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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순 제4주간 금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3-24 조회수340 추천수2 반대(0) 신고

[사순 제4주간 금요일] 요한 7,1-2.10.25-30 

 

 "나를 보내신 분은 참되신데 너희는 그분을 알지 못한다. 나는 그분을 안다. 내가 그분에게서 왔고 그분께서 나를 보내셨기 때문이다."

 

 

“그는 아버지도 없고 어머니도 없으며 족보도 없고 생애의 시작도 끝도 없는 이로서 하느님의 아들을 닮아, 언제까지나 사제로 남아 있습니다(히브 7,3).” 이 말은 유다인들이 ‘영원한 대사제’로 칭송하는 ‘멜키체덱’에 관한 기록인데, 이 ‘멜키체덱’이라는 인물은, 언제 어디서 태어났고 어느 가문 사람인지 ‘신상 정보’가 알려진 것이 하나도 없어서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인물입니다. 유다인들, 특히 종교지도자들은 '메시아'도 이 멜키체덱처럼 신비로운 인물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획기적인 방식으로 등장해야 하며 아무도 그의 출신에 대해 몰라야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하느님의 현존 안에 그 정체가 숨겨져 있어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예수님의 출신배경에 대해 알았기 때문에 그분을 ‘메시아’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그들에게 예수라는 사람은 나자렛 시골마을 출신 촌뜨기로 보잘 것 없는 목수의 아들일 뿐이었습니다. 어설프게 아는 게 병이 되는 모습입니다. 그런 그들에게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지요.

 

“너희는 나를 알고 또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도 알고 있다. 그러나 나는 나 스스로 온 것이 아니다. 나를 보내신 분은 참되신데 너희는 그분을 알지 못한다. 나는 그분을 안다. 내가 그분에게서 왔고 그분께서 나를 보내셨기 때문이다.”(요한 7,28-29)

예수님은 생애의 대부분을 '나자렛'에서 보내셨지만 그분의 '출생지'는 베들레헴입니다. 또한 예수님은 창조 이전부터 하느님의 뜻을 실현하는 '말씀'으로 하느님과 함께 계시다가 그분으로부터 파견받아 세상에 오셨습니다. 그러니 예수님은 아버지로부터, 유대인들이 알지 못하는 이 세상 너머 '미지의 세계'로부터 오신 분입니다. 이렇듯 유다인들은 예수님이 어디 출신인지도 잘못 알고 있었고, 그분을 보내신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도 제대로 알지 못했으니, 따지고 보면 그들은 예수님에 대해 제대로 아는게 아무 것도 없는 셈입니다.

‘메시아는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 자체가 문제입니다. 피조물은 자기를 만드신 창조주를 제 맘대로 규정지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그저 하느님께서 당신 자신을 계시하신 대로 믿고 섬길 뿐입니다. 마찬가지로 ‘구원받아야 할 존재’는 ‘구원하시는 메시아’를 자기 생각대로 규정지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주님께 용서와 자비의 은총을 간절히 청할 뿐이고, 그 은총을 받아 구원 받으면 감사하는 마음으로 누리면 될 뿐입니다. 하지만 예수님 시대 유다인들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감히 하느님의 이름인 ‘야훼’를 입에 담는 것도 불경스럽게 여길 정도로 그분을 어려워하며 거리를 두었지만, 정작 그분의 뜻을 제대로 헤아리며 마음으로 섬기지 못했습니다. 자기들 입맛에 맞는 하느님의 모습만 선택적으로 수용하고, 자기들이 필요로 할 때만 하느님을 불러냈습니다.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그분을 닮으려는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그분을 닮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에게 ‘신성모독’이라는 죄를 뒤집어 씌워 단죄하려고만 했습니다.

 

겸손한 사람은 자신이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제대로 알기 위해 노력할 줄 압니다. 우리는 하느님에 대해 잘 모릅니다. 내가 만나고 체험한 하느님의 모습은 그분의 수많은 면 중 극히 일부일 뿐이지요. 그러니 내가 하느님에 대해 알고 있는 ‘티끌’만한 지식을 그분의 ‘전부’라고 우기려 들지 말고, 꾸준한 기도를 통해 하느님과 대화를 나누며 당신을 제대로 알게 해달라고 계시의 은총을 청해야 합니다. 또한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과 행적 안에서 드러나는 하느님의 뜻을 있는 그대로 내 마음 안에 받아들이고 따라야 합니다. 이런 사람에게 하느님은 당신 사랑의 신비를 드러내 보이십니다. 당신을 안다는 착각에 빠져 다른 이를 심판하고 단죄하는 ‘헛똑똑이’들에게는 당신의 뜻을 감추시고, 어린 아이처럼 오직 당신만 바라보며 당신 마음을 헤아리기 위해 노력하는 ‘철부지’들에게는 당신 구원의 섭리를 깨달을 지혜를 주십니다.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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