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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활 제5주간 토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3-05-12 조회수750 추천수5 반대(0)

평화신문 창립 35주년 기념으로 요르단, 이스라엘성지순례를 다녀왔습니다.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시작한 성지순례였습니다. 미주 전 지역과 한국에서도 순례자들이 함께 하였습니다. 순례를 시작하는 요르단의 암만까지 모이는데도 시간이 적지 않게 걸렸습니다. 뉴욕에서 이스탄불, 이스탄불에서 암만까지 가는데 이틀이 걸렸습니다. 화요일 저녁에 출발한 저는 목요일 오전에야 암만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비행기의 노선이 취소되어서 다른 비행기로 바뀌면서 공항에서 10시간가량 머물러야 했습니다. 비행기의 게이트가 변경되면서 바뀐 게이트를 찾아 이동하는 번거로움도 있었습니다. 늦은 밤 비행기를 타면서 비행기의 등급을 보았습니다. 1등급과 비즈니스 석은 일찍 탑승하였습니다. 물론 좌석도 편하고 좋았습니다. 우리는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겸손하게 경제적인 좌석에 탑승하였습니다. 통로도 좁고, 좌석도 불편했지만 모두들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처럼 설렘을 듬뿍 안고 순례를 시작하였습니다.

 

첫날 순례의 시작은 광야였습니다. 4년 전에 만났던 가이드는 여전히 활기차게 순례자를 맞아 주었습니다. 수도꼭지를 틀면 시원한 물이 나오듯이 형제님은 4년 전에 들었던 이야기를 어김없이 해 주었습니다. 아라비아 로렌스의 이야기를 맛깔스럽게 해 주었습니다. 중동의 슬픈 역사도 가슴이 찡하게 해 주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쉽게 광야를 건너 약속의 땅으로 건너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믿지 못하였고, 미리 정찰대를 보냈습니다. 정찰대는 가나안 땅에 있는 사람들을 보고 두려워하였습니다. 그들에 비하면 이스라엘 백성은 마치 메뚜기 때와 같았다고 보고 하였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두려움 때문에 약속의 땅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40년 동안 광야에 머물도록 하였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이집트를 떠났던 모세 역시 눈앞에서 약속의 땅을 보면서도 들어가지 못하였습니다. 인간적으로는 아쉬움이 큰 여정이었지만 모세는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였습니다. 일의 결과도 중요하겠지만 하느님의 영광을 찾는 것이 먼저였습니다. 광야는 하느님의 뜻을 시험하려는 유혹의 장소이기도 했습니다.

 

순례의 첫날 광야에서 미사를 봉헌하면서 무척 감사했습니다. 인솔자는 광야에서 미사를 드리면 먼지가 많을 것이라고 걱정하였습니다. 한 형제님의 말이 우리의 걱정을 웃음으로 바꾸어 주었습니다. ‘먼지가 없다면 광야가 아니죠.’ 그랬습니다. 광야에서는 먼지가 바람에 날리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바위 언덕이 있는 곳을 병풍삼아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언덕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순례자를 보니 마치 산상수훈의 모습 같았습니다. 마치 오병이어의 현장 같았습니다. 먼지와 바람이 하느님의 찬양하는 우리의 마음과 열정을 꺾을 수는 없었습니다. 수신기의 도움으로 바람이 불었지만 미사를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찾지 않고 사람의 일만 먼저 생각한다면 우리의 마음도 먼지가 불어오는 광야입니다. 모든 것이 풍족한 도시에 살고 있어도 하느님의 말씀과 멀리 떨어져 있다면 그곳도 역시 광야입니다. 먼지가 불어오는 광야에 있어도 하느님의 뜻을 따른다면 그곳은 약속의 땅입니다.

 

순례자들에게 광야의 두 가지 의미를 말하였습니다. 하나는 정화의 시간, 준비의 시간이라고 하였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40년 동안 광야에 머물면서 세상의 것이 아닌 하느님의 뜻을 찾으려고 하였습니다. 세례를 받으신 예수님께서도 40일 동안 광야에 머물면서 하느님의 뜻을 찾으셨습니다. 성지순례를 하면서 이 세상이라는 광야에서 하느님의 뜻을 먼저 찾을 수 있는 정화의 시간, 준비의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고 하였습니다. 다른 하나는 유혹의 시간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광야에서 사탄으로부터 3가지 유혹을 받으셨지만 하느님의 말씀으로 유혹을 이겨내셨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것은 나뭇잎의 숙명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가지에 붙어 있는 나뭇잎은 바람이 불어 흔들릴지언정 떨어지지는 않습니다. 비록 세상이라는 광야에서 유혹의 바람이 불지라도 우리가 하느님의 말씀에 굳게 의지한다면 우리는 유혹을 디딤돌로 삼아 하느님께 더욱 가까이 갈 수 있습니다. 성인과 성녀들은 유혹이 없었던 분들이 아닙니다. 그 유혹을 하느님의 말씀으로 이겨낸 분들입니다. 우리들 또한 세상이라는 광야에서 하느님의 말씀으로 천국을 향한 준비를 열심히 하면 좋겠습니다. 다가오는 유혹을 주님의 말씀으로 이겨내면 좋겠습니다. “너희가 세상에 속한다면 세상은 너희를 자기 사람으로 사랑할 것이다. 그러나 너희가 세상에 속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았기 때문에,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는 것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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