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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활 제3주간 수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4-26 조회수613 추천수1 반대(0) 신고

[부활 제3주간 수요일] 요한 6,35-40 

 

 “내가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을 것이며,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하루에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의 양만 2만톤이 넘는 오늘날에도 ‘영양실조’에 걸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극심한 양극화로 인한 ‘절대적 가난’이나, 남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 않고 자기만 생각하는 ‘개인주의’, ‘이기주의’ 같은 심각한 얘기를 하려는게 아니라, 음식과 그 섭취에 관한 우리의 일반적인 태도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겁니다. 오늘날 사람들이 영양실조에 걸리는 주된 이유는 ‘잘 못 먹어서’가 아니라, ‘잘못 먹어서’라고 합니다. 띄어쓰기를 어디서 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완전히 달라지지요. ‘잘 못 먹어서’는 음식섭취 자체를 거의 못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잘못 먹어서’는 음식을 먹긴 먹는데 제대로, 올바르게 먹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 후자의 이유가 우리를 ‘영양실조’에 빠뜨려 건강을 위협하는 겁니다.

 

‘바쁘다’,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최대한 빨리 먹을 수 있는 즉석식 혹은 간편식으로 간단하게 한 끼를 ‘때우는’ 데에 익숙해진 우리들입니다. 맛 없고 먹기 싫다고 채소를 먹지 않으려고 드는 유치원생 아이들처럼, 건강을 생각하지 않고 입맛에 맞는 것만, 더 강하고 자극적인 맛으로 미각에 더 큰 쾌감을 주는 ‘나쁜 음식’들만 찾는 우리들입니다. 엄마가 정성껏 만들어주시는 현미밥보다 편의점에서 사먹는 ‘불닭볶음면’이 더 맛있다며 자주 찾는 우리들입니다. 그러다보니 우리 몸에 꼭 필요한 ‘필수 영양소’는 결핍되고 우리 몸에 큰 부담과 해를 입히는 ‘독소’들만 잔뜩 쌓입니다. 그렇게 건강이 점점 나빠져 나중에는 큰 병을 얻게 되지요.

 

그런 ‘편식’의 모습은 신앙생활 안에서도 드러납니다. 우리를 구원으로 이끄는 신앙생활의 필수 영양소는 우리에게 ‘생명의 양식’이 되어주시는 주님과의 만남입니다. 그 만남이 깊고 진할수록 내가 주님으로부터 받는 위로와 힘이 더 커집니다. 주님과 만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 영혼은 점점 더 건강해지고 나에게 꼭 필요하고 참으로 유익한 것들을 받아들이게 되며 구원과 참된 행복에 더 가까워집니다. 이런 ‘신앙의 진리’는 누구나 다 알 것입니다. 그런데 정작 그 진리를 직접 실행에 옮기는 이들은 얼마나 되는지요? 미사에 참여하는 시간은 아까워하며 최소한으로만 쓰려고 하면서 유튜브나 SNS로 가십거리를 찾아보는데에는 시간을 한 없이 써버리는 우리들입니다. 어렵고 따분하며 실천하기도 힘든 ‘구원의 진리’보다는 당장 나에게 이익이 되고 사는데 도움을 주며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보장하는 ‘처세술’에 더 몰두하는 우리들입니다. 그렇게 주님과 함께 하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주님과의 관계는 점점 더 멀어집니다. 영적인 편식을 하는 우리가 처한 슬픈 현실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당신이 ‘생명의 빵’이라고 하십니다. 우리가 열심한 신앙생활을 통해 당신께로 나아가면 결코 배고프거나 목마르지 않을거라고 분명히 약속하십니다. 그저 물질적이고 세속적인 것들로 자신을 채우려고 든다면 곧 다시 목말라지고 배고파질 것입니다. 목마르다고 탄산음료를 들이키면 더 큰 갈증으로 괴로워하듯, 배고프다고 당장 손에 잡히는 정크푸드를 집어 먹으면 헛배가 불러서 정작 영양가 높고 맛있는 음식을 못 먹어 영양실조에 빠지듯, 주님을 내 안에 받아들이고 그분 뜻을 따르지 않으면 우리 영혼은 점점 더 깊은 병이 들어 결국엔 파멸에 이르게 되는 겁니다.

 

그러니 ‘아버지께서 당신에게 맡기신 이들을 하나도 잃지 않고 마지막 날에 다시 살리시겠다’는, ‘당신을 믿고 따르는 이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시겠다’는 주님을 굳게 믿어야 합니다. 그분을 참으로 믿고 따른다면 두려워하거나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주님께서 어련히 알아서 나에게 가장 좋은 것들을 채워 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내 영혼이 건강해지고 활력을 되찾아 삶의 참된 기쁨과 행복을 누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주님을 믿고 그분께 자신을 온전히 내어 맡기는 순명의 사람이 되는게 중요합니다. 그래야 우리가 주님으로 말미암아 제대로 살 수 있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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