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부활 제3주간 수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3-04-25 조회수836 추천수5 반대(0)

4년 동안 신문사의 주방을 도와주시던 어르신이 병가를 얻었습니다. 다행히 팔순 잔치를 잘 마치셨고, 자녀들과 이웃들이 축하 해 주었습니다. 어르신은 참 부지런하였습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도 기쁘게 하였습니다. 마당에 텃밭을 일구어서 깨, 방울토마토, 고추, 호박을 심었습니다. 신문사 직원이 먹기에 충분하였고, 이웃들에게도 기꺼이 나누어 주었습니다. 성모상 앞에는 코스모스를 심었습니다. 바람이 불면 꽃들이 성모님 앞에서 춤을 추는 것 같았습니다. 어르신은 참 알뜰하고 검소하였습니다. 마트에서 준 비닐 봉투가 큰 박스로 있었습니다. 냉동실에는 언제나 물건이 가득 들어 있었습니다. 창고에도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물건이 많았습니다. 어르신이 건강을 회복하여 예전처럼 밝은 모습으로 지내시기를 기도합니다. 어르신의 병가를 계기로 창고와 냉장고 정리를 하였습니다. 이제 사람을 새로 구하기보다는 저도 홀로서기를 시작하였습니다. 예전에 토론토에서 지낼 때도 혼자서 청소하고, 빨래하고, 밥해 먹고 지냈습니다. 직원들도 저의 홀로서기를 응원하였습니다.

 

문명이라는 옷을 입으면서 예전에는 당연히 하였던 일들이 잊혀지기도 합니다. 도시에서 지내면서 물질적인 풍요를 공유하지만 자연의 향기가 사라지기도 합니다. 사제서품을 받으면서 늘 주방을 도와주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청소를 해 주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것에 익숙해져서 인지 음식을 준비하는 것도, 청소하는 것도 남의 일인 것처럼 생각하였습니다. 미국에서 보니 많은 사제들이 주방을 도와주는 사람 없이 혼자서 지내고 있었습니다. 사제들이 한국처럼 바쁘지 않아서 인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혼자서 하는 것에 익숙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주변을 돌아보니 한국에서 교포사목으로 온 신부님들 중에도 혼자서 음식을 준비하고, 청소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재정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사람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합니다. 예수님께서도 제자들을 위해서 손수 불을 피우시고 음식을 마련하셨습니다.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셨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이렇게 하는 것은 너희도 그렇게 하라고 본을 보여 주는 것이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 아버지의 뜻은 또, 아들을 보고 믿는 사람은 누구나 영원한 생명을 얻는 것이다. 나는 마지막 날에 그들을 다시 살릴 것이다.” 예전에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라는 책이 있었습니다. 우리의 눈과 귀는 스마트 폰의 검색 창을 보고, 유튜브의 소식을 듣습니다. 그래야 살아 있는 것 같고, 그래야 어딘가에 소속된 것 같습니다. 정보의 바다에서 진리를 찾는 것이 아니라 쓰레기의 바다에서 헤매는 것 같습니다. 문명의 옷이 우리의 오감을 즐겁게 해 줄 수는 있지만 우리의 이성과 영성을 깊게 하지는 못합니다. 우리의 이성과 영성을 풍요롭게 해 주는 것은 쉴 새 없이 깜빡이는 검색창의 커서에 있지 않습니다. 신선하고 새로울 것도 없는 가십거리 뉴스에 있지 않습니다. 하느님께서 보내주신 아들을 보고, 믿는 것입니다. 아들을 보고 믿는 것이 현실에서 풍요로운 삶을 약속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들을 보고 믿는 것이 성공과 권력을 보장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아들을 보고 믿는다면 우리는 이 세상에서 영원한 생명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스테파노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면서 복음을 선포하였습니다. 그리고 스테파노는 교회에서 첫 번째로 순교하는 영광을 얻었습니다. 스테파노는 이 세상에서 영원한 생명을 살았고, 천국 시민의 자리를 차지하였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교회에 박해가 시작되었습니다. 박해가 심해질수록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은 늘었습니다. 박해가 심해질수록 교회는 예루살렘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더 큰 세상으로 나갈 수 있었습니다. 사도들은 박해의 풍랑을 넘어서 마귀를 쫓아냈고, 병자들을 고쳐주었습니다. 사도들에게 박해도, 고통도, 죽음도 두려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사도들은 이미 영원한 생명을 시작하였기 때문입니다. 문명이라는 옷이 우리를 따뜻하게 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우리를 영원한 생명에로 이끄는 것은 아닙니다. 복음이라는 옷만이 우리를 영원한 생명에로 이끌어 줄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