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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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활 제5주간 목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3-05-11 조회수584 추천수9 반대(0)

예전에 성소국에 있을 때입니다. 직원이 출산 휴가를 가면서 임시로 직원을 뽑았습니다. 일을 하는 사람의 유형은 4가지 정도 있습니다. 해야 할 일도 잘 못하고, 출근은 늦고, 퇴근은 빠른 직원입니다. 말은 하지 않지만 마음이 편하지는 않습니다. 해야 할 일은 하고, 출근과 퇴근이 정확한 직원입니다. 말은 하지 않지만 믿음이 갑니다. 해야 할 일도 잘 하지만, 사람들을 기쁘게 맞이하는 직원입니다. 말은 하지 않지만 기분이 좋습니다. 해야 할 일도 잘하지만 새로운 아이디어로 분위기를 바꾸는 직원입니다. 말은 하지 않지만 오래 같이 일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임시로 온 직원이 4번째 경우였습니다. 잘 모르는 것은 늦게까지 배우려고 하였습니다. 어수선한 책장도 깔끔하게 정리하였습니다. 일정표 관리도 늘 해야 하는 일과 특별한 일을 구분하여 정리하였습니다. 홈페이지에 사진을 올리는 것도 주제별로 보기 좋게 올렸습니다. 결혼을 하면서 일을 그만 두었는데 결혼 생활도 아름답게 할 것 같았습니다.

 

신앙생활도 4가지의 유형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마치 예수님께서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신앙생활을 시작했지만 곧 시들어 버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세상의 일에 금세 마음을 빼앗기는 사람입니다. ‘때문에라는 말을 자주합니다. 덥기 때문에, 춥기 때문에 성당에 못 나온다고 합니다. 본당 신부님 때문에, 대모 때문에 성당에 못 나온다고 합니다. 몸에 걸치는 장신구처럼 마음에 들면 성당에 가고, 그렇지 않으면 가지 않습니다. 주일 미사에 참례를 하고, 피정과 교육에도 참석하지만 의무감으로 성당에 오는 사람입니다. 죄책감과 두려움 때문에 성당에 오기에 기쁨이 별로 없습니다. 그런 분들의 마음이 활짝 열려서 신앙이 감사와 기쁨으로 열매 맺기를 바랍니다. 주일미사는 물론 평일 미사에도 참례하는 사람입니다. 본당의 여러 단체에서 봉사합니다. 반 모임에도 자주 참석하고, 대자들에게도 신앙의 모범을 보입니다. 밤하늘에 별들이 있어서 아름답듯이 이런 분들이 있어서 공동체가 활력이 넘치게 됩니다. 기름진 땅에 떨어진 씨앗이 많은 열매를 맺듯이 성령이 충만한 사람이 있습니다. ‘산해숭심(山海崇深)’이란 말처럼 영성이 깊은 분입니다. 이 세상에서 이미 하느님의 나라를 살고 있는 분들입니다. 기도, 말씀, 봉사의 삼위일체를 이루는 분들입니다.

 

성직자들의 유형도 4가지 정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듯이 목자로서의 자질이 부족한 사제입니다. 편을 가르기도 하고, 말과 행동에 품위가 없습니다. 성사를 기분대로 집전하고, 강론 중에 훈계를 하거나 야단치는 사제입니다. 취미활동에 집중하느라 공동체를 제대로 돌보지 않는 사제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제입니다. 형식과 법에 얽매여 있는 사제입니다. 예수님께서 비난하셨던 바리사이와 율법학자의 모습을 보이는 사제입니다. 복음의 기쁨이 아니라 복음의 의무로 사는 사제입니다. 자신의 들보는 보지 못하면서 타인의 작은 티를 먼저 보는 사제입니다. 겸손하고 그리스도의 향기가 나는 사제입니다. 가난한 이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사제입니다. 어르신들에게 예의를 다하고, 청소년들을 사랑으로 돌보는 사제입니다. 장례가 나면 거리가 멀어도 기꺼이 연도를 가는 사제입니다. 본당에 활력이 넘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보다 큰 영광을 위해서 사는 사제입니다. 교우들은 물론 동료 사제들에게도 존경받는 사제입니다. ‘덕향만리(德香萬里)’라는 말처럼 사제의 인품이 주위에 진한 감동을 줍니다.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라면 재물보다 가난을 택하고, 건강보다 아픔도 택하고, 오래 사는 것보다 일찍 죽는 것도 택하는 사제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사랑하였다.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 내가 내 아버지의 계명을 지켜 그분의 사랑 안에 머무르는 것처럼, 너희도 내 계명을 지키면 내 사랑 안에 머무를 것이다.” 임시직이었지만 아름다운 향기를 보여준 성소국의 직원처럼 우리 신앙인들이 그리스도의 향기를 전하면 좋겠습니다. 우리 성직자들이 주님께서 지고 가셨던 십자가를 충실히 지고 가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이 땅이 새 하늘과 새 땅이 될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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