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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활 제2주간 화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4-18 조회수535 추천수1 반대(0) 신고

[부활 제2주간 화요일] 요한 3,7ㄱ.8-15

 

 "바람은 불고 싶은 데로 분다. 너는 그 소리를 들어도 어디에서 와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영에서 태어난 이도 다 이와 같다."

 

 

 풍향계는 바람이 어디에서 어디로 부는지 그 방향을 알려주는 도구입니다. 폭이 점점 좁아지는 원통형 모양도 있고, 커다란 화살표 모양이나 닭 모양도 있지요. 이처럼 모양은 다양하지만 풍향계가 바람의 방향을 가리키는 원리는 한 가지입니다. 그것은 바로 바람을 직접 ‘만나야만’, 온몸으로 바람을 맞아야만 바람의 방향을 가리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풍향계를 바람이 불지 않는 실내에 둔다면, 그것은 아무 쓸모없는 장식품이 될 뿐입니다.

 

 그렇기에 예수님도 오늘 복음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바람은 불고 싶은 데로 분다. 너는 그 소리를 들어도 어디에서 와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너무나 당연한 말씀입니다. 눈을 감고 바람이 부는 소리를 듣는다고 해서 그 바람이 부는 방향을 알 수는 없는 것입니다. 바람이 부는 방향을 알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내가 직접 바람이 부는 곳으로 나가서 바람을 맞는 것입니다. 그러면 바람이 어디에서 불어와 어디로 가는지, 바람의 강도는 어떠한지 한 번에 알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영에서 태어난 이도 다 이와 같다.”고 말씀하십니다. ‘영에서 태어난 이’란 세례성사를 통해 하느님의 자녀로 다시 태어난 이들, 즉 이 미사에 함께 하고 있는 우리 모두를 의미합니다. 결국 예수님의 말씀은 바람에 대해서 ‘알려면’ 바람이 부는 곳 한 복판으로 나아가 바람을 직접 맞아야 하는 것처럼, 하느님의 자녀가 된 우리가 하느님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하느님이 계신 곳으로 나아가 하느님을 직접 체험해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많은 신자분들이 바람 소리만 듣고 바람이 부는 방향을 알고자 합니다. 각종 신앙서적이나 교리서들을 많이 읽음으로써 하느님을 ‘알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성경에서 ‘알다’라고 번역되는 그리스어 단어는 그 앎의 대상과 내가 관계를 맺고 있음을 기본 전제로 합니다. 그러니 하느님에 대한 지식을 머릿속에 많이 쌓는다고 해서 하느님을 제대로 안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것은 카카오스토리나 페이스북 같은 SNS를 통해서 어떤 사람에 대한 정보를 많이 얻게 된다고 해서, ‘내가 그 사람과 잘 아는 사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내가 하느님을 참으로 ‘안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그분과 내가 ‘아는 사이’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하느님과 내가 직접적인 관계를 맺어야 합니다.

 

 우리가 하느님에 대해 제대로 ‘아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 방법은 ‘기도’입니다. 기도는 내가 원하는 것을 하느님께 일방적으로 떠드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과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입니다. 지금의 내 상황, 내 생각, 내 기분에 대해 하느님께 말씀드립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그 말을 듣고 어떻게 대답하실지를 ‘하느님의 입장’에서 곰곰이 생각합니다. 이처럼 하느님의 마음을 내 안에 품고 삶으로써 하느님에 대해 더 깊이 알게 되는 것입니다. 두 번째 방법은 ‘실천’입니다. 실천이란 단순히 내가 생각하는 바를 행동으로 옮기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하느님의 마음을 내 안에 품은 상태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과 자선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이 마음 속에 품고 있는 하느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렇게 하느님을 더 많이 만날수록 하느님에 대해 더 많은 것들을 알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 미사에 함께 하시는 모든 분들이 이번 부활시기 동안 이 두 가지 방법을 적극적으로 실천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나는 하느님과 아는 사이다’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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