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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순 제4 주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3-03-18 조회수1,413 추천수14 반대(0)

고인이 되신 어머니는 생전에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가끔 하였습니다. 시대를 잘못 만난 어머니는 배움이 적었습니다. 어머니는 배우자를 만날 때 딱 한 가지 기준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것은 배우자의 능력, 재력, 외모가 아니었습니다. 어머니는 배우자의 학력을 보았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당시 사범학교를 다녔기에 어머니의 기준에 적합했습니다. 어머니는 아버지와 결혼해서 57년을 함께 살았습니다. 아버지가 돈을 많이 벌지 못해도 탓하지 않았습니다. 재력을 보고 결혼 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는 이사를 다 마치면 집으로 오셨습니다. 이사를 하는 것도 모두 어머니의 몫이었습니다. 집안일을 잘 못해도 탓하지 않았습니다. 능력을 보고 결혼 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는 책을 가까이 하고, 서예를 하는 아버지를 존경하였습니다. 자식들에게도 늘 아버지의 자리를 함부로 하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신앙을 받아들였습니다. 신앙과 배움은 어머니 삶의 두 날개였습니다. 어머니는 야학으로 한글을 배웠고, 검정고시도 보았습니다. 어머니는 돌아가실 때까지 레지오 단원으로 지냈습니다. 어머니의 안목으로 동생은 수도자가 되었고, 저는 성직자가 되었습니다.

 

인사(人事)는 만사(萬事)’라는 말이 있습니다. 잘 들어온 며느리는 어려운 집안을 일으켜 세운다고 합니다. 잘 못 들어온 며느리는 집안에 분란을 일으킨다고 합니다. 정부는 인사를 할 때마다 홍역을 치르곤 합니다.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을 평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후보자의 인격과 품성을 평가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능력과 업적은 쉽게 볼 수 있지만 인격과 품성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국가 수사본부장이 임명된 지 하루 만에 자진 사퇴하였습니다. 정부는 임명을 철회하였습니다. 본인도 사퇴의사를 밝혔고, 정부도 임명을 철회하였기에 사퇴의 이유를 거론할 필요는 없지만, 인사를 할 때는 좀 더 명확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인사이동 때가 되면 주교님들의 고민도 깊어 질 것 같습니다. 꼭 보내고 싶은 사제는 겸손하게 사양을 하는 경우가 있을 것입니다. 보내고 싶지 않은 사제는 굳이 찾아와서 보내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인사이동이 별 무리 없이 이루어지면 그제야 마음이 편해질 것 같습니다.

 

눈이 있지만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은 겉모습만 보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삐뚤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잣대로 보려하기 때문에 현실을 왜곡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날 때부터 소경인 사람에 대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 사람이 소경이 된 것은 조상의 탓도 아니고, 본인의 탓도 아닙니다. 하느님의 영광이 드러나기 위한 것이다.” 바리사이들은 사람이 아픈 것도, 장애인이 되는 것도 모두 죄를 지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영광이 드러나기 위한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은 같은 사물을 보면서도 전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입니다. 오랜 동안 앞을 보지 못한 소경이 눈을 뜬 것은 축하할 일입니다. 가족들에게도 기쁜 소식입니다. 그런데 바리사이파 인들은 소경이 눈을 뜬 것이 신학적으로 합당한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늘 성서 말씀을 묵상해봅니다. “너희는 사람들의 외모와 능력, 사람들의 겉모습만 보지만, 야훼께서는 사람들의 속마음을 보신다.” 오늘 하느님께서는 우리들에게 참으로 볼 수 있는 心眼을 요구하십니다. 참으로 들을 수 있는 智慧를 요구하십니다. 눈을 들어 세상을 봅니다. 참으로 보지 못하고, 참으로 듣지 못해서 눈과 귀가 있으면서도 그릇된 곳으로 가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겉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여, 욕하고, 비난하고, 침을 뱉으며, 인격을 무시합니다. 그래서 오늘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나는 보는 사람은 보지 못하게 하고, 보지 못하는 사람은 보게 하려고 왔다.” 진실을 애써 외면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예수님은 바로 이런 사람들에게 거짓과 가식과 허영에서 벗어나 참된 진리를 보도록 요청하십니다. 그리고 이제 참된 세상을 보도록 인도하십니다.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세상을 보도록 인도하십니다. 희망과 평화, 진실과 사랑이 한데 어울려, 참된 빛을 볼 수 있는 길을 열어주십니다. 아름다운 꽃을 보기 전에, 저 땅 속에서 쉼 없이 양분과 물을 찾고 있는 뿌리를 볼 수 있다면, 깨끗한 거리를 보기 전에, 새벽부터 일어나 청소하는 환경미화원을 볼 수 있다면, 일등에게 찬사와 축하를 보내기 전에, 꼴등에게 위로와 격려를 먼저 할 수 있다면, 용서받기를 원하기 전에, 먼저 용서를 할 수 있다면 우리는 어둠에서 벗어나 이미 빛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참회와 절제, 자선의 사순시기도 벌써 반이 훌쩍 지나버렸습니다. 난 과연 무엇을 보고 있는지, 난 과연 무엇을 보기 싫어하는지 곰곰이 생각하면서 한 주간을 지냈으면 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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