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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활 팔일 축제 화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4-11 조회수404 추천수1 반대(0) 신고

[부활 팔일 축제 화요일] 요한 20,11-18 

 “여인아, 왜 우느냐? 누구를 찾느냐?”

 

주님께서 묻혀 계셨던 무덤이 ‘비어있음’을 확인한 베드로와 요한이 집으로 돌아간 다음에도, 마리아 막달레나는 차마 그분의 무덤 앞을 떠나지 못한 채 서서 울고 있었습니다. ‘주님의 시신을 몰래 꺼내간 사람이 시신을 훼손하면 어쩌나’하는 걱정이 그녀의 온 마음을 사로잡아 아무 데도 갈 수가 없었던 겁니다. 그런 그녀 앞에 주님께서 나타나셔서 이렇게 물으십니다.

 

“여인아, 왜 우느냐? 누구를 찾느냐?”

 

이미 천사들이 그녀에게 “왜 우느냐?”고 물었음에도, ‘주님께서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셨으니 더 이상 그분의 죽음을 슬퍼할 이유가 없다’고 알려주었음에도, ‘주님의 시신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완전히 사로잡혀 참된 의미도, 분명한 목적도 없이 그저 눈물만 흘리던 그녀에게 우리가 참으로 울어야 할 ‘진짜 슬픔’이 무엇인지, 우리가 간절하게 찾아야 할 주님이 어떤 모습인지를 제대로 알려주고자 하신 겁니다. 

 

하지만 마리아는 여전히 ‘동문서답’입니다. 눈 앞에 그토록 그리던 예수님이 서 계시는데도, 그분이 그 무덤이 있는 동산 전체를 관리하는 ‘동산지기’라고 제 멋대로 오해하고는, 주님의 시신이 어디있는지만 알려달라고, 그러면 자신이 그분을 모셔가겠다고 답합니다. 가녀린 여인의 몸으로 뻣뻣하게 굳어진 장정의 시신을 들겠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몰약과 침향을 섞어 만든 향료가루를 잔뜩 바르고 아마포 수의로 감싸 무게가 거의 100 킬로그램에 육박하는 무거운 시신을 자기 혼자 운반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다른 이들에게는 무모하게 보였겠지만, 그녀는 진심이었습니다. 그만큼 예수님을 많이 사랑했기에 그분을 되찾아 올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다 하겠다는 각오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 그녀를 예수님께서 사랑이 가득 담긴 음성으로 부르십니다. “마리아야!” 예수님이 자기 이름을 부르시자, 마리아는 자기 앞에 서 있는 그분이 예수님임을 즉시 알아보게 됩니다. 그러자 슬픔과 비탄, 절망에 빠져 죽어가던 그녀의 마음에 순식간에 기쁨과 환희, 희망이 가득차게 되지요. 즉 그녀는 그 자리에서 ‘부활’을 체험한 것입니다. 그러고는 아람어로 “라뿌니!”라고 외칩니다. 유다인들이 율법을 가르치는 스승을 부를 때 쓰는 일반적 호칭인 “라삐”와는 어감이나 의미가 다른 특별한 호칭입니다. 제자가 자기 스승에게 특별한 애정과 친밀감, 존경의 마음을 가득 담아 부를 때 쓰는 사랑의 호칭입니다. 학생들이 친하고 존경하는 선생님을 “쌤~”하고 부르듯, 예수님을 보고 “사랑하는 나의 선생님!”이라고 외친 겁니다. 그렇게 너무나 사랑하는 예수님과 기쁨의 해후를 나눈 마리아는 다른 제자들에게 자기가 느낀 부활의 기쁨을 전하는 증인이자 사도가 됩니다.

 

부활하신 주님은 오늘도 우리에게 ‘낯선 이’의 모습으로 오십니다.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작고 약한 이의 모습으로, 곤란한 상황에 처하여 도움과 동반이 필요한 평범한 이웃의 모습으로 오십니다. 그렇기에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고 싶다면 내 주위에 있는 수많은 ‘낯선 이’들을 따뜻한 관심과 사랑으로 지켜보아야 합니다. 나에게 공감과 도움, 자선을 청하는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리고 주저하거나 미루지 말고 즉시 그들에게 사랑을 실천해야 합니다. 그러면 눈이 열리고 귀가 틔어서 그들 안에 계신 주님을 알아보게 됩니다. 그리고 마음에서 우러나는 큰 기쁨 속에서 이렇게 외칠 수 있을 겁니다. “사랑하는 나의 예수님!”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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