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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순 제3주간 화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3-03-13 조회수1,195 추천수8 반대(0)

예전에 무협지를 읽을 때가 있었습니다. 무협지의 주된 사상은 권선징악(勸善懲惡)’입니다. 부모님은 무참하게 죽임을 당하고 어린 아들이 깊은 산중에서 스승의 가르침으로 무예를 익힙니다. 성장한 아들은 이제 부모를 죽인 무도한 사람들을 상대로 원수를 갚는 것입니다. 무술의 경지는 약방의 감초처럼 즐거움을 주지만 결국 무협지의 결론은 선은 승리하고 악은 응징한다는 것입니다. 인류의 역사도 공동체를 이루면서 권선징악이 사회의 질서를 이루는 토대가 되었습니다. 고대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 법전의 내용도 권선징악을 이야기합니다. 그래야 권위가 생기고, 질서가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학교에 다닐 때 동태복수법(同態復讐法, lex talionis)’도 배웠습니다. 같은 방식으로 잘못을 응징하는 것입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표현으로 이야기합니다. 구약의 율법과 계명도 권선징악과 동태복수법의 근간에서 제정되었습니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이 난다.’라는 말처럼 선한 일에는 보상을 주고, 악한 일에는 벌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생각하였습니다.

 

2000년 전에 예수님께서는 이 땅에 오셨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권선징악과 동태복수법을 과감하게 허물었습니다. 이는 기존의 질서 속에서 권위를 누리던 이들에게는 엄청난 도전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허물었던 은 안식일에 대한 태도였습니다. 사람들은 안식일의 규정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안식일의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지킬 수 없는 사람은 죄인으로 규정했습니다. 죄인들은 속죄의 행위로 제물을 바쳐야 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라,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서 있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허물었던 권선징악의 질서였습니다. 물론 선한 사람에게 상을 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악한 사람에게도 자비를 베풀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악한 사람에게 벌을 주는 것도 방법이지만 악한 사람에게 자비를 베풀면 하느님께서는 그 자비를 보시고 나의 잘못도 용서해 주신다고 하셨습니다. 나에게 잘못한 이를 용서하면 하느님께서는 나의 잘못도 용서하신다고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허물었던 은 동태복수법의 질서였습니다. 누가 뺨을 때리면 다른 뺨마저 내어 주라고 하셨습니다. 누가 천 걸음을 가자고 하면 이천 걸음까지 가주라고 하셨습니다. 누가 속옷을 달라고 하면 겉옷까지 주라고 하셨습니다. 달라고 하면 기꺼이 주라고 하셨습니다. 이웃을 사랑하고 원수를 미워하라는 가르침이 있지만 이제는 원수까지도 사랑하라고 하셨습니다. 악인들도 자신의 가족들은 사랑한다고 하셨습니다. 하느님의 자녀는 이제 자신의 가족을 넘어서 원수까지도 사랑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오늘 베드로 사도는 예수님께 이웃의 잘못을 몇 번이나 용서하면 좋은지 물었습니다. 일곱 번이면 충분한지 물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하라고 하셨습니다. 이는 용서에는 제한이 없다는 뜻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 위에서 이렇게 간구하였습니다. “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 사람들은 자신들이 무슨 일을 했는지 모릅니다.”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하느님나라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자비와 용서였습니다.

 

1930년대에 미국은 대공황이 있었습니다. 대공황의 원인은 산업혁명으로 많은 제품이 생산되었지만 그것을 소비할 수 있는 노동자들에게 공정한 임금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자본가는 공장을 늘리고, 수익을 올리지만 노동자는 더욱 가난해 지고, 생산된 물품을 소비할 수 없기에 공황이 시작되었습니다. 대공황을 해결하기 위해서 루즈벨트 대통령은 정부 주도로 새로운 사업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노동자들에게 적법한 임금을 지급하였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의 새로운 경제 정책 수립에 도움을 준 사람은 가톨릭교회의 성직자 라이온 몬시뇰입니다. 라이온 몬시뇰의 이론적인 근거는 교황 레오 13세가 반포한 새로운 사태(Rerum Novarum)였습니다. 이 교서는 간단히 말하면, 하느님이 창조하신 인간의 기본권과 의무를 올바르게 제시하여 사회 정의를 실현하게 한 것입니다. 이 교서의 사회 정의관에 근거하여 자본가와 노동자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는 노동법으로 미국의 노동자들은 제대로 임금을 받게 되었습니다. 노동자의 구매력이 왕성해졌으니 자본가의 생산 활동도 활기를 띠게 되었습니다. ‘부익부 빈익빈을 버리고 모두가 행복한 공생의 을 만들었습니다.

 

사순시기를 지내면서 우리들 또한 자비와 용서의 삶을 살면 좋겠습니다. “이 악한 종아, 네가 청하기에 나는 너에게 빚을 다 탕감해 주었다. 내가 너에게 자비를 베푼 것처럼 너도 네 동료에게 자비를 베풀었어야 하지 않느냐? 너희가 저마다 자기 형제를 마음으로부터 용서하지 않으면, 하늘의 내 아버지께서도 너희에게 그와 같이 하실 것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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