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부활 팔일 축제 화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3-04-10 조회수786 추천수6 반대(0)

미국에서 처음으로 혼배 주례를 부탁받았습니다. 저는 이번 혼배 주례를 부탁받으면서 우연이 필연이 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시작은 한국에서 미국으로 오는 비행기였습니다. 폭설로 비행기가 결항되면서 형제님은 시카고를 경유해서 뉴욕으로 오는 비행기를 탑승하게 되었습니다. 옆 좌석에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여성이 화장실을 갈 때를 제외하고는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시카고에서 내려 뉴욕으로 갈 때 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승무원에게 물어보니 옆의 책 읽던 여성이 친절하게 알려주었습니다. 짐을 다시 찾아서 부쳐야 한다고 했습니다. 여성과 5분 정도 짧은 대화를 했지만 느낌이 너무 좋았습니다. 이 메일을 주고받고 가끔 연락을 했는데 그 여성도 친절하게 답을 했습니다. 음악을 좋아하고, 산을 좋아한다는 여성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음악을 좋아하고, 산을 좋아하는 아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인연이 된 아들과 여성은 음악회를 같이 갔고, 사랑을 키워나갔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약혼식을 하고, 뉴욕에서 혼배미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평생의 배우자를 만나는 선택이 필연이 아닌 우연으로도 이루어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우연을 필연으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책을 가까이 하고, 낯선 이웃에게 친절함을 보여준 여성의 따뜻함입니다. 그 여성의 따뜻함을 알아보았던 아버지의 안목입니다.

 

그럼 저와는 어떻게 연결이 되었을까요? 저는 지난 사순시기에 오타와, 토론토, 뉴욕, 뉴저지에서 사순특강을 하였습니다. 토론토에서 오타와는 왕복 10시간이 걸리는 여정이었습니다. 사순특강을 듣기 위해서 저를 기다리는 오타와의 교우들의 눈망울이 선합니다. 규모가 크지 않아서 사순특강을 들을 기회가 적었다고 합니다. 30여명이 사순특강을 들었고, 고맙게도 신문 구독도 해 주었습니다. 과묵하지만 속이 깊은 토론토 신부님은 사제관에서 지낼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고, 서재에 있는 책을 선뜻 빌려주었습니다. 뉴욕의 퀸즈성당은 특강 전에 십자가의 길, 성체강복이 있었습니다. 특강은 미사 중에 하였습니다. 덕분에 매주 금요일 십자가의 길기도를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뉴저지에서 사순특강을 하였습니다. 강의를 듣던 형제님은 제게 아들의 혼배미사 주례를 부탁하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제가 혼배 주례를 하면 아이들에게 더 큰 축복이 될 것 같다고 하였습니다. 그렇게 해서 저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신랑과 신부를 위해 혼배 주례를 하게 되었습니다. 우연히 사순특강을 들었던 형제님은 처를 처음 보았는데도 아들과 며느리를 위한 혼배 주례를 부탁하였습니다. 모든 것이 우연인 것 같지만 그 안에는 따뜻한 마음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안에는 하느님의 이끄심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56일 하느님 앞에서 부부가 되려는 요한과 마리아에게 하느님의 축복이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오늘 독서에서 베드로 사도는 담대하게 설교하였습니다. 베드로의 말을 받아들인 이들은 세례를 받았고, 신자가 삼천 명 가량 늘었습니다. 예수님을 모른다고 3번이나 배반했던 베드로입니다. 두려움 때문에 물위를 걷다가 빠졌던 베드로입니다. 예수님께서 사탄아 물러가라.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한다.’고 꾸지람을 듣던 베드로입니다. 절망 중에 다락방에 숨어있던 베드로입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다시 갈릴래아에서 낚시를 하려고 했던 베드로입니다. 무엇이 베드로의 마음을 바꾸었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드를 품어주시는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따듯한 마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자들에게 평화를 빌어 주시는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따뜻한 마음입니다. 시카고를 경유하는 뉴욕 행 비행기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보통은 그렇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타고 내리는 것이 비행기입니다. 그런데 따뜻한 마음과 마음이 만나니 우연은 필연이 되어서 젊은이들이 부부가 되는 축복이 되었습니다. 비록 주님을 배반하였지만 회개의 눈물을 흘렸던 베드로의 마음을 주님께서는 받아 주셨습니다. 그리고 초대교회는 성령의 이끄심으로 주님께서 부활하셨음을 선포할 수 있었습니다.

 

두려움과 절망 중에 있다면 우리는 부활하신 주님께서 다시 오신다고 해도 알아보지 못할 것입니다. 교만과 욕망 중에 있다면 부활하신 주님께서 다시 오신다고 해도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라고 외칠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막달라 마리아는 시카고 경유 비행기가 아닌 빈 무덤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주님을 보고 싶은 간절함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옷자락을 만졌던 여인의 간절함이 있다면, 나무에 올라가서 예수님을 보고 싶었던 자캐오의 간절함이 있다면 봄의 산하에 지천으로 피는 꽃을 보듯이, 우리는 주님 부활의 기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보라, 주님의 눈은 당신을 경외하는 이들에게, 당신 자애를 바라는 이들에게 머무르신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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