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사순 제5주간 목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3-03-29 조회수980 추천수2 반대(0)

예전에 한약을 달일 때 어른들이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약을 달이는 것은 정성이 중요하다.” 약효가 건강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약을 달이는 사람의 정성이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였습니다. 한약을 먹을 때도 몸가짐이 중요하다고 하였습니다. 한약을 먹으면서 술을 마시면 효과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한약을 먹으면서 먹지 않아야 할 음식도 정해 주었습니다. 한약과 궁합이 맞지 않으면 약효가 떨어진다고 하였습니다. 약은 분명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약을 대하는 사람의 정성이 함께하면 더 큰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도 고향에서는 큰 기적을 행하지 않으셨습니다. 고향 사람들이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하혈하는 여인의 갈망을 칭찬하셨습니다. 여인의 믿음이 여인을 구원하였다고 하셨습니다. 믿음이 있으면 나병환자도, 중풍병자도 치유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믿음은 말씀을 들으면서 성장한다고 하였습니다.

 

사제가 되면서 말씀을 선포한 적은 많은데 정작 말씀을 듣는 데는 소홀했습니다. 미국에온지 4년이 되었는데 피정은 3년 전에 한번 하였습니다. 하느님께서 허락하셔서 토론토 신문홍보를 하는 길에 꽃동네 피정에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티에서 11년째 선교하는 신부님의 귀한 말씀을 들었습니다. 백번 묻는 것은 한번 보는 것만 못하다고 합니다. 백번 보는 것은 한번 행하는 것만 못하다고 합니다. 아이티에서 11년을 살고 있는 신부님의 이야기는 살아있는 말씀이었습니다. 걸인을 데려오고, 먹여주고, 병자성사주고, 세상을 떠나면 장례를 치러주는 일이 일상이라고 하였습니다. 갱단에게 납치를 당할 뻔도 하였고, 총소리를 자주 들었다고 합니다. 선교에 대한 이상과 열정은 아이티에 도착하면서 식어버렸다고 합니다. 사회는 무질서하고, 아픈 사람은 너무 많고, 도와 줄 수 있는 힘은 없고, 매일 무력함을 느껴야 했다고 합니다. 기저귀를 갈아 주어야 하고, 대소변을 받아야 하고, 욕창에 벌래가 있는 몸을 씻어주어야 한다고 합니다. 악취가 진동하는 시신을 염해야 한다고 합니다. 저는 신부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라면 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신부님의 삶이 존경스러웠습니다.

 

신부님은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광야로 왔던 모세의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이집트를 떠난 이스라엘 백성들은 바로 약속의 땅으로 가지 않았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광야에서 지내야 했습니다. 광야에서의 생활은 힘들었습니다. 배가 고팠기 때문입니다. 모세가 하느님께 청하니 매일 아침 만나가 내렸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감사드리면서 만나를 먹었습니다. 그러나 매일 같은 만나를 먹으니 그것이 지겨웠습니다. 이집트에서 먹던 고기가 생각났습니다. 모세가 하느님께 청하니 하느님께서는 메추라기를 보내 주셨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감사드리면서 메추라기를 먹었습니다. 그러나 메추라기도 매일 먹으니 지겨웠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매일 은총을 내려주셨는데 그 은총에 취한 이스라엘 백성들은 은총을 지겨워하였습니다. 신부님은 구호물품으로 오는 쌀밥이 지겨웠다고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매일 걸인을 보내주시고, 아픈 사람을 보내 주셨습니다. 생각하면 그것이 은총이었습니다. 신부님이 하느님께 더욱 가까이 갈 수 있는 축복이었습니다. 그런데 신부님도 그 은총을 지겨워했다고 합니다. 이만하면 한국으로 돌아가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아직도 신부님께 은총을 주신다고 합니다.

 

동창 신부님들보다 능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동창 신부님들보다 영성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동창 신부님들보다 언변이 뛰어난 것도 아닌데 하느님께서는 신부님이 좋은 사제 되라고 은총을 매일 주신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어머니는 전화하시면 이제 그만 돌아오라고 합니다. 아이티의 상황이 위험하다는 것을 이제는 아시기 때문입니다. 신부님도 이제 피정이 끝나면 다시 아이티로 돌아가야 하는데 솔직히 두렵다고 합니다. 그러나 두려움에도 다시 돌아가야 한다고 합니다. 그곳에 300여명의 꽃동네 가족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저를 비롯해서 피정에 함께한 교우들 모두 신부님의 건강을 위해서 기도하였습니다. 신부님의 살아 있는 말씀이 우리 모두에게 깊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오늘의 독서와 복음은 신부님께 해당되는 말씀이었습니다. “너는 내 계약을 지켜야 한다. 너와 네 뒤에 오는 후손들이 대대로 지켜야 한다. 내 말을 지키는 이는 영원히 죽음을 보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분을 알고 또 그분의 말씀을 지킨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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