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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3-25 조회수386 추천수2 반대(0) 신고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 루카 1,26-38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오늘의 제1독서 내용은 앞 뒤 맥락을 따져가며 꼼꼼하게 살펴보지 않으면 아하즈 임금의 모습을 잘못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보고서 하느님께 대한 믿음이 깊어질 수 있도록, 원하는 건 무엇이든 ‘표징’으로 청하라는 이사야의 권고에, 자기는 아무것도 청하지 않겠노라고, 그리고 주님을 시험하지 않겠노라고 대답하는 모습이 마치 겸손하고 믿음이 깊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하즈는 믿음이 깊어서 표징 청하기를 거부한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께 표징을 청한다는 것은 그래도 믿으려는 의지가 있다는 것인데, 아하즈에게는 그럴 의지 자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는 하느님께 믿음을 두고, 그분의 힘에 자신을 의탁하기보다는, 당시 근동지방의 패권을 쥐고 있던 이민족 아시리아의 도움에 의지하려고 했습니다. 애초에 하느님께 믿음을 두지 않기에 표징도 필요로 하지 않았던 것인데 자기는 하느님을 시험하지 않겠노라며 믿음이 강한 척 위선을 떨고 있는 것이지요. 오늘날 우리  중에도 하늘에 표징을 청하지 않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느님을 바라보지 않는 사람입니다. 하늘의 힘이 이 땅에, 자기 삶에 개입하는 것을 싫어하고 철저하게 힘의 논리, 자본의 논리에 의지해 살아가는 겁니다.

 

하지만 오늘 복음에 나오는 마리아는 그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아직 결혼생활도 시작하지 않았고 남자관계를 맺어본 적도 없는 자신이 아기를 잉태하리라는 천사의 예고를 듣고 이런 질문을 던지기 때문입니다.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믿음이 약해서 하느님의 뜻을 의심한게 아닙니다. ‘그런 허무맹랑한 일은 절대 일어날 수 없다’며 하느님의 섭리를 냉소적으로 바라본게 아닙니다. 이성적으로 이해하기도 어렵고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도 힘든 하느님의 섭리를 어떻게든 받아들이고 따라보려고 ‘순명의 표징’을 청한 것이지요. 그러자 가브리엘 천사는 불가능을 모르시는 하느님의 신비로운 힘이 그녀에게 작용하여 그 모든 일을 이루실 것이라고 알려줍니다.

 

우리도 말로는 ‘하느님께 불가능한 일이 없음을 믿는다’고, 하느님께서 ‘전능하심’을 믿는다고 고백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믿음을 말로 고백하는 것과 실제로 자기 삶에 받아들이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그 어떤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당신 뜻을 이루신다는 굳은 신뢰 속에서, 하느님과 그분의 뜻을 위해 자기 자신을 온전히 내어드릴 수 있어야 진정으로 믿는다고 할 수 있는데, 우리는 하느님께 자신을 온전히 투신하기 보다는 이리저리 눈치를 보고 재고 따지며 자기 혼자 살 길을 찾으려 드는 것입니다.

 

하지만 마리아는 앞으로 닥쳐올 그 모든 시련과 고통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의 뜻에 순명하며, 그분께서 당신 사랑을 자신 안에서 이루시도록 스스로를 하느님께 내어 드립니다. 한숨을 푹 쉬며 마지못해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인게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과 뜻이 자신에게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며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것입니다. 그랬기에 구세주를 잉태하신 어머니가 되실 수 있었지요. 우리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사랑에서 우러나는 적극적인 순명과 실천으로 주님을 내 안에 잉태하고 잘 섬기면 좋겠습니다. 오늘부터 아홉달을 그렇게 보낸다면 그 누구보다 기쁘고 의미있는 성탄을 맞을 수 있을 겁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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