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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순 제3주간 토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3-18 조회수301 추천수2 반대(0) 신고

[사순 제3주간 토요일] 루카 18,9-14 

 “그 바리사이가 아니라 이 세리가 의롭게 되어 집으로 돌아갔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지금부터 10여년전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말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남들 앞에서 자신을 드러내어 높이고 싶은, 그렇게하여 다른 사람들 위에 군림하고 싶은 욕심을 지니고 있고, 그로 인해 그것이 잘못임을 알면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됨을 꼬집는 말이지요. 자기 잘못과 실수를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고, 그로 인해 잘못된 선택을 바로잡는 것도 참으로 어렵습니다. ‘나 정도면 충분히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나만 그런게 아니라 남들도 다 부족한 면이 있고 실수를 하니 문제가 아니라 여기기에, 자신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알면서도 굳이 그 방향을 바꾸려 들지 않습니다. 참으로 어리석고 답답한 모습입니다.

 

오늘 비유에 나오는 바리사이에게서도 그런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는 ‘스스로 의롭다고 자신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자신은 그 정도면 훌륭하게 잘 살고 있으니 구원받는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여기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판단하는 기준이 ‘사람’이었습니다. 자기보다 못한 사람들, 먹고 살기에도 빠듯하여 율법을 제대로 신경쓰며 지킬 여력이 없는 사람들과의 상대적 비교 우위를 통해 자신이 의로운 사람임을 확인하려 했습니다. 이처럼 의로움의 기준을 사람에게 두는 이에게는 굳이 하느님이 필요치 않습니다. 그가 하느님 대전에 나온 것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신이 율법과 계명을 얼마나 충실히 지키고 있는지를 자랑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 자신이 얼마나 의로운 사람인지를 다른 이들 앞에서 과시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예수님은 그런 모습이 ‘혼잣말로’ 기도하는 태도라고 말씀하십니다. ‘혼잣말로’라고 번역된 그리스어 원문은 ‘자신을 향하여’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즉 그 바리사이의 몸은 하느님 앞에 나와있지만 그 마음은 하느님이 아니라 자신을 향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그가 내뱉는 말들은 기도의 형식을 띄고 있지만 기도가 아니라 ‘혼잣말’이라고 하십니다. 자기 만족과 교만에 취해 하느님을 필요로 하지도, 그분께 자비와 은총을 청하지도 않으니 제 딴에는 기도를 한다고 하면서도 하느님으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고 있었습니다. 스스로 ‘완벽한 신앙인’이라 자부하던 그는 너무 높은 곳에 있었기에, 낮은 곳에 임하시는 주님께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고 그래서 의로워질 수 없었습니다. 참으로 불쌍한 사람입니다.

 

반면 세리의 마음은 하느님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너무나 부족하고 죄 많은 사람이라 감히 하느님을 향해 고개를 들 엄두도 내지 못했지만, 그는 하느님께서 자신에게 은총과 자비를 베풀어주시기를 온 마음으로 간절하게 바라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하느님 뜻에 합당하게 살지 못하고 잘못된 길을 걸어왔음을 깨닫고는, 가슴을 치며 통렬하게 반성하고 이제부터라도 올바른 길을 걷겠노라고 굳게 결심했습니다. 겸손한 마음 자세로 하느님 앞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그분의 은총과 자비에 자신을 온전히 내어 맡겼습니다. 그런 참된 회개를 통해 그는 죄의 굴레에서 벗어나 홀가분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주님께서는 그런 세리가 ‘의롭게 되었다’고 선언하십니다. 그가 바리사이보다 윤리 도덕적으로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가 몸과 마음으로 온전히 하느님을 향했기에, 부족함과 잘못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의 은총과 자비 덕택으로 그분과 사랑의 관계를 회복하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이번 사순시기 동안 목표로 삼고 도달해야 할 ‘참된 회개’의 상태입니다. 그러니 내 기준으로 다른 사람을 비교하고 단죄하려 드는 교만함과 고집을 버려야겠습니다. 길 잃고 방황하던 형제의 무사귀환을 자비로운 아버지 하느님과 함께 기뻐하는 부드럽고 따뜻한 마음을 주시기를 하느님께 청해야겠습니다.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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