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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순 제5주간 토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4-01 조회수440 추천수1 반대(0) 신고

[사순 제5주간 토요일] 요한 11,45-56

  "온 민족이 멸망하는 것보다 한 사람이 백성을 위하여 죽는 것이 여러분에게 더 낫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헤아리지 못하고 있소.”

 

 

수많은 나라를 정복하여 거대제국을 건설한 로마는 식민지로 삼은 나라에 두 가지를 요구했습니다. 하나는 로마 제국에 대한 충성이었고, 다른 하나는 세금의 성실한 납부였지요. 또한 지역의 고유한 특성을 존중하면서도 반란이 일어나면 잔혹하게 진압했고, 그 반란을 주도한 이들은 십자가형에 처했습니다. 바로 그런 점 때문에 대사제를 비롯한 종교 지도자들은 이스라엘 내부에서 로마에 대한 반란이 일어나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그렇게 되면 로마는 이스라엘을 가차없이 짓밟을 뿐만 아니라, 백성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지배계층을 교체하려 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자기들이 그동안 누리던 특권과 권력을 상실하기에 어떻게든 그런 상황만은 막으려고 했습니다.

 

이런 엄혹한 시대상황 속에서 예수님은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셨습니다. 질병을 치유하고 마귀를 쫓아내는 등 많은 표징들을 보여주셨고, 힘 없고 가난한 이, 죄인과 이방인들, 과부들과 병자들에게 친구가 되어 주셨습니다. 그들의 눈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시고 앞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는 희망을 주셨습니다. 그랬기에 많은 이들이 그분을 따랐습니다. 다윗이 하느님의 도움으로 골리앗을 물리쳤던 것처럼, 마카베오 가문이 하느님의 도움으로 이스라엘의 독립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던 것처럼, ‘메시아’로 오신 예수님께서도 하느님의 도움으로 자기들을 로마의 압제로부터 해방시켜 주시리라고 기대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백성들의 그런 기대와 희망이 이스라엘의 지배 계층에게는 오히려 걱정과 근심거리가 되었습니다. 자기들의 기득권을 위협하는 ‘눈엣가시’같은 예수를 율법과 하느님의 이름으로 제거하고 싶었지만 그럴수가 없었던 겁니다. 이미 많은 백성들이 예수님을 메시아로 믿고 따르는 상황에서 그런 강수를 두었다가는 그들이 자기들에게 반기를 들까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로마의 힘을 빌려 예수님을 죽이고자 합니다. 로마에 대한 반란을 꾀한 ‘반역자’라는 죄명을 예수님께 뒤집어 씌움으로써, 빌라도가 ‘총독’의 권한으로 위험한 ‘정치범’ 예수를 제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가려고 합니다.

 

그들의 가장 나쁜 점은 자기 이익과 안위만 생각하면서, 그런 자기들의 행동이 마치 백성들을 위하는 것인양 위선을 떤다는 것입니다. 대사제 카야파가 보여주는 모습이 대표적이지요. 그는 ‘온 민족이 멸망하는 것보다 한 사람이 백성을 위하여 죽는 것이 더 낫다’는 명분을 내세웁니다. 예수라는 한 사람을 희생시켜서 이스라엘 백성 전체의 안녕과 유익을 도모할 수 있다면 그건 하느님께서 보시기에도 올바른 선택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 말을 듣는 수석 사제들과 바리사이들에게 ‘왜 당신들은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하느냐’고 은근히 책망하기까지 하지요. 하지만 정작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은 바로 그 자신이었습니다. 그들의 음모와 계략, 반대와 저항에도 불구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온 백성을 구원하시려는 하느님의 계획은 착착 진행되고 있음을 그는 미처 알지 못했던 겁니다.

 

우리가 ‘대의 명분’을 앞세우고 효율성만 강조하며 남에게 희생을 강요할 때, 내 이익을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이기적인 태도로 살아갈 때 나도 모르는 사이 예수님을 또 다시 ‘십자가의 길’로 내몬다는 것을 기억해야겠습니다. 반면 나의 희생과 봉헌은 다른 사람에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되며, 우리 모두를 구원에 이르게 합니다. 그러니 나를 위해 남을 희생시키려다 모두를 멸망에 빠뜨리지 말고, 남을 위해, 하느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기꺼이 나를 희생함으로써 우리 모두 함께 참된 행복을 누리는 방향으로 나아가야겠습니다. 구원을 위해 필요한건 ‘처세술’이나 ‘꼼수’가 아니라, 하느님의 섭리를 알아보고 그분의 뜻을 제대로 헤아릴 줄 아는 ‘지혜’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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