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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성주간 수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4-05 조회수342 추천수1 반대(0) 신고

[성주간 수요일] 마태 26,14-25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

 

 

오늘 복음은 유다 이스카리옷이 은전 30냥을 받고 예수님을 수석사제들에게 팔아넘기는 이야기입니다. 욕심을 채우기 위해, 자기 뜻을 이루기 위해 3년 동안이나 동고동락하여 가족이나 다름없는 분을, 그토록 존경하고 따랐던 스승님을 팔아넘기는 그의 모습에서, 죄가 주는 잠시의 이익과 쾌락에 자기 자신을 팔아넘기는 우리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우리가 죄를 짓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입으로는 하느님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그 하느님의 뜻을 따르기 위해서는 ‘은전 30냥’이라는 세속적인 가치를 내려놓아야 한다는 사실을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고, 한쪽을 따르기 위해서는 다른 한쪽을 포기해야 하는데, ‘은전 30냥’을 잃는 것은 전전긍긍하며 두려워하면서도, 정작 하느님께서 베풀어주시는 은총과 사랑을 잃는 것은, 더 나아가 하느님 나라에서 영원한 생명을 누리지 못하게 되는 것은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기에 별 고민 없이 ‘은전 30냥’ 쪽을 선택하게 되는 겁니다. 그렇게 우리는 죄를 짓게 됩니다. 물론 모든 죄에는 기쁨이라는 반대급부가 따라 오기에 당장은 세상의 뜻을 택하는 것이 이득으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세상의 즐거움을 선택하기 전에, 하느님 뜻을 거스르는 과정에서 내가 잃게 될 것들이 무엇인지, 그것이 얼마나 크고 귀하며 소중한지를 깊이 묵상해봐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만 ‘소탐대실’하고 가슴을 치며 후회하는 일이 없을테니 말이지요.

 

예수님께서 당신의 수난을 앞두고 제자들에게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라며 그들의 배신을 예고하시는 것은 제자들이 욕심에 눈이멀어, 혹은 걱정과 두려움에 눈이 가리어 섣부르게 잘못된 선택을 했다가, 그 선택으로 정말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고 뒤늦게 후회하지 않도록 보호하시기 위함입니다. 특히 이미 배신을 진행중인 유다에게 한 번 더 회개의 기회를 주시려는 의도가 크지요. 하지만 유다는 그런 예수님의 사랑을 끝까지 외면하고 고집스럽게 잘못된 길을 계속 걸어갑니다. 그러면서 뻔뻔하게도 “저는 아니겠지요?”라고 예수님께 되묻습니다. 다른 제자들이 예수님께 그렇게 되물은건 자신들이 부족하고 약한 존재라서 언제라도 죄를 지을 수 있음을 알기에 두렵고 걱정되는 마음에 그런 것이지만, 유다는 ‘자기는 절대 배신하지 않을거’라는 거짓을 예수님이 믿게 하기 위해 얼굴에 위선이라는 가면을 쓴 것입니다. 그런 그의 마음을 다 꿰뚫어보고 계셨던 예수님은 얼마나 마음이 착잡하고 안타까우셨을까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도 유다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살아갑니다. 주님의 뜻을 철저히 따르고 있지 않으면서도, 그분께서 주신 사랑의 계명을 충실히 실천하고 있지 못하면서도,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사람마냥 “저는 죄인이 아니겠지요?”라고 주님께 묻고 있는 우리들입니다. 만약 어느 날 갑자기 주님께서 무서운 얼굴로 “아니야 너 죄인 맞아”라고 말씀하실까봐 두렵습니다. 그러기에 “주님 제가 바로 죄인입니다. 저를 죄악의 수렁에서 건져주십시오”라며 그분께서 자비를 베풀어 주시기를 간절히 청해야 합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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