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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활 제2주간 수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3-04-18 조회수1,314 추천수10 반대(0)

어제부터 이스라엘과 요르단 성지순례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으로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갔던 것은 1995년이었습니다. 어느덧 28년 전입니다. 해외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때였습니다. 교우들은 이스라엘로 성지순례를 다녀오고 있었습니다. 교구에서는 사제들도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다녀올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습니다. 저는 본당 신부님의 허락을 받고 성지순례를 신청했습니다. 친한 동창신부님들도 8명이 함께 신청했습니다. 해외여행을 다녀본 적도 없고, 성지순례에 대한 이해도 적었습니다. 성지는 예수님께서 태어나시고, 공생활을 하시고, 십자가에 못 박히시고 돌아가셨지만 부활하신 곳(Holy Land)을 뜻합니다. 베들레헴, 나자렛, 갈릴래아, 가파르나움, 예루살렘과 같은 곳입니다. 교회가 시작되면서 사도들이 선교한 곳, 교우들이 순교한 곳, 성인과 성녀들이 살았던 곳(Holy Place)도 성지가 되었습니다. 해외에도 성지가 많지만 우리나라에도 성지가 많습니다. 교우들이 순교한 곳, 순교한 교우들이 묻힌 곳, 성인과 성녀들이 신앙을 증거한 곳들이 있습니다. 절두산, 새남터, 미리내, 솔뫼, 치명자 산과 같이 한국에서 성지가 많습니다.

 

성지순례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왜 성지순례를 가는 걸까요? 저는 성지순례의 목적은 거울을 보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거울을 통해서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전날 과음을 했거나 과로를 했으면 얼굴의 모습이 까칠 할 것입니다. 직장의 일 때문에 근심과 걱정이 있다면, 자녀의 문제로 근심과 걱정이 있다면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할 것입니다. 분노와 불만이 있다면 화난 모습일 것입니다. 적당한 운동과 규칙적인 식사와 충분한 수면을 취하면 생기가 가득한 모습일 것입니다. 감사와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면 얼굴은 환한 미소가 보일 것입니다. 나눔과 희생으로 자선을 베풀면 온화한 얼굴이 될 것입니다. 성지라는 거울을 통해서 나의 신앙을 돌아보는 것이 성지순례의 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들이 가니까 나도 간다는 생각으로 성지순례를 가면 성지순례의 목적을 망각하는 것입니다. 근심과 걱정을 듬뿍 안고 성지순례를 가면 성지순례를 왜 가는지 모르는 것입니다. 성지순례를 가기에 앞서서 미리 복음서와 사도행전을 읽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9일 기도를 하면서 특별한 기도 지향을 드리는 것도 좋습니다.

 

제가 왜 성지순례의 목적을 이야기할까요? 28년 전에 저는 거울을 보는 심정으로 성지순례를 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미리 복음서와 사도행전을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9일기도를 하지 못했습니다. 동창신부님들과 함께 간다는 즐거움에 성지순례의 목적과 의미를 망각했습니다. 갈릴래아 호수에서 배를 타면서 주변의 경치는 보았지만 갈릴래아 호수에서 고기를 잡던 어부의 마음은 몰랐습니다. 더 깊은 곳으로 그물을 던지라고 하시던 예수님의 음성도 듣지 못했습니다. 풍랑에 흔들리는 배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던 제자들에게 왜 그리 믿음이 약하냐!”라고 말씀하시는 예수님의 말씀도 듣지 못했습니다. 수위권 성당에서 갈릴래아 호수를 배경으로 사진은 찍었지만 예수님께서 베드로 사도에게 하신 베드로야 너 나를 사랑하느냐?”라고 물으셨던 예수님의 말씀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베들레헴 주님탄생 성당에서 경배하면서 저는 동방박사들처럼 예수님께 봉헌할 선물을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예수님께서 걸으셨던 십자가의 길에서 시몬처럼 예수님의 십자가를 대신 지고가기보다는, 베로니카처럼 예수님 얼굴에 흐르는 피와 땀을 닦아 드리기보다는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2023년 성지순례를 시작하면서 성지라는 거울에 비치는 저의 모습을 돌아보고자 합니다. 하혈하던 여인의 간절함으로 예수님의 옷깃을 잡아보겠습니다. 하느님의 자비를 청하는 세리의 겸손한 기도를 바치겠습니다.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서 나무 위로 올라갔던 자캐오처럼 주님의 발자취를 찾아 한걸음씩 걷겠습니다. 담대하게 복음을 선포했던 사도들처럼 저도 주님의 죽음을 전하며 부활을 굳게 믿겠습니다. 오늘 복음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하느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아들을 통하여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서 죽을 때까지 아버지의 뜻을 따랐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아들 예수님을 부활의 영광으로 올리셨습니다. 이번 성지순례를 하면서 베들레헴 성당에 있는 글을 다시금 마음에 새기려고 합니다. “당신이 이곳에 여행객으로 왔다면 순례자가 되어서 나가십시오. 당신이 이곳에 순례자로 왔다면 거룩한 사람이 되어서 나가십시오.” 주님! 이번 성지순례에 함께 하시어 순례에 함께한 모든 이들이 거룩한 사람이 되어서 돌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소서.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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