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한 여고생의 메모를 보고 느끼는 게 있습니다.
작성자강만연 쪽지 캡슐 작성일2023-03-13 조회수424 추천수2 반대(0) 신고

 

스터디카페 입구에 메모판이 있습니다. 아마 여고생이 사장님께 남긴 메모 같습니다. 메모로 봐서는 성인은 아닌 것 같습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여자 화장실에 있는 휴지통의 위치를 변경해달라는 것입니다. 이런 내용과 함께 간단한 그림을 그려놓았습니다. 지금 있는 위치와 변경했을 때의 위치를 나타내는 그림이었습니다. 이 메모와 함께 만약 어려우시다면 제가 거미가 돼 볼게요라는 표현을 사용했더군요. 사실 내용으로 봐서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메모지 밑에 사장님이 남기신 답글에 "제가 미처 생각을 하지 못했군요. 생각이 짧았습니다."라는 내용입니다. 이 메모를 보고 든 생각입니다. 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물론 결과는 동일하다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대응을 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가짐도 다를 수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가령 여학생이 약간 짜증나는 투로 메모를 남겼다고 해도 아마 사장님의 입장에서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서는 요구사항을 들어줬을 겁니다. 이랬든 저랬든 학생이 원하는 대로 해 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사장님의 입장에서는 그 여학생이 남긴 메모를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하는 걸 생각해봤습니다.

 

만약 제가 사장님이라면 "제가 거미가 돼 볼게요"라는 표현을 보며 그 요구사항이 참 귀엽다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또 하나 여기서 만약 이 여학생이 이런 표현을 했다면 어떨까요? 같은 표현이라도 "제가 거미가 돼야 하겠습니까?" 하는 표현입니다. 만약 이 표현을 사용했다면 요구사항을 수용해 해 주더라도 기분이 조금은 좋지는 않을 겁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의미는 비슷하지만 뉘앙스에서 주는 느낌이 전혀 다릅니다. 하나는 애교의 표현으로 귀여운 여학생으로 인식이 될 수 있고 다른 하나는 서비스를 하는 입장이지만 약간 짜증이 날 수 있는 표현으로 인식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여학생의 메모를 보면서 말이라는 것은 표현을 하더라도 그게 불만스러운 표현이라도 어떻게 표현을 하느냐에 따라 그걸 수용해서 해 주는 사람의 마음은 전혀 불쾌한 반응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이런 것도 비단 세상살이에만 적용되는 건 아닐 것입니다. 신앙공동체 내에서도 이런 걸 적용한다면 그 공동체는 사랑으로 뭉쳐진 공동체로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한 여학생의 메모가 저에게 아주 좋은 교훈을 주는군요.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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