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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순 제5주간 수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3-29 조회수362 추천수1 반대(0) 신고

[사순 제5주간 수요일] 요한 8,31-42

 

 “너희가 내 말 안에 머무르면 참으로 나의 제자가 된다. 그러면 너희가 진리를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예수님의 이 말씀이 유다인들의 불편한 심기를 건드립니다. 오랜 시간 동안 주변 강대국들에게 점령당한 채 억압받으며 ‘약소국’의 설움을 겪었고, 예수님 당시에도 로마의 통치 아래서 고통받던 그들입니다. 그럼에도 아직 그들에게 정신적으로는 굴복하지 않았으니, 하느님께 대한 믿음만은 잃지 않았으니 ‘종살이’를 하는건 아니라고 애써 현실을 부정하며 ‘정신승리’를 하려고 노력하던 그들입니다. 그러면서 마음 속에 한 가지 희망을 품고 있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아브라함과 계약을 맺으면서 하신 번영의 약속을 굳게 믿고, 자기들이 율법을 철저하게 지키면 언젠가는 하느님께서 ‘다윗의 후손’인 메시아를 보내주시어 외세를 물리치고 예전의 영광을 되찾으리라고 기대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율법’이 아니라 ‘진리’가 그들을 자유롭게 할거라고 하시니, 그 말씀은 그들이 지니고 있던 믿음과 희망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었고, 그들에게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자기들은 “아브라함의 후손”임을 강조하며 내세웁니다.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에게 번영을 약속하시며 복을 내려주셨으니, 그분께서 하신 약속은 반드시 실현될 것이니, 자기들은 지금 종살이를 하고 있는게 아니라 그 약속의 때가 이루어지기를 기다리는 ‘과정’ 중에 있는거라고 항변하는 겁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자유’는 외세로부터의 해방이라는 정치적이고 세속적인 가치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 근원적이고 궁극적인 가치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남으로부터 억압이나 구속을 당하지 않고 자기 의지대로 행동하는 것을 ‘자유’라고 하지만, 사탄은 거기서 더 나아가 ‘네가 하고 싶은대로 하면서 살라’고, 그래야 진정 자유를 누린다고 할 수 있는 거라고 우리를 유혹하지만, 그런 ‘세속의 자유’는 작은 변수에도 흔들리고 시련을 만나면 쉽사리 깨져버리는, 참으로 부질없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보다 훨씬 더 근원적인 자유, 우리에게 참된 행복을 보장하는 궁극적인 자유를 지향해야 하지요. 그것은 ‘죄로부터의 자유’입니다. 우리가 죄라는 속박에 묶여 있으면 마음껏 행복할 자유를 누릴 수 없습니다. 항상 마음이 꽉 막힌듯 답답하고, 무엇을 해도 별 감흥 없이 공허하기만 합니다. 분명히 내가 원하는걸 하고는 있는거 같은데 돈에, 일에, 쾌락에, 관계에, 욕심에, 남의 시선에 묶여 옴짝달싹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 삶은 쇠고랑만 차고 있지 않을 뿐이지 ‘수감생활’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어서 빨리 죄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합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그 방법을 알려주십니다. 세상 사람들이 하는 일을 따라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예수님을 통해 들려주시는 말씀을 마음 안에 받아들이라고 하십니다. 그 말씀을 마음에 품고 곰곰이 생각하며 그 의미를, 그 말씀을 내게 주신 이유를 곱씹어보라고 하십니다. 그렇게 하여 깨달은 하느님의 뜻을 구체적인 삶 속에서 적용하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라고 하십니다. 이처럼 주님께서 내 안에 사시게 하면 그분께서 내 안에 있는 죄를 몰아내시고 참된 자유를 선물하십니다. 그 선물을 통해 우리는 하느님께서 베풀어주시는 은총과 사랑을 원하는만큼, 마음껏 누릴 수 있게 됩니다.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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