해소해주지는 못합니다. 그것들을 마신만큼 수분이 몸에서 빠져나가 오히려 마시기 전보다 더 목마르게 되고, 그런 상태에서도 계속해서 마시면 심한 탈수증세로 건강마저 해치게 되지요. 이런 점은 ‘영혼의 갈증’을 해소하는데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바쁘게 일상을 살다보면 어느 순간 마음이 헛헛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사람들은 보통 물질적이고 세속적인 것들로 그 헛헛함을 달래려고 합니다. 돈을 펑펑 쓰며 값 비싼 물건들을 사들이거나, SNS에서 유명한 맛집들을 찾아다니며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사람들에게 인기 많은 여행지들을 방문하기도 하는 겁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로는 마음 속 헛헛함을 채울 수 없습니다. 잠시 동안 고단한 현실을 잊게 해줄 뿐, 마음이 다시 현실로 돌아오면 전보다 더 큰 공허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우리는 금새 사라져버릴 세상의 것들로 마음을 채우려 해서는 안됩니다. 내 마음 구석구석까지 충만한 기쁨과 행복으로 채워주실 분, 단 한 시도 지치지 않고 꾸준히 활동하시며 나를 참된 진리의 길로 이끄시는 분을 마음에 모셔들여야 하는 겁니다. 그럴 수 있는 분은 오직 한 분 주님뿐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우리를 바로 그 영적 충만함의 길로 이끄십니다. 참된 행복을 누리고자 하면서 그 행복을 주실 분은 찾지 않고, 세상이 말하는 ‘행복의 조건’들을 채우는데에만 급급한 우리에게, 세상 것들을 갈망하느라 하느님께 대한 올바른 갈망을 지니지 못하고 부질없는 일들로 시간을 허비하는 우리에게 누구를 마음에 담아야 할지,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야 할지를 알려주십니다.

 

뜨거운 태양빛이 작렬하는 한낮에 한 여인이 물을 길으러 우물가로 다가옵니다. 중동지역에서 해가 가장 높이 뜨는 정오는 날이 너무 뜨거운 탓에 사람들이 외출을 꺼리는 시간입니다. 굳이 그런 시간에 물을 길으러 가는 여인은 기구한 사연을 가슴에 품고 있습니다. 행복해지기를 누구보다 간절히 바라며 세상의 것들을 열심히 쫓았지만 행복해지지 못한 불운한 여인입니다. 오직 배우자만이 자기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을거라는 생각에, 다섯 번이나 남자에게 버림받으면서도 또 다시 새로운 남자를 만나 함께 살고 있는, 그러면서 사람들 시선이 두려워 혼례도 치르지 못하고 언제 또 버림받을지 모를 불안한 상황 속에서 힘겹게 하루 하루를 견뎌내고 있는 가련한 여인입니다. 예수님께서 그런 그녀의 내면을 들여다보십니다. 그녀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행복에 대한 큰 갈망을 알아보십니다. 그리고 그녀에게 다가가시어 손을 내미십니다. 네가 찾는 행복은 거기 없다고, 참된 행복은 마시고 얼마 지나면 또 다시 목이 마르게 되는 ‘세상의 물’을 채워서는 누릴 수 없다고, 그러니 내 영혼의 목마름을 충만한 기쁨과 완전한 행복으로 영원히 채워주실 분을 마음 안에 받아들이고 그분의 뜻을 따르며 살아야 한다고 알려 주십니다.

 

그러면서 강조하시는 것이 ‘세상의 물’과 대비되는 ‘생명의 물’이라는 표상입니다. 세상이 주는 물을 마시는 사람은 곧 다시 타는 목마름으로 괴로워하게 되겠지만, 당신이 주시는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게 된다는 것입니다. 세상이 주는 물은 내 몸에 잠시 머물다가 빠져나가버리고 아무것도 남지 않지만, 당신이 주시는 물은 내 영혼 깊은 곳에 영원토록 머물면서 참된 진리를 깨닫게 하고, 하느님의 크신 사랑과 자비를 온전히 느끼게 하여, 나로 하여금 삶의 참된 기쁨과 행복을 누리게 만들어준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더 이상 영혼의 갈증으로 괴로워할 일도, 그 갈증을 채우기 위해 이리저리 방황할 일도 없으리라는 것입니다. 그 말씀을 들은 여인은 예수님을 의심하며 퉁명스럽게 대하던 태도를 180도 바꾸어 그분께 간절히 매달립니다. 정말 그런 ‘생명의 물’이 있다면 저에게 주시라고, 그러면 또 물을 길으러 우물가에 나오지 않아도, 마음 속 갈증을 채우기 위해 세상의 부질없는 것들을 쫓지 않아도 되겠다고 말입니다. 이 남자 저 남자에게 매달리며 행복을 구걸하는 사람이 되지 않고, 누가 뭐래도 흔들리지 않는 ‘나의 행복’을 온전히 누리는 사람이 될 수 있겠다고, 자신은 그런 영적 자유를 꼭 누리고 싶다고 말입니다.

 

예수님과의 대화를 통해 여인은 자기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던 ‘헛헛함’의 정체가 참된 행복을 누리고 싶은 영적 갈망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자신이 그동안 열심히 쫓아온 것들로는 그 갈망이 채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오직 자기 앞에 앉아계신 예수님만이 그 갈망을 온전히 채워 구원으로 이끌어주시는 ‘그리스도’이심을 깨달았습니다. 그 깨달음은 그녀를 ‘사도의 길’로 이끄시는 부르심이 됩니다. 그래서 그녀는 ‘물동이를 버려두고’ 고을로 돌아가 예수님께서 그리스도이심을 사람들 앞에서 증언합니다. ‘두레박’ 없이도, 물질적이고 세속적인 도구들이 없어도 맘껏 퍼마실 수 있는 참된 ‘생명의 물’을 발견했기에, 미련 없이 물동이를 내던질 수 있었던 겁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나를 따라오너라’라는 예수님의 부르심에 ‘그물을 버리고’ 그분을 따랐던 제자들을 닮았습니다. 그물을 버려야 사람들을 하느님께로 이끄는 행복을 낚을 수 있습니다. 물동이를 버려야 내 영혼을 참된 행복으로 채워주는 ‘생명의 물’을 마실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걸어가야할 ‘구원의 길’은 단순하고도 명확합니다. 세상 것들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그것들이 없으면 불안해하고 두려워하는 나의 욕심과 집착을 비워내야 합니다. 그리고 내 마음에 주님을, 그분의 말씀을 받아들이고 따라야 합니다. 그러면 더 이상 마음 헛헛할 일은 없을 겁니다. 주님께서 베푸시는 사랑과 은총 속에서 기쁘게 지내는 복된 나날들이 계속될 겁니다.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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