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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순 제3주간 월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3-13 조회수368 추천수2 반대(0) 신고

[사순 제3주간 월요일] 루카 4,24ㄴ-30 

 

“엘리사 예언자 시대에 이스라엘에는 나병 환자가 많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 가운데 아무도 깨끗해지지 않고, 시리아 사람 나아만만 깨끗해졌다.”

 

 

 

 

병 중에 가장 힘든 병은 ‘자폐증’이라고 합니다. 자폐증은 스스로 자기 안에 갇혀버려 세상과 단절되는 병입니다. 다른 병들은 아프고 힘들고 괴롭지만 사랑하는 이들이 옆에서 함께 있어주면서 공감하고 위로하며 연대할 수 있기에 그들로부터 그 병을 이겨낼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폐증은 사람과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부정적으로 왜곡해서 보게 하기에 모든 관계들로부터 스스로를 단절시키게 되고, 그로 인해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해 더 고통스러운 것이지요.

 

오늘 복음에 나오는 예수님의 고향 나자렛 마을 사람들이 ‘영적인 자폐증’에 걸린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선입견과 고정관념에 완전히 사로잡혀서, 마음 속에 시기와 질투, 교만이 가득차서 예수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완전히 왜곡된 모습으로 보았습니다. 그랬기에 그분께서 전해주시는 하느님 나라의 복된 소식을 귀담아 듣지 않습니다. 가난한 과부의 아들일 뿐인 별 볼일 없는 녀석이 뭐 대단한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무시하고, 저 나이 먹도록 아직 장가도 못간 무식한 목수놈이 저런 심오한 진리를 제대로 깨달았을 리가 없다며 눈에 보이는 사실마저 부정하려 든 겁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은 주변에 대한 시선을 차단당한 채 오직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와 닮았습니다. 자기들이 듣고 싶은 말만 듣고, 자기들이 보고싶은 대로만 보려하기에 자기들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깨닫지 못한 채 구원으로부터 점점 멀어져가고 있던 것입니다.

 

그런 그들에게 예수님은 시리아 장수 ‘나아만’의 이야기를 상기시키십니다. 그도 처음에는 나자렛 마을 사람처럼 편견과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대국의 장수가 왕의 친서까지 들고 그 먼길을 찾아갔으니 당연히 엘리사 예언자가 버선발로 자기를 마중 나올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엘리사는 문 밖으로 얼굴도 내밀지 않은 채 심부름꾼을 통해서 말을 전할 뿐이었습니다. 당시엔 불치병으로 여겨지던 나병을 고치겠다고 하니 수많은 준비물들을 갖춰놓고 오랜 시간동안 정성을 들여 대단한 예식을 치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엘리사 예언자는 요르단 강물에 몸을 담갔다가 나오기를 일곱 번만 반복하면 나병이 낫는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자 나아만은 속이 많이 상했습니다. 그런 상황들이 너무 어이가 없고, 자신이 무시당하고 있다는 생각에 자존심이 상하여 그냥 발길을 돌리려는데, 그의 지혜로운 부하들이 그를 만류하며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닌데 한 번 시키는대로 해보자고 청합니다. 그러자 나아만은 분노를 가라앉히고 곰곰이 생각합니다. 보다 중요한 것, 보다 본질적인 것이 무엇인지를 이성적으로 생각하며 자기 고집을 꺾고 엘리사의 지시를 따릅니다. 그렇게 그는 나병으로부터 치유되었을 뿐만 아니라,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지니게 되어 구원의 길로 들어섭니다.

 

하느님은 ‘모든 사람’에게 은총을 공평하게 내려 주시지만, 받기를 원하고, 받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만 그것을 받게 됩니다. 예수님은 ‘모든 사람’에게 구원의 메시지인 복음을 선포하셨지만, 그 메시지를 믿고 받아들이는 사람만 구원의 은혜를 누립니다. 그러니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만 보고, 당장의 이익과 손해만 따져가며 주님의 말씀을 함부로 판단하지 말아야 합니다. 내 입맛에 맞으면 받아들이고 맞지 않으면 배척하려는 편협함에서 벗어나 마음을 활짝 열고 주님께 나를 온전히 내어드려야 합니다. 주님에 대해 어설프게 아는 것은 우리가 구원에 이르는 것을 방해하는 ‘병’이 됩니다. 그 병은 오직 겸손과 순명을 통해서만 치유될 수 있습니다.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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