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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순 제5주간 목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3-30 조회수412 추천수1 반대(0) 신고

[사순 제5주간 목요일] 요한 8,51-59 

 “나는 아브라함이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다.”

 

 

시간을 ‘직선’으로 보는 관점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 관점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과거는 지나간 시간이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이며, 지금은 현재입니다. 우리 달력에는 지나간 일정이 적혀있습니다. 그것을 보면서 내가 만났던 사람, 내가 했던 일을 기억할 수 있습니다. 우리 달력에는 앞으로의 일정도 적혀있습니다. 그것을 보면서 앞으로 닥쳐올 일들을 대비하기 위해 준비할 것들을 챙깁니다. 이런 직선의 시간 속에서 우리는 ‘생, 노, 병, 사’라는 인생의 과정을 경험하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유대인들도 시간을 직선으로 바라봅니다. 위대한 조상 아브라함도 죽었고, 하느님의 뜻을 전하던 고결한 예언자들도 죽었는데, 당신이 대체 뭐기에 ‘영원’을 이야기하느냐고, 마치 시간을 초월해서 사는 존재인 것처럼 말하느냐고 예수님께 따집니다.

 

한편, 시간을 ‘순환’으로 보는 관점도 있습니다. 우리는 계절의 변화를 통해 시간이 순환한다는걸 알 수 있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은 늘 그 순서를 지켜가며 해마다 어김없이 우리를 찾아옵니다. 일출과 일몰도 매일 한결같이 우리를 찾아옵니다. 순환하는 시간은 한 번 흘러가버리면 그만인 ‘사건’이 아닙니다. 순환하는 시간은 끊임없이 되돌아오며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하느님의 ‘섭리’입니다. 교회는 전례를 통해 하느님의 뜻과 계획 안에서 순환하는 시간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대림을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천년전에 우리 삶속으로 들어오셨음을 기억하고 그분께서 다시 오실 날을 기다립니다. 사순을 통해서 주님의 수난을 기억하고, 그분께서 십자가 죽음으로 나를 구원하셨음을 되새기며 감사드립니다. 또한 주님께서 부활하셨듯이, 주님을 믿는 우리들도 지금의 고통과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리라는 희망을 마음에 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영원한 생명’은 순환하는 시간의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영원한 생명은 직선으로 이어지는 불완전한 삶이 끝없이 계속되는 것을 의미하는게 아닙니다.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느님과 완전한 일치를 이룸으로써 그분께서 누리시는 참된 기쁨과 행복을 영원토록 함께 누리는 것입니다. 그 과정은 하느님을 제대로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그래서 예수님도 “나는 그분을 안다.”라고 말씀하시는 겁니다. 하느님 아버지와 예수님은 서로를 아는만큼 사랑하고, 사랑하는만큼 아십니다. 그렇게 떼려야 뗄 수 없는 완전한 일치를 이루십니다. 그 일치가 영원한 생명의 핵심입니다. 하지만 유다인들은 ‘직선의 시간’ 개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기에 자꾸만 그 핵심을 비껴갑니다. 예수님은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영원한 생명을 설명하시는데, 그저 예수님과 아브라함을 비교하며 누가 먼저 태어났는가에만 집착합니다. 그런 그들에게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시지요.

 

“나는 아브라함이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다.”(요한 8,58)

 

이 구절에서 “아브라함이 태어나기 전”은 그들이 집착하는 과거의 시간을 가리키지만, “있었다”라는 표현은 예수님의 현존이 과거의 일로 끝나버리지 않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계속됨을 나타냅니다. 즉 예수님은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그 시간을 무한히 초월하여 늘 ‘지금’처럼 계시는 분이라는 뜻입니다. 그렇습니다. 주님 사랑의 섭리는 언제나 우리의 기대나 바람보다 ‘앞서’ 있고, 항상 우리와 ‘함께’ 있으며, 우리의 계획보다 훨씬 더 먼 곳을 ‘향하고’ 있습니다. 그런 주님을 굳게 믿고 그분의 뜻을 따름으로서 ‘주님 손바닥’ 위에 사는 사람은 영원히 죽음을, 완전한 멸망을 겪지 않을 것이기에 참으로 행복합니다.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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