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사순 제3주간 목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3-16 조회수425 추천수2 반대(0) 신고

[사순 제3주간 목요일] 루카 11,14-23 

 

 “내 편에 서지 않는 자는 나를 반대하는 자고, 나와 함께 모아들이지 않는 자는 흩어버리는 자다.”

 

 

신학생들은 6학년이 되는 겨울에 ‘30일 피정’을 통해 자기 성소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식별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이 때, <이냐시오 영신수련>이라는 책을 중심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성경 말씀을 묵상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기 자신을 돌아보며 세상의 온갖 유혹에 맞서 사제직무를 잘 수행할 수 있을지를 판단하게 됩니다. 그 프로그램의 절정에 해당하는 부분이 ‘두개의 깃발’에 관한 묵상입니다. 한쪽에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깃발을 들고 계시고 그 주위에 그분을 따르는 제자들이 모여 있습니다. 다른 한쪽에는 사탄이 깃발을 들고 서 있고 그 주위에 그를 추종하는 자들이 모여 있습니다. 그리고 그 둘 중 한쪽을 선택하라는 것이지요.

 

그런 선택의 상황에 놓인다면 사람들은 당연히 자신이 예수 그리스도의 깃발을 선택하리라고 생각할 겁니다. 그러나 그 깃발 가까이 다가가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상황들을 마주하게 되면 선택하기가 생각보다 어려움을 깨닫게 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깃발을 선택하면 세속적인 영광이나 명예, 부귀영화와 같은 달콤한 보상들을 포기해야 합니다. 고통과 시련, 업신여김과 모욕, 모함과 박해, 심지어 순교까지 감당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님을 선택하겠느냐고 다시 묻는다면 우리는 진지하게 고민하며 갈등하게 될 겁니다. 그런데 심지어 우리 삶에서 그런 선택의 순간은 한 두번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신앙인의 삶은 매 순간이 주님의 뜻과 세상의 뜻 중 한쪽을 따르는 선택입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점점 더 어럽고 복잡하고 힘들어집니다. 그럼에도 반드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주님을 따르는 길에 이도저도 아닌 ‘양다리 걸치기’는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이 하시는 말씀이 너무 야박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내 편에 서지 않는 자는 나를 반대하는 자고, 나와 함께 모아들이지 않는 자는 흩어버리는 자다.” ‘일흔 일곱번까지라도 용서하라’고 하시더니, ‘원수’마저 사랑하라고 하시더니 어쩜 그리도 단호하게 당신을 배척하는 이들을 내치시는지 평소와는 너무나 다른 그분의 모습에 당혹스럽기만 합니다.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이는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마태 9,40)이라며 당신을 따르지 않던 이들까지 관용으로 끌어안으시던 분께서, 180도 다른 모습으로 ‘당신 편’에 서지 않는 것은 당신을 반대하고 거스르는 ‘죄’를 짓는 것이라며 차갑게 밀어내시니, 그 모습이 마치 자신과 뜻이 다른 이들을 ‘적’으로 규정하며 ‘편’을 갈라 싸우는 세상 사람들과 같아보여 마음이 불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주님께서 그렇게 단호한 태도를 보이시는 것은 구원의 문제에 있어서 이도저도 아닌 ‘중간’은 없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뜻을 충실히 따르며 살아온 이들은 ‘천국’, 그분 뜻을 거스르며 욕망에 휘둘려 살아온 이들은 ‘지옥’ 둘 중 하나만 있을 뿐이지요. 그렇기에 물에 물 탄듯, 술에 술 탄 듯 어중간하게 살려는 나태하고 안일한 마음을 버려야 합니다. 세상 종말의 순간 주님의 편에 서지 못하면 끝장이라는 비장한 각오로 매 순간 그분의 뜻을 선택하고 따르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좋은게 좋은거지’라는 어중간한 태도가 세상에서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상황을 대충 넘어갈 수 있는 안전한 처세술처럼 보일 수 있지만, 하느님 보시기에 그런 모습은 완전히 ‘꽝’입니다. 그러니 우리 마음 속에 주님 말씀을 받아들이고 따를 용기와 의지를 주시기를, 뜨뜻미지근한 태도를 주님께 대한 사랑의 열정으로 뜨겁게 해 주시기를 기도 중에 청해야겠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