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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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주간 수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3-04-04 조회수877 추천수7 반대(0)

교구청에서 8년을 지냈습니다. 가끔씩 투서를 보내는 경우를 보았습니다. 본당 사목자에 대한 비난과 비리를 밝혀달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성전 신축 과정에서 비리가 있다고 하는 경우도 있고, 특정한 단체에 대한 불목과 불화가 있다고 하는 경우도 있고, 여성 문제가 있다고 하는 경우도 있고, 강론 내용에 대한 비난도 있습니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잘못이 있다면 고치도록 해야 합니다. 억울한 이가 있다면 그것도 풀어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투서를 이용한 모함과 비난이 있다면 그것 또한 바로 잡아야 합니다. 투서를 보내는 이들의 공통점도 있습니다. 교회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있습니다. 교회에 대해서 무관심한 사람은 투서를 보낼 일도, 이유도 없습니다. 본당 사목자와 친밀한 관계가 있습니다. 애정이 애증으로 바뀔 수도 있습니다. 본당 사목자와 가까이 있었기에 본당 사목자의 장점과 단점을 알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본당은 사목자와 교우들이 하느님나라를 위해서 화목하게 지내는 것을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는 2000년 동안 복음을 선포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성주간 수요일입니다. 어제에 이어서 예수님께서는 제자의 배반을 예고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광야에서 유혹을 받으셨습니다. 그런 유혹은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을 배반하고, 모함하는 것은 받아들이셨습니다. 예수님에 대한 모함과 비난은 기득권을 지녔던 바리사이와 율법학자들에게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권위는 하느님에게서가 아니라 악으로부터 온다고 모함하였습니다. 율법과 계명의 이름으로 예수님의 행위를 단죄하려고 하였습니다. 그들은 하느님의 이름으로 하느님의 아들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하였습니다. 배반의 절정은 예수님의 제자들에게서 이루어집니다. 유다는 은전 서른 닢에 예수님을 대사제들에게 넘겼습니다. 베드로는 만일 예수님을 안다면 천벌을 받아도 좋다고 하면서 예수님을 모른다고 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믿었던 제자의 배반, 사랑하는 제자의 배반을 보셨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유다는 저는 아니겠지요?”라고 이야기합니다. ‘저는 아니겠지요?’라고 말하면서 주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사목자들이 있습니다. 과도한 음주와 무절제한 생활 습관으로 건강을 해치는 사목자는 그 행위로 주님을 배반하는 것입니다. 공동체를 돌보지 않고 성사를 거룩하게 집전하지 않고 개인적인 취미활동에 빠져 있는 사목자는 그 행위로 주님을 배반하는 것입니다. 교회의 탓으로, 시대의 탓으로 돌리면서 자신의 잘못을 합리화 하는 사목자는 그 행위로 주님을 배반하는 것입니다.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을 돌보지 않고, 주님께서 맡겨주신 포도밭을 황폐하게 만드는 사목자는 그 행위로 주님을 배반하는 것입니다. 세례를 받아 신앙인이 되었지만 세상의 것에 마음을 빼앗기는 신앙인도 그 행위로 주님을 배반하는 것입니다. 자기 눈에 있는 들보는 보지 못하고, 이웃의 눈에 있는 티를 들쳐 내는 신앙인도 그 행위로 주님을 배반하는 것입니다. 지금 굶주리는 이를 외면하고, 지금 아파하는 이를 외면하고, 지금 외로운 이를 외면하는 신앙인도 그 행위로 주님을 배반하는 것입니다.

 

저 역시도 저는 아니겠지요?”라며 애써 저 자신의 허물과 잘못을 감추었던 적이 많았습니다. ‘다음에 하지 머라고 하면서 지금 해야 할 책임을 뒤로 미루었을 때 저는 그 행위로 주님을 배반하였습니다. ‘남들도 그러는데 머라고 하면서 저의 잘못을 합리화 했을 때 저는 그 행위로 주님을 배반하였습니다. ‘나는 할 수 없어라며 현실에 안주하였을 때 저는 그 행위로 주님을 배반하였습니다. 그런 저를 위해서, 사목자를 위해서, 그런 신앙인을 위해서 주님께서는 오늘도 주님의 식탁에 우리를 초대하십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먹어라. 이는 너희를 위해 내어줄 내 몸이다.” 그렇습니다. 무도한 우리의 행동에도 주님께서는 여전히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그리고 베드로 사도처럼 회개의 눈물을 흘리기를 기다리십니다. 성주간 수요일입니다. 우리는 이제 곧 파스카 성삼일을 지내게 됩니다. 나를 위해서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주님께 감사드리면서 은혜로운 회개의 때를 거룩하게 보내면 좋겠습니다.

 

나는 매질하는 자들에게 내 등을, 수염을 잡아 뜯는 자들에게 내 뺨을 내맡겼고 모욕과 수모를 받지 않으려고 내 얼굴을 가리지도 않았다. 그러나 주 하느님께서 나를 도와주시니 나는 수치를 당하지 않는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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