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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순 제4주간 수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3-22 조회수411 추천수2 반대(0) 신고

[사순 제4주간 수요일] 요한 5,17-30 

 

“아버지께서 하시는 것을 보지 않고서 아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분께서 하시는 것을 아들도 그대로 할 따름이다.“

 

 

거리를 걷다보면 종종 같은 디자인과 컬러의 옷을 입은 남녀를 만나게 됩니다. 꿀이 뚝뚝 떨어지는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을 보면 ‘참 좋은 때다’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젊은 연인을 보며 ‘참 부럽다’는 생각보다 ‘참 좋은 때다’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것을 보면 저도 이제 영락없는 ‘아저씨’가 되어가나 봅니다. 사람은 참 신기합니다. 사랑하면 그 사람과 같은 옷을 입고 같은 것을 먹고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 가고 싶어합니다. 자기가 가진 것을 아낌없이 상대에게 내어주고, 상대방을 자기 마음 안에 담고 싶어합니다. 나 자신보다 상대방을 더 아끼고 존중하며 귀하게 여기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랑의 본질일 겁니다. 그런 시간이 길어지면 겉을 꾸미는 치장 뿐만 아니라 얼굴 모습까지 닮아갑니다. 상대방을 마음에 오래 담아두는 만큼 내가 그 사람처럼 되어가는 겁니다. 같이 울고 같이 웃으며 같이 아파하기에, 같은 안면근육을 쓰고 같은 표정을 짓는 일이 많기에 후천적으로 상대방을 닮아가는 겁니다. 그래서 오랜 시간 함께 지낸 금술 좋은 부부는 서로 닮아가나 봅니다.

 

예수님께서도 그렇게 아버지 하느님을 닮아가십니다. 유전적으로 타고 태어나서 닮으신게 아닙니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시든 당신 뜻과 의지대로 하지 않고 하느님 아버지의 마음과 뜻을 헤아리시기에, 그렇게 깨달으신 아버지의 뜻을 오롯이 당신 마음에 담고 망설임 없이, 마음의 갈라짐 없이 온전히 실천하시기에 당신도 모르는 사이 자연스레 아버지를 닮아가시는 겁니다. 때로는 아버지의 뜻이 따르기 어렵고 받아들이기 힘겨워,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주시기를’ 바라실 때도 있지만, 이내 나약해진 마음을 다잡으시고 ‘그러나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시라’고 청하시기에, 그 순명의 깊이만큼 그 사랑의 무게만큼 더 아버지를 닮아가시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예수님과 아버지의 ‘닮음’은 아버지의 뜻과 마음을 ‘담음’으로써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하느님의 자녀인 우리가 아버지를 닮아가는 방법입니다. 그분께서 우리를 창조하신 그 목적대로 ‘완전한 사람’이 되는 방법입니다. 그런데 요즘 화제인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에 나오는 사이비 교주들은 스스로가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재림한 예수이자 메시아라고 자처하면서 정작 아버지를 닮을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마음 속에 하느님을, 그분의 뜻을 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마음 속엔 온통 자신을 드높이고 싶은 교만, 부를 축적하고 싶은 욕심, 큰 권력을 손에 쥐고 제 맘대로 휘두르고 싶은 욕망만 가득할 뿐입니다. 하느님은 그저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소비될 뿐이지요. 그러나 그런 식으로는 하느님처럼 될 수 없습니다. 하느님께 내 마음자리를 내어드리지 않고 오히려 그분의 자리를 빼앗으려고 들어서는, 주님의 뒤를 따르지 않고 오히려 그분 앞에 서려고 들어서는 하느님처럼 되기는 고사하고, 사람보다 못한 짐승으로 전락할 뿐입니다. 어쩌면 사이비 교주라는 작자들은 하나같이 똑같은 전철을 밟아가며 타락해가는지, 사람들을 하느님과 정 반대 방향으로 이끌며 가슴아프게 만드는지 참으로 안타까울 뿐입니다.

 

“칠십이종심소욕불유구”(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 “나이 일흔에 마음가는대로 행하여도 법도에 어긋남이 없다.” 공자가 한 말입니다. 또한 우리 그리스도인이 도달해야 할 경지입니다. 주님을 내 마음 안에 모시고, 그분 뜻을 내 마음 안에 새기며, 그분만 바라보고 그분의 길을 따라가야만 도달할 수 있는 경지입니다. 그렇게 주님과 내가 ‘한 마음’이 되면 그분께서 바라시는 일을 해야 내 마음이 편안하고, 그분과 함께 기뻐하고 그분과 함께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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