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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활 제6주간 수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5-17 조회수438 추천수2 반대(0) 신고

[부활 제6주간 수요일] 요한 16,12-15 

 

 "그분께서는 스스로 이야기하지 않으시고 들으시는 것만 이야기하시며, 또 앞으로 올 일들을 너희에게 알려 주실 것이다."

 

 

자신이 임종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게 된 한 할아버지가 마지막 유언을 남기기 위해 두 아들을 불렀습니다. 그리고는 집 앞 넓은 밭 속에 엄청난 보물이 숨겨져 있으니 먼저 파서 갖는 사람이 임자라고 알려주었지요. 그 밭은 크고 작은 돌들이 너무 많아 작물이 자라기 어려워서 농사를 짓지 않고 그대로 둔 '버려진 땅'이었습니다. 아버지의 장례를 치른 후, 두 아들은 밭에 숨겨진 보물을 찾기 위해 본격적으로 밭을 파기 시작했습니다. 온종일 흙을 퍼내고 쓸모 없는 돌들을 한쪽에 쌓아두는 고된 일이 날마다 반복되었지만, 아무리 흙을 파보아도 '보물'처럼 보이는 것은 나오지 않았지요. 그러자 첫째는 아버지가 자신을 속였다고 분통을 터뜨리고는 땅 파는 일을 그만두고 먼 고장으로 떠나버렸습니다. 하지만 둘째는 형이 떠난 뒤에도 계속해서 열심히 땅을 팠습니다. 그 일을 다 마칠 때까지 번쩍이고 값비싼 보물은 나오지 않았지만, 그 밭에 박혀있던 수많은 돌들을 다 걷어낼 수 있었습니다. 그는 그 밭에 씨앗을 뿌렸고 그 해 가을, 엄청난 양의 수확을 얻게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농사를 짓지 않아 땅이 비옥해진 덕분이었습니다. 또한 매일 열심히 땀 흘려 일한 덕분에 건강까지 좋아졌지요.

 

두 형제 사이에 그런 큰 차이를 만든 원인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해석'입니다. 첫째 아들은 '밭에 엄청난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아버지의 말씀을 자기 뜻대로 해석했습니다. 그 밭을 열심히 파다보면 값비싼 황금과 진귀한 보석들을 찾게 될거라고 제 멋대로 생각해버린 겁니다. 하지만 자신이 기대했던 것들은 나오지 않았고,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헛수고를 했다는 실망감에 사로잡혀 크게 절망하게 됩니다. 하지만 둘째 아들은 아버지의 말씀을 자기 식대로 해석하지 않았습니다. 그 말씀을 있는 그대로 마음 속에 받아들이고 끝까지 실행했습니다. 그러다보면 삶의 참된 기쁨과 행복을 누리게 해주는 진짜 보물을 반드시 찾게 될거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아버지의 말씀을 '글자'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 안에 담긴 '사랑'을 보았기에, 자신을 너무나 사랑하시는 아버지께서 시키신 일이니 자신에게 어떤 식으로든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굳게 믿었기에 그럴 수 있었지요. 그리고 진짜 보물을 찾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진리의 영'이신 성령께서 우리를 구원의 참된 진리로 이끌어 주실 거라고 말씀하시며 그 방식을 알려주십니다. '그분께서는 스스로 이야기하지 않으시고 들으시는 것만 이야기하신다'는 것입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신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받아들인 그 뜻을 즉시 실행에 옮기신다는 뜻입니다. 그 과정에 '해석'은 절대 들어가지 않습니다. 하느님 말씀을 제 뜻대로 생각하는 '오해'도, 자기가 받아들이고 싶은 것만 받아들이고 나머지는 거부하는 '선택'도 없기에, 그리고 그 말씀에 철저하게 순명하기에 그 안에 담긴 하느님의 선한 의도가 내 삶 안에서 온전히 실현되는 것입니다.

 

하느님 말씀은 해석할 게 아니라 믿어야 합니다. 하느님은 비교하고 분석해가며 머리로 알아갈 존재가 아니라, 전적으로 믿고 온전히 순명해야 할 존재입니다. 그래야만 하느님과 그분의 뜻을 비로소 내 이 작은 마음 안에 담을 수 있게 됩니다. 하느님을 소유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그런 분이셨습니다. 그랬기에 “아버지께서 가지고 계신 것은 모두 나의 것이다.”라고 당당하게 말씀하실 수 있었습니다. 그 무엇도 소유하지 않고 아버지 앞에 다 내어드리셨기에, 세상 것들에 얽매이지 않고 아버지를 온전히 소유하실 수 있었습니다. 그것이 그리스도인인 우리가 닮아가야 할 참된 자녀의 모습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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