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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성주간 화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4-04 조회수272 추천수3 반대(0) 신고

[성주간 화요일] 요한 13,21ㄴ-33.36-38 

 

 “나를 위하여 목숨을 내놓겠다는 말이냐?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닭이 울기 전에 너는 세 번이나 나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


 

인생을 살면서 가장 가슴 아픈 상처로 남는 것은 믿고 사랑하던 이로부터 배신당한 기억일 것입니다. 서로에게 등을 내어주며 온갖 어려움을 함께 이겨냈는데, 그렇게 같은 곳을 바라보며 끝까지 함께 할거라 믿고 의지했는데, 위기가 닥쳐왔을 때 자기 혼자 살려고 나를 절망 속에 버려두고 떠나거나, 자기 혼자 좋은 기회를 독차지하기 위해 내 등에 비수를 꽂는 모습을 보면 큰 실망과 절망에 빠져 괴로워하게 됩니다. 더 나아가 사람 자체를 믿지 못하게 되고, 다시 누군가를 신뢰하고 사랑하기가 두려워져 철저한 외로움과 고독에도 불구하고 혼자 사는 길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스승이신 예수님을 배신하는 두 제자의 이야기를 보게 됩니다. 유다는 예수님보다 앞에 서서 그분을 자기 뜻대로 끌고 가려다가 배신을 저질렀고, 베드로는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의 뒤를 따르기를 두려워하다 배신을 저질렀습니다. 각자 이유와 양상은 다르지만 주님의 뜻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제 길을 가려다가 자기 약함에 걸려 넘어졌다는 점에서는 서로 같지요.

유다는 제 욕심을 채우고자 예수님을 헐값에 팔아넘겼지만, 예수님은 당신 등에 칼을 꽂은 그 제자를 끝까지 사랑하셨습니다. 배신감에 치가 떨려 꼴도 보기 싫을 상황인데도 함께 식사하시며 빵을 적셔서 그에게 주셨습니다. 빵을 적셔서 주는 것은 그를 한 ‘식구’로 여긴다는 뜻입니다. 당신 마음을 아프게 한 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형제이자 가족으로 여겨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깊은 사랑을 보여주신 것이지요. 그러나 유다는 그 사랑의 빛을 등지고 죄의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쪽을 선택합니다. 예수님께서 회개할 기회를, 모든 상황을 바로잡고 구원받을 기회를 열어주셨음에도 고집스럽게 잘못된 길을 계속 걸어갑니다.

베드로는 그런 유다에 비하면 양반입니다. 적어도 그에게는 처음부터 주님을 배반할 의도는 없었습니다. 다만 자기 자신을 너무 몰랐다는게 문제입니다. 스스로가 얼마나 부족하고 약한 존재인지 몰랐기에 자신에게 닥쳐올 박해의 상황을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고, 자신이 얼마나 우유부단하고 겁이 많은 존재인지 몰랐기에 제 힘만 믿고 주님께 의탁하지 않았다가 제 발에 걸려 넘어졌습니다. 베드로는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세상의 유혹과 시련에, 죄에 걸려 넘어질 때는 우리가 가장 약할 때가 아니라 오히려 가장 강할 때라는 것을. 그렇기에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고 묵묵히 주님 뒤를 따라야 한다는 것을.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도 베드로처럼, 유다처럼 죄에 걸려 넘어집니다. 우리는 부족하고 약한 존재이기에 그렇게 넘어지는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중요한 건 넘어지지 않는게 아니라 넘어진 다음에 주님의 손을 붙들고 다시 일어서는 것입니다. 유다는 주님의 손을 뿌리치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렸습니다. 주님의 사랑과 자비를 신뢰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베드로는 죄를 지었음에도 마음 속에 희망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자비로운 아버지가 돌아온 탕자를 용서하고 다시 아들로 받아들인 것처럼, 자기가 죄를 진심으로 뉘우치고 회개하면 주님께서 자신을 용서해주시고 다시 사랑하는 형제로 받아들여 주실 것임을 굳게 믿은 겁니다. 그랬기에 통회의 눈물로 자기 죄를 씻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손을 붙잡고 다시 일어서서 새로운 삶을 살아갑니다. 이것이 우리가 본받아야 할 모습입니다. 나의 잘못과 허물을 솔직히 인정하고 주님께 봉헌하면, 주님의 사랑과 자비를 굳게 믿으며 그분께 나 자신을 내어드리면, 그분께서 내 죄를 깨끗이 씻어주시고 새 사람으로 만들어 주십니다. 그것이 우리를 살게 하는, 또 우리가 살아야 할 ‘신앙의 신비’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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