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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순 제3주간 수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3-15 조회수427 추천수3 반대(0) 신고

[사순 제3주간 수요일] 마태 5,17-19 

  "(계명을)스스로 지키고 또 그렇게 가르치는 이는 하늘 나라에서 큰사람이라고 불릴 것이다.”

 

 

우리가 자동차를 운전하는 방식에는 세 가지 단계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교통법규를 어기지 않는 '준법운전'입니다. 정해진 속도를 넘지 않고, 신호를 잘 따르며, 상황과 조건에 맞춰 정해진 규정들을 잘 지키는 것입니다. 너무나 당연해보이는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운전 중에 일어나는 사고의 대부분이 이 '당연한 것'을 지키지 않아서 생긴다는 점을 고려하면, '준법운전'을 하는 것만으로도 잘 하는 것입니다.

 

두번째는 '안전운전'입니다. 교통법규를 잘 지키는 것은 기본이고, 거기서 더 나아가 나와 상대방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더 큰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지요. 운전하기 전날에는 가급적이면 술을 자제한다거나, 장거리 운전을 할 때에는 중간에 꼭 쉬는 시간을 갖는다거나, 왕복 이차선 도로에서 밤 운전을 할 때 맞은 편에 오는 차가 있으면 상향등을 잠시 내린다거나 하는 작은 실천들을 통해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아주 작은 위험요소까지 제거하는 것입니다.

 

세번째는 보다 적극적인 노력으로 나와 상대방 모두를 지키는 '배려운전'입니다. 과속하는 차가 있으면 안전하게 먼저 가도록 속도를 약간 줄여준다거나, 앞서 가는 차가 '갈지 자'로 운전하면 상향등을 켜거나 경적을 울려 경고를 해준다거나, 길가에 비상등을 켠 채 정차된 차가 있으면 잠시 멈춰서 상황을 확인하고 도와주는 등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운전하는 모든 이들이 각자의 여정을 끝까지 잘 마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입니다. 운전하다가 이런 분들을 만나면 마음이 참 따뜻해집니다. 나도 다른 사람에게 그렇게 해주어야겠다는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 마음들이 모일 때 우리가 사는 세상이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바뀌어가겠지요.

 

우리가 주님께서 주신 계명들을 실천하는 방식에도 세 가지 단계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하지마라”라는 계명을 어기지는 않는 ‘최소 실천’입니다. 신자분들이 가장 많이 실천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세상 사는게 팍팍하고 여유가 없다며 주님께서 강조하신 사랑과 자비를 실천할 기회를 자꾸만 나중으로 미루면서, 주님께서 금지하신 것만이라도 어기지 않으려고 하는, 그분 뜻을 직접적이고 명시적으로 거스르는 큰 죄만이라도 짓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이지요. 물론 계명을 어기지 않는 것만도 결코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더 잘 할 수 있는데도 그러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다들 그러고 사는거’라고, ‘그래도 나 정도면 잘 하고 있는거’라고 그런 자기 모습을 합리화하고 그 상태에 안주하려 든다면 지옥에 가지 않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천국에는 갈 수 없을 겁니다.

 

두번째는 “~하라”라는 계명도 실천하기는 하는데 마음에서 우러나서가 아니라 신자의 의무라고 하니까, 혹시 그걸 제대로 안지키면 하느님께 벌을 받거나 불이익을 당하게 될까 두려워서 지키는 ‘의무 실천’입니다. ‘결과’적으로는 주님께서 주신 계명을 지킨 것이기는 하지만, 문제는 그 과정에서 기쁨과 행복을 전혀 누리지 못한다는데에 있습니다. 계명을 억지로 지키는 것이기에 지키면서도 항상 부담스럽고, 혹여 누군가가 계명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모습을 보면 나만 지키느라 고생하는게 억울해서 지적하고 비난하며 단죄하려고만 하기에 삶이 기쁠 수가 없지요. 이 방식의 또 다른 문제는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음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하느님은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이 아니라 ‘속 마음’을 보시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세번째는 우리를 구원으로 이끄시기 위해 계명을 주신 하느님의 마음을 헤아리며 그분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쁘게, 그분을 진심으로 사랑하여 그분을 기쁘게 해드리고 싶어서 기꺼이 계명을 지키는 ‘사랑 실천’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계명을 실천하는 것은 물론 굉장히 힘들고 어려우며 부담스러운 일이지만, 지금 이 세상에서 하느님 사랑 안에 머무르며 기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세상에서 사랑과 정성을 담아 계명의 정신을 충실히 실현한 공로를 인정받아 하느님 나라에서 그분께 더 많이 사랑받고 더 큰 영광을 누릴 수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계명을 스스로 지키는 ‘큰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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