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사순 제5 주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3-03-25 조회수584 추천수7 반대(0)

토론토에 신문홍보를 가면서 저를 기억하는 분들을 만났습니다. 제가 18년 전에 토론토에서 3년간 지냈기 때문입니다. 한맘 성당 신부님은 저를 반갑게 맞아 주었습니다. 18년 전에 신부님은 제게 주일 저녁미사를 부탁하였습니다. 저는 2년 동안 주일 저녁미사를 도와 드렸습니다. 당시에 신부님은 제게 차를 빌려주었습니다. 뚜벅이었던 제게 차가 생긴 것은 마치 애벌레가 고치를 열고 나비가 된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차를 타고 성당으로 미사를 갔고, 여행도 다녔습니다. 이번에도 신부님은 사제관에서 지낼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눈이 많이 내려서 신문홍보를 하지는 못했지만 신부님은 다음 기회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다음에는 꽃피는 봄에 오라고 하였습니다. 반찬가게 하였던 자매님, 아이스크림 가게 하였던 형제님도 저를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기억 속에 머물러 있던 분들을 다시 만나니 반가웠습니다. 그때 미사 복사를 하던 소년은 결혼해서 가장이 되었습니다. 같은 신앙 안에 있기에 다시 만나도 반가웠습니다.

 

지난 2021년 봉오동 전투, 청산리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던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연해주로 이주한지 100년 만에, 카자흐스탄에 묻힌 지 78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왔습니다.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운구하는 수송기가 대한민국 영공을 들어올 때였습니다. 대한민국 공군 전투기 편대가 수송기를 호위하면서 이렇게 환영하였습니다. “홍범도 장군님의 귀환을 환영합니다. 이제부터는 대한민국 공군이 호위하겠습니다.” 저는 그 장면을 보면서 눈물이 났습니다. 먼 이국땅에서 쓸쓸하게 생을 마감했던 홍범도 장군이 생각났습니다. 대한민국은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고국으로 모실 수 있도록 노력하였고, 2021년 국군의 날에 고국으로 모시고 왔습니다. 박은식은 한국통사에서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옛사람들이 이르기를 나라는 멸할 수 있으나, 역사는 멸할 수 없다고 했다. 대개 나라는 형체와 같고, 역사는 정신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의 형체는 허물어졌으나 정신만큼은 남아 존재하고 있으니, 이것이 통사를 서술하는 까닭이다. 정신이 존속해 멸망하지 않으면, 형체는 부활할 때가 있으리라.”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것은 기억하기 위해서입니다. 기억은 우리 민족의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기 때문입니다. 기억은 우리가 미래로 나가는 문이기 때문입니다.

 

2000년 전에 예수님께서는 성체성사를 제정하시면서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먹어라. 이는 너희를 위해 내어줄 내 몸이다.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마셔라. 이는 새롭고 영원한 계약을 맺는 내 피의 잔이니 죄를 사하여 주려고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흘릴 피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라고 하셨습니다. 교회는 2000년 동안 예수님의 이 말씀을 기억하였고, 기억한 이 말씀을 성체성사를 통해서 행하고 있습니다. 성체성사는 2000년 전에 행하셨던 최후의 만찬을 기념하는 것이 아닙니다. 성체성사는 2000년 전에 행하셨던 최후의 만찬을 재현하는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사제가 축성하는 빵과 포도주를 통하여 우리에게 다시 오시는 것입니다. 그것이 신앙의 신비입니다. 신앙은 기억입니다. 하느님께서 이 세상을 창조하셨음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자비하시니 우리의 죄를 용서하심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셔서 예수님을 보내셨음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그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서 죽으셨지만 부활하셨음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그 기억이 우리의 희망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라자로야, 이리 나와라.”라고 하셨습니다. 라자로는 죽은 지 삼일이 지났습니다. 사람들은 라자로가 이미 썩어서 냄새가 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라자로에게 무덤에서 나오라고 하십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라자로는 무덤에서 나왔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제게도 가브리엘아, 이리 나와라.”라고 하십니다. 근심과 걱정의 무덤에서 나오라고 하십니다. 욕망과 불평으로 악취가 나는 무덤에서 나오라고 하십니다. 게으름과 나태의 무덤에서 나오라고 하십니다. 우리가 근심과 걱정 속에서 살고 있다면, 우리가 욕망과 불평 속에서 살고 있다면, 우리가 게으름과 나태 속에서 살고 있다면 우리의 영혼은 이미 썩어가고 있으며, 우리가 머무는 이곳은 이미 무덤입니다. 우리가 라자로야, 이리 나오너라.”라는 말을 기억하고 있다면 그래서 주님의 부르심에 라고 응답한다면 우리는 이 세상에서 부활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 나를 믿는 사람은 죽더라도 살고 또 살아서 나를 믿는 모든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다.” 주님께서 말씀하신 부활의 약속에서 죽음이 끝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으로 건너가는 길목임을 믿고 위로를 받습니다. 부활 신앙만이 우리 인생살이의 진정한 힘임을 깨달아야 하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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