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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주간 월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4-03 조회수380 추천수2 반대(0) 신고

[성주간 월요일] 요한 12,1-11

 

 “마리아가 비싼 순 나르드 향유 한 리트라를 가져와서, 예수님의 발에 붓고 자기 머리카락으로 그 발을 닦아 드렸다.“

 

 

오늘날 전 세계를 움직이는 근본원리인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효율성과 경제성입니다. 내가 생산하는 재화 혹은 서비스가 얼마나 ‘돈’이 되는가, 어떻게 하면 작업을 보다 효율적으로 진행하여 생산 단가를 줄이고 보다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는가에 중점을 두는 겁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그런 경제논리에 익숙해져서 사람을 대할 때에도 그런 방식을 적용하려 들지요. 하지만 그런 경제논리를 내세우지 않는 때가 있습니다. 바로 참된 ‘사랑’에 빠졌을 때 입니다. 사랑은 원래 비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받는 것보다 주는 것에서 더 큰 행복을 느끼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상대방으로부터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더 큰 기쁨을 얻는다고 느낍니다. 그렇기에 아낌없이 자신을 내어주고 또 내어줍니다. 사랑이라는 가치가 우리를 ‘행복한 바보’로 만들어버리는 겁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그런 ‘행복한 바보’를 만나게 됩니다. 바로 예수님께서 죽음에서 소생시키신 라자로의 여동생 ‘마리아’입니다. 그녀는 예수님께서 오빠를 되살려주신 것에 보답하고자, 그분이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전해주셔서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시고 참된 행복이 무엇인지 알게 해주신데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자신이 소유한 가장 귀한 것을 예수님께 기꺼이 내어드립니다. ‘나르드’ 향유는 인도에서 생산되는 값비싼 향유로써, 사랑하는 사람을 매혹하는 용도로도 쓰인다고 합니다. 그녀는 그토록 귀한 향유를 예수님의 발에 전부 부어드림으로써 자신이 그분을 생각하는 마음이 얼마나 큰지를 드러냅니다. 또한 사람들 앞에서 자기 머리칼을 풀어 헤치고 그것으로 예수님의 발을 닦아 드립니다. 이는 아주 가까운 연인 사이에서, 그것도 단 둘이 있을 때나 할 법한 아주 파격적인 애정표현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이들에게 큰 오해를 살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남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 자신에게 보여주신 그 큰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자신 역시 최선을 다해 예수님께 대한 사랑을 표현합니다. 주님께서 가르치신 사랑의 계명대로,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님이신 예수님을 사랑한 것이지요.

 

하지만 이스카리옷 유다에게는 마리아의 진심과 사랑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의 눈에는 그녀가 쏟아버린 아까운 향유만, 그 향유를 팔았으면 손에 쥐었을 돈의 가치만 보였습니다. 그 무엇에도 한 눈 팔지 않고 오직 예수님만 바라보았던 마리아와 달리, 그는 예수님 곁에 있으면서도 돈에, 세속적인 가치들에 한 눈을 팔고 있었던 겁니다. 그러면서도 자기의 시커먼 속내를 들키지 않기 위해 위선을 떱니다. 자신이 가난한 이웃들을 엄청 생각하고 위해주는 척 하며, 귀한 재물을 가난한 형제들을 돕는 의미있는 일에 쓰지 않고 ‘쓸 데 없는’ 일에 낭비해버린 마리아를 비난하고 질책합니다. 그런 식으로 사람들 앞에서 자기 의로움을 과시하고, 그들이 ‘좋은 일에 써 달라’며 봉헌한 예물로 자기 배를 채워왔던 그 입니다. 참으로 가증스럽습니다.

 

우리도 효율성과 경제성의 논리에 휘둘리면 유다처럼 돈의 노예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돈’이 아니라 ‘사람’을, 그리고 ‘사랑’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현실’이라는 높은 장벽에도 불구하고 꿈과 희망을 쫓는 사람들, 쉽고 편한 길을 마다하고 사랑과 자비를 실천하기 위해 기꺼이 가시밭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이 밥 먹여주느냐’는, ‘그런 일을 해봐야 누가 알아주냐’는 가시 돋힌 말을 하여 그들의 마음을 꺾어놓아서는 안됩니다. 신앙생활에서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입니다. 주님은 당신께서 가르쳐주신 복음이라는 참된 가치를 지키기 위해, 어떤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올바른 길을 걷는 이들과 함께 걸으시며 힘을 주십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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