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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활 팔일 축제 금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4-14 조회수294 추천수2 반대(0) 신고

[부활 팔일 축제 금요일] 요한 21,1-14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져라. 그러면 고기가 잡힐 것이다.”

 

 

부활하신 뒤에 한 번은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다른 한 번은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에게 나타나신 예수님은 그들을 통해 당신 제자들에게 ‘갈릴래아로 가라’는, 그러면 거기서 당신을 만나게 되리라는 메시지를 전하십니다. 그러자 베드로를 비롯한 일곱 제자들은 주님의 말씀대로 갈릴래아로 이동하여 호수 근처에 자리를 잡고 기다립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왜 자신들을 ‘갈릴래아’로 가라고 하셨는지, 거기서 주님을 만날 때까지 ‘무엇’을 해야할지를 알지 못했기에 그저 막연히 기다릴 수 밖에 없었고, 그러는 동안 시간은 무심하게 흘러갔지요. 그러자 막막하고 가슴이 답답하여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 만만한 ‘고기잡이’라도 하러 호수로 나갑니다.

 

그러나 그들은 밤새 애를 썼음에도 한 마리의 고기도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무리 지난 3년 동안 예수님 뒤만 따라다니느라 그물을 잡을 일이 없었다고는 해도 평생 ‘생업’으로 삼았던 일이고, ‘다른건 몰라도 이거 하나만큼은 잘 할 수 있다’고 자신했던게 ‘고기잡이’였는데, 그것조차 제대로 되질 않으니 제자들은 그만큼 더 깊은 절망과 자괴감에 빠졌을 겁니다. ‘난 겨우 이것밖에 안되는 사람이었던가?’, ‘난 지난 3년 동안 대체 무엇을 한걸까?’, ‘내가 주님과 함께 보낸 시간이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런 여러가지 생각들로 마음이 어지럽고 심란했겠지요. 그런 그들 앞에 부활하신 주님이 나타나십니다. 그리고는 그들을 처음 만나셨던 그날처럼 그들에게 어떻게 해야할지 그 방법을 알려주십니다.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져라. 그러면 고기가 잡힐 것이다.”

 

여기서 ‘오른쪽’이라는 말은 비유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우리말도 그렇고 영어도 그렇고 그 밖에 많은 언어권에서도 왼쪽의 반대방향을 가리키는 ‘오른’이라는 말과, 윤리 도덕적 올바름을 뜻하는 ‘옳은’이라는 말은 그 발음이 서로 같지요. 즉 그물을 ‘오른’쪽으로 던지라는 말씀은 당신 뜻에 맞는 ‘올바른’ 것을 선택하라는 권고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겁니다. 주님께서는 제자들을 갈릴래아로 부르신 것은 당신께서 가르쳐주신 하느님 나라의 복된 소식을 사람들에게 전하여 그들을 ‘낚으라고’, 즉 멸망의 구렁에서 그들을 건져내어 구원에 이르게 하라고 부르신 것인데, 그들은 주님께서 몇 번이나 강조하신 그 말씀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진짜 물고기를 낚는 일에만 열중하고 있었으니 원하는만큼 결실을 얻을 수 있을리가 없지요. 그러나 주님께서 시키시는대로 따르자 엄청나게 많은 양의 물고기를 잡게 되었고, 세상 일에 대한 걱정과 근심에 가리워졌던 눈이 열려 자신들에게 말씀하신 분이 주님임을, 자신들은 그분의 뜻을 따라야만 함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는 살면서 ‘힘을 빼야한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운동을 할 때에도 일을 할 때에도 그것을 제 뜻과 바람대로 잘 해내고 말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힘을 꽉 주고 있으면 몸과 마음이 경직되어서 그것을 제대로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결과도 만족스럽지 않다는걸 수많은 경험을 통해 알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그런 점은 구원의 문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앙생활을 통해 참된 기쁨과 행복을 누리고 싶다면 일단 먼저 힘을 빼야합니다. 내 뜻과 바람대로 해내겠다는 고집을 내려놓고 주님의 뜻을 헤아리고 따르는데에 집중해야 합니다. 주님께서 원하시면 그 일을 시작하고, 주님의 힘과 도우심으로 그 일을 추진하며, 그분 섭리대로 일을 끝마치고나면 그 결과는 주님께 온전히 맡겨드려야 합니다. 그러면 주님께서 나를 통해 놀라운 일들을 이루시지요. 또한 힘들고 괴로울 때, 슬프고 외로울 때, 두렵고 지칠 때 주님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시며 우리에게 위로와 힘을 주십니다.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라는 인사말에는 우리의 그런 믿음이 담겨 있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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