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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활 제6주간 화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5-16 조회수306 추천수2 반대(0) 신고

[부활 제6주간 화요일] 요한 16,5-11 

 

 "이제 나는 나를 보내신 분께 간다. 그런데도 ‘어디로 가십니까?’ 하고 묻는 사람이 너희 가운데 아무도 없다. 오히려 내가 이 말을 하였기 때문에 너희 마음에 근심이 가득 찼다."

 

 

오늘 복음에서는 제자들을 바라보는 예수님의 답답하고 착잡한 심정이 느껴집니다. 당신이 이 세상에 머무르실 시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는데, 당신께서 구원의 여정을 다 끝마치시고 나서 하느님 아버지께로 돌아가시면 이제 제자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온 세상에 복음을 전하는 중요한 사명을 주도적으로 해나가야 하는데, 당최 예수님 말씀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그것을 어떻게든 마음에 받아들여 따르려고도 하지 않으니 너무나 걱정스럽고 답답하셨던 겁니다. 그런 심정을 이렇게 표현하시지요.

 

"이제 나는 나를 보내신 분께 간다. 그런데도 ‘어디로 가십니까?’ 하고 묻는 사람이 너희 가운데 아무도 없다. 오히려 내가 이 말을 하였기 때문에 너희 마음에 근심이 가득 찼다."

 

주님께서 가실 하느님 나라,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는 근본 이유이자 최종 목표인 그곳에는 별 관심이 없고, 주님의 능력을 이용하여 이 세상에서 물질적 이익과 세속적 명예, 권력을 얻는데에만 관심을 갖는 모습. 그것들을 얻지 못할까봐 또한 자기가 세상에서 누리고 있는 그 작은것들마저 잃게될까봐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모습, 그러느라 정작 주님의 뜻은 제대로 헤아리지도 실행하지도 않는 무력한 모습. 주님께서 걱정하시는 제자들의 모습이자, 오늘날 주님을 따른다고 말하는 우리 모습이기도 합니다. 주님께서는 이처럼 부족하고 약한 당신 제자들을 위해 이런 약속을 하시지요.

 

"내가 떠나는 것이 너희에게 이롭다. 내가 떠나지 않으면 보호자께서 너희에게 오지 않으신다. 그러나 내가 가면 그분을 너희에게 보내겠다."

 

주님께서는 왜 제자들을 떠나셔야 할까요? 하느님의 구원계획 안에서 '구세주'로서 하실 역할이 모두 끝났기 때문입니다. 즉 당신의 말과 행동으로 하느님 아버지의 뜻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알려주시고, 우리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죄의 무게를 당신 어깨에 대신 짊어지신 채 우리 대신 희생하심으로써, 우리가 참된 회개와 믿음을 통해 죄를 용서 받고 구원 받을 길을 열어주신 것입니다. 이제 그 길을 끝까지 충실히 걸어 하느님 나라에 도달하는 과정만이 남았는데, 그 과정은 주님께서 주도적으로 끌고가시고 우리는 그저 수동적으로 끌려가는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 책임감과 의지를 가지고, 끊임없는 노력과 결단으로 걸어야 하는 길이지요. 그 과정에서 함께 하시며 하느님 뜻에 맞는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주시고, 우리가 지쳐 쓰러지지 않도록 위로와 힘을 주시는 것은 '성화주'이신 성령께서 하실 역할이기에, 우리를 그분 손에 맡기겠다고 하십니다. 우리는 그 성령의 활동을 통해 하느님께서 생각하시는 '죄'와 '의로움'과 '심판'의 개념을 제대로 깨달아 알게 될 것이고, 그 참된 앎의 힘으로 구원의 길을 끝까지 걸어가게 되는 겁니다.

 

첫째, 우리가 조심하고 멀리해야 할 진짜 '죄'는 법 윤리 도덕의 규정들을 어기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드러난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받아들이고 따르지 않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자신이 그저 '십계명을 어기지 않았음'에 안주하며 구원받기에 턱없이 모자란 부분은 '이 밖에 알아내지 못한 죄'로 퉁치려고 들어서는 절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둘째, 우리가 추구해야 할 참된 의로움은 율법이나 계명을 한 글자도 어기지 않고 철저하게 지킴으로써 얻어지는 완전무결한 상태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께서 말씀과 표징을 통해 알려주신 하느님 아버지의 모습을 닮아가는 것입니다. 그런 노력을 게을리하면 '하느님 나라에서 멀리 있지는 않지만' 정작 그 나라에 들어가지는 못하는 서글픈 처지가 되고 말지요. 셋째, 우리를 멸망에 빠뜨리는 진짜 '심판'은 이 세상에서 실패와 좌절, 슬픔과 아픔을 겪는게 아닙니다. 세상에서의 성공을 위해 앞을 보지 않고 무작정 달리다가 하느님 아버지의 뜻에서 멀어지는게, 그분 사랑의 울타리 바깥으로 벗어나는게 진짜 심판인 겁니다.

 

그러니 이 세 가지 사항을 마음에 깊이 새기고 주님의 뜻과 가르침을 충실히 실천하며 구원의 길을 열심히, 끝까지 걸어가야겠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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